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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약 4000만원, 사무실 별도'.. 대전 동(洞) 자치지원관 논란

중앙일보 2019.07.25 11:01
4000만원 가까운 연봉에 사무실은 별도로 쓴다. 이런 혜택을 받는 인력이 대전 시내 일부 동사무소에 등장했다. 대전시가 채용한 ‘동(洞)자치지원관(지원관)’이야기다.
  

대전시 올해 8개 동에 자치지원관 채용
구의원보다 연봉 많고, 동사무소에 사무실
대전 중구 "급식비 줄돈도 없는데"라며 반대
대전시, "주민자치회 조기 정착위해 필요"


대전시 유성구 원신흥동 주민자치센터에 있는 자치지원관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 유성구 원신흥동 주민자치센터에 있는 자치지원관실. 프리랜서 김성태

25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가양2동(동구), 갈마1동(서구), 진잠동·원신흥동·온천1동(유성구), 송촌동·중리동·덕암동(대덕구) 등 대전 8개 동에 지원관을 채용했다. 이들 8개 동은 올해 대전시의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대상 지역이다. 채용 시기는 구청별로 약간 차이가 있지만 지난 1〜3월이다. 
 
지원관은 주민자치회가 뿌리내리고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하는 데 도우미 역할을 한다고 대전시는 설명했다. 동 단위 마을 현안 등을 주민 스스로 해결하고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데 지원관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대전시는 자치지원관을 앞으로 2년간 한시적으로 채용한다고 했다. 이는 서울시에서도 도입했다.
 
지원관 운영에 필요한 예산은 전액 대전시가 부담한다. 시는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위해 올해 12억4800만원을 마련했다. 지원관 등 인건비, 운영비, 홍보비 등이다. 지원관 인건비는 연간 4000만원으로 편성했다. 지원관은 정식 공무원이 아닌 기간제 근로자지만, 공무원처럼 날마다 출근해 일한다. 일당 10만과 주휴·연차 수당을 받는다. 이 정도의 급여는 구의원보다 많다. 지원관 3명을 채용한 대덕구의회 의원 의정비는 연간 약 3780만원이다. 
 
동사무소는 지원관에게 별도의 사무실을 만들어 제공했다. 사무실 마련을 위해 수천만원을 썼다. 익명을 요구한 대전 시내 한 구청 직원은 “동장급 직원이 새로 생긴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지원관 사무실에는 주민자치회 행정업무 등을 처리하는 간사 1명도 근무한다. 간사는 주민자치위원으로 연간 1200만원을 받는다. 지원관은 마을 활동가나 시민단체 활동을 했던 사람을 중심으로 선발했다고 대전시는 전했다.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충남 당진시에서 '2019 당진시 주민자치 정책박람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충남 당진시에서 '2019 당진시 주민자치 정책박람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지원관에 대한 여론은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예산 낭비 성격이 있는 불필요한 인력”이라고 하고, “주민자치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전 5개 구청 가운데 유일하게 지원관을 뽑지 않은 중구의 한 관계자는 “결식아동 급식비도 제대로 올려주지 못하는 마당에 이런 것 까지 꼭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대전시의회 김소연(바른 미래당) 의원은 “주민자치위원회, 통장협의회, 자원봉사협회, 새마을부녀회 등 동 단위마다 이미 많은 조직이 갖춰져 있다”며 “이런 마당에 예산을 들여 또 다른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세금으로 풀뿌리 선거조직을 만드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전시는 “주민자치위원회 등 기존 조직은 주민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 데다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마을 단위의 주민 필수 사업을 발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전시는 또 “주민자치회가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초기 단계에서는 동 자치지원관의 역할이 크다”고 덧붙였다. 대덕구에서 활동하는 한 동 자치지원관은 “주민과 행정기관의 연결 기능을 하고 마을 의제 발굴 등을 하려면 바쁘다”고 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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