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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 들여 구미에 공장짓는 LG화학, 구미형 일자리 '시동'

중앙일보 2019.07.25 16:11
25일 구미에서 상생형 구미 일자리 투자협약식이 진행됐다. 사진 왼쪽부터 이철우 경북도지사,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장세용 구미시장. [사진 경북도]

25일 구미에서 상생형 구미 일자리 투자협약식이 진행됐다. 사진 왼쪽부터 이철우 경북도지사,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장세용 구미시장. [사진 경북도]

광주형 일자리의 속편이라 할 수 있는 ‘구미형 일자리’가 첫발을 내디뎠다. LG화학이 구미 국가산업 5단지 내에 배터리 양극재 제조 공장을 새로 지어 입주하면서, 신규 일자리를 만드는 방식이다. 양극재는 음극재·분리막·전해액과 함께 배터리의 4대 소재로, 전기차 배터리에 주로 쓰인다. 
 

구미형 일자리 시동 … 25일 MOU
1000여명 고용 기대, 5000억원 투자
“지역 경제 되살아나 활기 기대”

경북도·구미시·LG화학 측은 25일 구미컨벤션센터(구미코)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상생형 구미일자리 투자협약식'을 가졌다. 협약식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장세용 구미시장,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지역 노·사·민·정 대표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협약 내용에 따르면, LG화학은 기존 구미에 있는 LG 계열사 건물 대신 구미 국가산업 5단지에 제조 공장을 신설한다. 구미시가 무상 임대하는 6만여㎡ 부지에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약 5000억원을 투자해서다. 
 
광주형 일자리 일러스트. [중앙포토]

광주형 일자리 일러스트. [중앙포토]

양극재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구미에 1000개(직·간접 고용 합쳐서) 정도의 새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구미시는 예상했다. LG화학은 구미 새 공장에서 양극재를 연간 6만t 생산할 계획이다. 6만t은 고성능 순수 전기차(380㎞ 이상 주행 가능) 기준 약 50만대분의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규모다. LG화학은 지난달 경북도와 구미시로부터 ‘구미형 일자리 투자유치 제안서’를 전달받아 사업 투자 여부를 검토해왔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는 “구미 투자를 시작으로 전지 분야의 사업경쟁력을 더욱 높여나가겠다”며 “더불어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등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구미형 일자리는 다양한 복지를 제공하면서 근로자 임금을 낮추고, 광주시가 회사에 투자하는 광주형 모델과는 다른 ‘투자촉진형 일자리’ 모델이다. 기업이 직접 투자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게 자치단체가 부지를 제공하고 직원 주거대책 및 복지, 행정절차 간소화, 인력확보 등을 돕는 방식이다. 구미형은 기업이 별도로 근로자 임금을 낮추지 않는다. 구미지역 근로자 평균 연봉은 3740만원 정도로 그리 높지 않다. 
 
앞서 지난 24일 구미시는 구미형 일자리의 노·사·민·정 상생요소 강화를 위해 구미시청에서 조정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 등 지역 노·사·민·정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노사 상생 협약식을 가졌다. 
 
구미형 일자리에 대해 지역의 노·사·민·정은 “불황 속 일단 반가운 소식”이라는 반응이다. 최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동의 한국노총 구미지부 의장은 “전자부품·섬유 위주로 구성된 구미지역 산업은 점점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미래산업 위주로 개편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은 “전기차 배터리 완성 공장이 아닌 부품 공장이 들어오는 부분은 아쉽다. 하지만 80~90년대 구미가 수출도시로 호황을 누릴 때와 지금 상황은 분명 다르다. 질 좋은 일자리부터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구미에서 횟집을 하는 강준호(34)씨는 “구미형 일자리로 지역 경제가 되살아나면 주변 상가가 활기를 띨 것”이라고 반겼다. 최일배 민주노총 구미지부 사무국장은 “지자체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구미형 일자리가) 기업에만 유리한 방식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구미 경제는 바닥을 치고 있다. 삼성 등 대기업 공장이 최근 10년 새 수도권과 해외로 이전해 침체의 늪에 빠졌다.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근로자들은 구미를 떠나고 있다. 구미 산업단지 근로자는 2015년 10만3818명에서 점점 줄어 지난해 10만명(9만419명) 선이 무너졌다. 산업단지 가동률은 40%가 채 안 된다. 실업률은 2014년 2.7%에서 지난해 4.6%로 높아졌다.  
 
구미=김윤호 기자, 허정원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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