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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도 '한국 탈출'…“삼성전자 대신 구글ㆍ디즈니 산다”

중앙일보 2019.07.25 06:00
 아마존ㆍ마이크로소프트(MS)ㆍ월트디즈니ㆍ비자ㆍ소프트뱅크.
 

수익률ㆍ성장성, 해외 종목이 우세
국내 기업 실적, 산업 전망 나빠지며
1~6월 미국 주식 매수 약 69억 달러
수수료 인하, 분석 보고서 내놓으며
증권사도 투자자 사로잡기 경쟁 중

 최근 주식 투자자들의 시선이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옮겨가고 있다. 그동안의 수익률과 향후 성장성에 있어 해외 우량 종목이 국내 종목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증권사도 이런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최근 들어 해외주식 분석자료를 많이 내놓고, 해외 주식 거래 수수료를 낮추는 등 '투자자 모시기'에 나섰다.
 
 24일 이노정 한국투자증권 삼성동PB센터장은 "과거 국내 개별 종목에 투자했다가 실패를 맛볼 때마다 '삼성전자 사놓고 기다릴걸' 하며 후회했던 고객들이 요즘엔 'MS나 구글 사두고 기다리지 뭐'라는 식으로 바뀌었다"며 "시장을 분석하고 주식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요즘 해외 주식으로 비교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제로 미국 등으로 대표되는 해외 주식 투자는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수금액은 68억5957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61억9865만달러)와 비교하면 10.7% 늘었다. 2017년 상반기(27억5012만달러)와 비교해도 149.4% 급증했다.
 
 투자자들이 살펴보는 해외 종목들도 다양해졌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유럽 등 여러 국경을 넘나든다. 업종도 다채롭다. IT부터 금융회사, 소비재 업체까지 여러 기업을 망라한다. 
 
 삼성증권이 최근 투자자 4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장기투자 대상 종목으로 평안보험(2.5%), 페이스북(2.1%), JP모간(2.1%), 유나이티드헬스(2.1%), LVMH(2.1%), 블리자드(2.1%) 등을 꼽았다. 
 
 단기투자 대상 종목으로 비자(9.1%), 우버(6.8%), 마이크론(5.8%), 구글(3.5%), 애플(2.3%), 코스트코(2.3%) 등을 선호해 시각차를 드러냈다. 
 
 아마존과 MS, 월트디즈니, 소프트뱅크 등은 장·단기 투자를 염두에 둔 투자자가 모두 긍정적으로 보는 종목으로 꼽혔다.
 
삼성증권 고객들이 선정한 유망 해외주식 [삼성증권]

삼성증권 고객들이 선정한 유망 해외주식 [삼성증권]

 
 국내 투자자가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건 결국 수익률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 연구위원은 "최근 5년 정도 시계열을 놓고 본다고 하면, 미국 70%, 중국 40%의 수익률을 거둘 때 한국의 수익률은 27%에 불과했다"며 "수익률 격차가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자산으로 눈을 돌리게 한 직접적 계기"라고 말했다.
 
 기업 실적에서도 격차가 크다. 김일혁 KB증권 글로벌주식팀장은 "재작년 기준으로 분기마다 1조원씩 버는 회사가 한국에 3개 있었다면 미국엔 100대 기업 전부가 그만큼을 벌었다"며 "한국 시장 자체가 크지 않다 보니까 새로운 것이 나와서 돈을 벌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조선과 건설, 화학 등 국내 주력 산업이 약해진 측면이 주식 전망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부진 등으로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역성장하는 등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앙포토]

투자 부진 등으로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역성장하는 등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앙포토]

 
 국내 산업 전망이 어두운 것도 해외 시장과 종목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문남중 연구위원은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 아래서 최근 5년 이상 실적이 안정적으로 움직이면서 자기 분야에서 독보적 영역을 구축한 기업은 대부분 해외 기업"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기조가 계속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성장성 측면에서 국내보다는 해외 기업 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의 이런 수요에 발맞춰 국내 증권사가 발 빠르게 움직인 것도 해외 주식 붐이 이는 데 한몫했다. 
 
 김일혁 팀장은 "예전에는 투자자들이 미국이나 중국 주식 정보를 파악하려면 해당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했지만 최근에는 한국어로 나온 증권사 정식 보고서가 많아지면서 투자 환경이 훨씬 나아졌다"며 "증권사 간 해외주식 경쟁이 생기면서 수수료도 많이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증권사들은 경쟁적으로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를 인하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은 해외주식 거래 때마다 부과했던 최소수수료를 최근 폐지했다. 삼성증권도 곧 최소수수료를 폐지할 계획이다. 이들 증권사는 미국·중국·홍콩·일본 등 주요국 주식 거래당 0.25~0.4% 수준(온라인 기준)의 정률 수수료만을 부과한다.
 
 잠재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이벤트도 많다. 대신증권은 크레온 비대면 해외주식계좌를 신규 개설한 고객이 해외주식을 1000만원 이상 거래하면 미국주식 거래수수료를 평생 면제해주는 이벤트를 9월 말까지 진행한다. 키움증권 또한 비대면계좌 보유고객 중 미국주식 거래 경험이 없는 고객을 대상으로 거래 신청 시 40달러(약 4만7000원)를 입금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해외 주식 거래 증가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고객과 증권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노정 센터장은 "10년 전과 비교해 한국인이 금융자산 비중을 키운 것은 확실한데 국내 시장으로는 수요를 소화할 수 없다 보니 물이 넘쳐 흐르듯 해외 주식 시장으로도 (자금이 흘러) 가는 것"이라며 "고객들과 증권사 전체의 니즈가 손뼉 치듯 맞아서 지금과 같은 현상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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