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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대화 제의에 日 또 거절···한국의 WTO '빅픽처' 전략?

중앙일보 2019.07.25 07:52
WTO 회의장에 들어서는 김승호 대표 [연합뉴스]

WTO 회의장에 들어서는 김승호 대표 [연합뉴스]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참석한 정부 통상팀이 수출규제와 관련해 일본 측이 한국 측과의 대화를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있임을 회의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냈다. 구체적인 WTO 규범 조항을 열거해 추후 제소로 갔을 때 일본 측이 대비할 수 있도록 단서를 주는 것은 삼가면서 일본 측이 구체적인 이유나 설명도 하지 못한 채 한국과의 협의를 거부할 정도로 명분이 없다는 점을 부각하는 전략을 쓴 것이다.
 

김승호 실장, 日 경제국장 콕집어 협의 제안
의장에게 뜻 전달 요청…日 사유 없이 거부
"모든 회원국 앞에서 日 자신 없음 드러나"
日 경제국장 대신 주제네바 대사만 발언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일반이사회에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수석 대표로 참석했다. 김 실장은 이사회 후 간담회에서 “일본의 행위가 얼토당토않고 일본이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얼마나 자신이 없으며, 현재 한국 정부와의 관계에서 얼마나 비협조적인가를 일본의 행위로 입증하려 했다"고 말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일본 정부 대표로 파견된 야마가미 신고(山上信吾) 외무성 경제국장 [연합뉴스]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일본 정부 대표로 파견된 야마가미 신고(山上信吾) 외무성 경제국장 [연합뉴스]

 
 김 실장은 “안건 상정 이후 첫 발언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다뤘다. 자유무역 체제를 위협하고 전 세계에 해를 끼치므로 하루 속히 일본 측이 이 문제를 처리하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사안을 한국 정부는 우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실장은 이어 옆자리에 앉은 야마가미 신고(山上信吾) 일본 외무성 경제국장의 경력을 거론했다. 일본은 국장 위에 실장이 없기 때문에 양자 간 경제 대외관계를 총괄하는 최고위 공무원이 신고 국장이라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김 실장은 한국 측 상대가 바로 자신임을 밝힌 뒤 “그렇게 자신 있는 조치라면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제네바에 와 있으니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하자”고 말했다.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과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하라 준이치 일본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연합뉴스]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과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하라 준이치 일본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연합뉴스]

 
 김 실장은 특히 이사회 의장에게 이런 한국 정부의 협의 의사를 일본 대표에게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실장은 “거듭되는 한국 측의 협의 요청을 일본 측이 거절하거나 무시해왔다. 그래서 일반이사회의 모든 회원국이 앉아 있는 자리에서 의장을 통해 대화 제안을 일본 대표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의 제안 이후 일본 측에선 야마가미 국장이 마이크를 잡지 않고,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주제네바 일본 대표부 대사가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한 조치이고, WTO에서 거론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기존 주장의 반복이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 회의장 전경 [연합뉴스]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 회의장 전경 [연합뉴스]

 
 이후 오찬을 위해 2시간 휴회한 후 회의가 재개됐을 때 의장이 안건 논의를 끝내려 하자 김 실장은 발언을 요청해 일본 측에 협의에 대한 답을 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하라 일본 대사는 명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한국의 대화 제의를 거절했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일본 대표의 저런 행동은 지금까지 우리의 대화 요청에 보였던 기존 행동과 마찬가지다. 상대국 최고위 관료가 제안한 논의마저 거절하는 것은 자기 행동의 결과를 직시할 수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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