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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가 두렵지 않다"…中 동네수퍼 이유있는 허세

중앙일보 2019.07.25 05:00
항저우 절강대 앞 동네 슈퍼. '티몰 소매점' 간판을 달고 알리바바와 협업 중이다. 김영주 기자

항저우 절강대 앞 동네 슈퍼. '티몰 소매점' 간판을 달고 알리바바와 협업 중이다. 김영주 기자

중국 항저우시 시호(西湖)구 절강대학교 정문 앞에서 동네슈퍼 '워이쥐인'을 운영하는 황하이동(48)씨는 2년 전 6만 위안(약 1000만원)을 들여 가게를 새로 단장했다. 어지럽게 널린 상품을 카테고리별로 정리해 전면에 컵라면·스낵류 등을 내세우고, 안쪽엔 생활용품을 배치했다. 카운터 앞 진열대엔 '티몰 인기', '티몰 점장 추천' 상품을 진열했다. 알리바바 빅데이터에서 추출한 '소비 트렌드'에 따른 배치다. 간판도 알리바바의 고양이 아이콘이 새겨진 '티몰소매점(天猫小店) 워이쥐인'으로 고쳐 달았다. 
 

[세계유통 아마겟돈 2]

카운터 앞에 진열한 '티몰추천' 상품. 김영주 기자

카운터 앞에 진열한 '티몰추천' 상품. 김영주 기자

황씨는 "새 단장 후 매출이 50% 늘었다. 투자한 돈을 반년 만에 회수했다"고 했다. 또 "주변에 슈퍼와 편의점이 여럿 있지만, 우리 가게가 더 경쟁력 있다. 다른 슈퍼보다 깔끔하고, 편의점보다 종류가 다양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알리바바를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추천 상품을 통해 젊은 층이 늘었고,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알리페이도 매출이 오른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티몰 소매점은 알리바바가 추구하는 '신유통'의 연장선이다. 동네 슈퍼와 소비자 데이터 공유 등 협업을 통해 유통 생태계를 넓히는 게 목표다. 마윈은 2016년 '신유통(New Retail)'을 도입하며 소매점 시장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했다. 소매업에 진출해 잔돈푼을 거둬들이기보단 신유통 인프라를 구축해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포석이다.  
 
그래서인지 중국의 소상인·자영업자는 알리바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신유통의 거점, 허마셴셩 주변 가게도 그렇다. 허마 건너편엔 샤오롱샤(민물 가재) 주 메뉴로 하는 음식점이 줄지어 있다. 깔끔한 외관을 한 프랜차이즈 음식점, 간이 테이블을 놓고 장사하는 선술집 모두 샤오롱샤가 메인이다. 가격은 128위안(약 2만1000원·1.5kg 기준)으로 허마와 비교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한 선술집 직원 웨이씨는 "(허마를)신경 쓰지 않는다. 허마에 가는 사람과 우리 가게를 찾는 사람은 다르다"고 했다. 실제로 허마의 영업이 끝난 평일 오후 11시에도 선술집은 불야성을 이뤘다.  
 
심준석(54)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은 "중국에서 대형 유통점이 영세 자영업자를 위협한다는 얘기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는다. 소비자 타깃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마는 고소득 직장인과 시간을 쪼개 쓰는 맞벌이 가구에서 많이 이용한다. 사무실에서 주문하고 퇴근시간에 맞춰 배달되는 게 장점"이라며 "반면 가격이 조금 비싸 재래시장·마트를 선호하는 사람이 아직은 더 많다"고 했다. 또 "중국은 여전히 경제성장률이 6~7%에 달해 고루 잘 되는 편"이라고 했다.  
 
알리바바, 동네 슈퍼와 빅데이터 공유 '상생' 
알리바바에 따르면 중국엔 130만개의 편의점(독립 브랜드 포함)과 680만개의 영세 슈퍼가 있다. 또 그보다 많은 음식점이 있다. 신유통은 이를 모두 디지털 세계로 끌여들여 알리바바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허마와 같은 온·오프라인이 결합한 신선식품 매장을 선보인 진짜 이유다.  
 
식품 배송 플랫폼 '어러머', 물류기업 '이궈(易果)', 일반 소매·외식업소를 신유통으로 끌어들이는 디지털 소싱 플랫폼 '링쇼우통(零售通·LST)'이 알라비바 생태계를 이끄는 톱니바퀴다.  
 
알리바바 생태계. [사진 알리바바]

알리바바 생태계. [사진 알리바바]

특히 배달 플랫폼과 자체 라이더를 확보한 어머러는 알리바바 생태계에서 급부상했다. 알리바바는 어머러를 통해 중국 내 식품 배송 시장 50% 이상을 점유해 전국 어디서나 주문 30분 이내 배송이 가능하도록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어머러 라이더는 300만명(파트타임 포함)에 달한다. 심 지부장은 "중국의 무기는 사람"이라며 "알리바바 계열의 어머러, 텐센트 계열의 메이퇀((美團) 등 배달 플랫폼은 3km 이내 배송료 5위안(약 900원)을 앞세워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링쇼우통(零售通·LST)'이 그렇다. 알리바바가 2017년 선보인 링쇼우통은 동네 슈퍼와 데이터를 공유한다. 알리페이 결제 시스템을 지원해 신유통의 경계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를 위해 배달 앱 '어러머', 콜드 체인(Cold Chain) 물류기업 '이궈(易果)' 등 수많은 유통·물류 기업과 플랫폼이 알리바바 생태계에 공존한다. 특히 어머러를 통한 배달 체인은 필수적이다.  
 
지난 5월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2018 전자상거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온라인쇼핑 매출은 9조위안(약 1500조원)으로 2017년보다 2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식품·외식 매출이 전년보다 34% 증가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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