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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킬러’ 등검은말벌, 국내 유입 16년 만에 생태계교란종 지정

중앙일보 2019.07.25 12:00
경남 창원시 회원구 내서읍 안성리 양봉장에서 잡은 외래종 ‘등검은말벌’을 서상돌(81) 씨가 들어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경남 창원시 회원구 내서읍 안성리 양봉장에서 잡은 외래종 ‘등검은말벌’을 서상돌(81) 씨가 들어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꿀벌 킬러’로 불리며 양봉 농가에 큰 손해를 끼쳐 온 외래종 ‘등검은말벌’이 국내로 유입된 지 16년 만에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된다.
 
환경부는 “26일부터 등검은말벌(Vespa velutina nigrithorax)을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해 관리한다”고 25일 밝혔다.
 
생태계교란 생물이란 위해성 평가 결과, 생태계 등에 미치는 위해가 큰 것으로 판단돼 환경부 장관이 지정·고시하는 생물종을 말한다.
지금까지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붉은불개미 등 21종이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중국 저장성이 원산지인 등검은말벌은 2003년 부산 영도지역에서 처음 발견됐다.
중국산 목재, 화분 등을 실은 무역선을 통해 여왕벌이 국내에 침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등검은말벌은 이후 산림과 농촌, 도시를 구분하지 않고 매년 10~20㎞의 속도로 빠르게 전국으로 퍼졌다.
현재는 수도권을 물론 강원도 지역까지 확산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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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 농가 습격해 꿀벌 사냥  
등검은말벌은 한 벌집 안에 1500여 마리가 서식할 정도로 국내 말벌류보다 벌집 내 개체 수가 훨씬 많다.
이렇게 증식이 빠르기 때문에 토종 말벌류의 생장을 저해하는 등 국내 생태계를 파괴한다. 
 
또, 등검은말벌은 먹이의 70%가 꿀벌이어서 양봉 농가에 침입해 꿀벌을 사냥하는 등 경제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도심지 내 서식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쏘임에 의한 부상, 사망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교란종 지정 늦어…초기 대응 실패” 
도심지에서 등검은말벌 집을 제거하는 모습. [중앙포토]

도심지에서 등검은말벌 집을 제거하는 모습. [중앙포토]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되면 유역(지방)환경청의 허가를 받은 경우 외에는 수입·반입·사육·재배 등이 금지된다.
불법 수입 등이 적발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또, 지역별 퇴치사업에 대해 국고 보조 등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환경부가 유입된 지 16년이 지난 이후에야 등검은말벌을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하는 등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다. 
 
최문보 경북대학교 응용생명과학부 교수는 “등검은말벌이 이미 전국으로 퍼지고 국내 생태계를 점령한 상황에서 생태계교란종 지정이 너무 늦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며 “말벌집 제거로는 개체 수 감소에 큰 효과가 없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등검은말벌에 대한 기초생태·방제 연구 등을 통해 관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환삼덩굴도 생태계교란종 지정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된 환삼덩굴 군락. [사진 환경부]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된 환삼덩굴 군락. [사진 환경부]

한편, 환경부는 환삼덩굴(Humulus japonicus Siebold & Zucc)도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환삼덩굴은 도로나 하천변의 양지에 주로 서식하는 덩굴로 주변 식생들을 뒤덮을 정도로 생장 속도가 빠르다.
이로 인해 다른 생물종의 성장을 억제하고 있다. 또, 다량의 꽃가루를 날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등 인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서울 여의도 주변에서 자라는 환삼덩굴. [중앙포토]

서울 여의도 주변에서 자라는 환삼덩굴. [중앙포토]

이준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생태계교란 생물 지정에 따라 그간 많은 민원을 일으켰던 등검은말벌과 환삼덩굴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다음에도 문제 소지가 큰 종에 대해서는 생태계교란 생물 지정을 신속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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