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北 정찰총국 소속 직파 간첩, 탈북자 아닌 스님으로 위장했다

중앙일보 2019.07.25 10:34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한 탈북자 출연한 대남 선전방송.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사진 유튜브 캡처]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한 탈북자 출연한 대남 선전방송.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사진 유튜브 캡처]

북한에서 직접 남하한 ‘직파 간첩’이 붙잡힌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그가 스님 행세를 하며 국내에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가 아닌 종교인으로 위장한 것이다. 25일 공안당국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지난달 남파 간첩 용의자 A씨(40대)를 검거한 뒤 최근 검찰로 넘겼다.   
 
그는 남한을 비롯한 해외 공작활동 임무를 총괄하는 북한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총국 소속이다. 지난해부터 올 6월까지 국내에 머물러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스님으로 위장해 활동해왔다고 한다. 공안당국은 A씨가 수년 전에도 한국에 들어왔다 출국한 뒤 지난해 제3국에서 국적을 세탁하고 재입국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거된 A씨가 북측에서 어떤 지령을 받고 남하했는지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정원과 경찰은 검거 사실조차 철저히 숨기고 있다. 다만 검찰로 송치된 A씨는 조사과정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입증돼 앞으로 기소될 방침이다.   
 
A씨 검거를 놓고 대공·방첩 업무를 맡은 정보·보안 당국이 쉬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35명의 간첩이 붙잡혔다. 간첩을 포함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연평균 검거자 수는 28.6명이었는데, 현 정부 들어 검거 인원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2017년 단 한명도 없었고, 지난해 한명으로 알려졌다. 
 

고정·포섭 간첩이 아닌 직파 간첩 검거는 9년 만이다. 당초 엘리트 간첩 정경학(2006) 이후 처음으로 알려졌지만 2010년 1월 고(故)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려 탈북자 행세를 하다 적발된 동명관·김명호가 있다. 이둘 역시 정찰총국 소속이다. 오랜만의 검거 사실을 극도의 보안에 부친 것인데 정보·보안 당국이 대전환 국면을 맞고 있는 남·북 관계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까 숨긴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국정원 안팎에서는 검거를 계기로 거꾸로 A씨 대북 정보원으로 활용하려 체포사실을 철저히 비공개했다는 설명도 있다. 정보·보안당국 관계자는 “간첩 검거와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