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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노모와 50대 아들 숨진 채 발견…"돌봄에 생활고까지"

중앙일보 2019.07.25 14:08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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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의 한 아파트에서 80대 어머니와 50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치매를 앓는 노모를 돌보던 아들이 생활고까지 겹치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북 경산서 지난 24일 치매 노모와 아들 숨져
경찰 “생활고 등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추정”
65세 이상 치매 노인 70%, 가족이 돌보고 있어
전문가 "치매 노인 돌봄 가족, 상담·교육 필요"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7시 8분쯤 경산시 옥산동 한 아파트에서 A씨(83·여)와 아들(58)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연락이 안 돼 찾아온 딸이 이들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아들은 목을 맨 상태였고 어머니 A씨에게서는 목이 졸린 듯한 흔적이 있었다. 부패 등이 거의 없어 경찰은 이들이 숨진 직후 발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족 등에 따르면 아들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둘이서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딸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들러 노모를 보살펴 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현장 주변에는 아들이 쓴 유서가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를 토대로 볼 때 간병, 생활고 등의 문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신에 대한 부검 등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치매’에 대한 시민 목소리(2017년 기준). [중앙포토]

‘치매’에 대한 시민 목소리(2017년 기준). [중앙포토]

배우자나 부모의 치매 간병을 하던 가족 구성원이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치매에 걸린 가족을 돌보다 살인을 저지르고 뒤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는 형태의 이른바 ‘간병 살인’이다.  
 
지난 4월 22일 전북 군산에서는 80세 남편이 치매에 걸린 아내를 7년간 돌보다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치매 증상이 점차 심각해지는데도 요양병원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아내가 고집을 부리자, 남편은 아내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기 위해 유서를 썼다. 하지만 차마 죽지 못했고, 범행 3시간 뒤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아내의 죽음을 알렸다. 지난 2월 20일에도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아들이 10년간 돌보던 아버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치매노인과 돌봄제공자를 위한 맞춤형 정책방안 모색 보고서(2018)’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치매확진자(191명)의 70.2%(중복 응답)가 동거가족원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국가가 제공하는 장기요양보험·노인돌봄서비스를 받는 치매노인은 48.7%로 절반에 못 미쳤다. 치매 노인을 돌보는 가족의 부담이 높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가족의 부담을 줄여주는 전문 돌봄가를 양성하는 동시에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적인 교육과 상담 등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경증 치매노인을 가정 내에서 가족들이 돌볼 수 있도록 치매에 대한 지식과 돌봄 방법을 교육·상담까지 해 주는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며 “여기에 치매노인을 가정·시설 등에서 돌보는 공식적 돌봄제공자 인력을 충분히 양성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경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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