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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64%, 혼다 -59%…유독 일본차만 고객 줄었다

중앙일보 2019.07.25 05:00 경제 2면 지면보기
확대하는 일본車 불매운동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후 중고차 매물이 2배 늘어난 인피니티 Q50 [사진 닛산자동차]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후 중고차 매물이 2배 늘어난 인피니티 Q50 [사진 닛산자동차]

 

“내가 타던 일본차 팔아달라”
중고차 매물 2배 급증
인피니티·캠리 등 경매 쏟아져
반면 중고차 딜러 입찰은 -30%
신차 견적 의뢰도 렉서스 -64%

지난 1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촉발한 한·일 갈등 이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 판매량이 실제로 줄었는지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7월 통계를 집계·발표하는 8월 5일 정확히 알 수 있다. 다만 일본차 불매 운동에 동참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통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차 비교 견적 구매 플랫폼 겟차의 기업부설연구소가 자사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를 분석한 결과가 대표적이다. 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지난 보름(1일~15일) 동안 일본차를 구매하겠다며 견적을 의뢰한 사례는 1374건이다. 이는 일본 수출 규제 직전 보름간(6월 16일~30일) 동일한 브랜드 견적을 의뢰한 건수(2341건)와 비교하면 41% 감소한 수치다.
 
감소하는 일본차 브랜드 견적 의뢰. 그래픽 = 박경민 기자.

감소하는 일본차 브랜드 견적 의뢰. 그래픽 = 박경민 기자.

 
이를 두고 겟차기업부설연구소는 “7월 들어 일본 자동차 견적을 문의하는 국내 고객이 급감했다”며 “인과 관계 분석은 더 필요하겠지만, 유독 일본 브랜드만 줄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차 견적 의뢰 41% 감소
 
일본 제품 불매 운동 확산 후 도요타 캠리는 중고차 딜러에게 상대적으로 외면받고 있다. [사진 한국도요타]

일본 제품 불매 운동 확산 후 도요타 캠리는 중고차 딜러에게 상대적으로 외면받고 있다. [사진 한국도요타]

 
특히 도요타자동차의 고급브랜드 렉서스 차량에 대한 견적 문의가 가장 많이 줄었다. 평소 보름간 500건 안팎의 견적 문의가 들어왔지만, 이달 들어서 보름간 문의건수(174건)가 64% 감소했다는 것이 이 연구소 분석이다.  
 
다른 일본 자동차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혼다(-59%)·도요타(-38%)·닛산(-17%) 등 주요 자동차 브랜드 견적문의가 일제히 감소했다. 다만 닛산자동차의 고급브랜드 인피니티만 관심을 보인 소비자가 늘었다(+7.0%). 이에 대해서 겟차기업부설연구소는 “닛산자동차가 최근 일부 인피니티 모델에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적용하면서 관련 문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日 중고차, 입찰자는 줄고 매물은 늘고 
 
중고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고차 매매업체 헤이딜러가 24일 일본 제품 불매운동 전후로 일본산 중고차 인기도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중고차 딜러가 일본산 대표 차종을 구입하겠다고 입찰한 경우는 최대 30% 감소했다.  
 
렉서스는 일본차 불매운동의 대표적인 타깃이다. 사진은 렉서스 ES300h 선보이는 배우 현빈. [사진 도요타자동차]

렉서스는 일본차 불매운동의 대표적인 타깃이다. 사진은 렉서스 ES300h 선보이는 배우 현빈. [사진 도요타자동차]

 
이 업체가 일본 불매운동 직전 3주(6월 1일~21일)와 불매운동 직후 3주(7월 1일~21일) 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렉서스의 중형세단 ES300h 입찰자가 가장 많이 감소했다(-30%). 인피니티의 중형세단 Q50(-25%)과 도요타의 중형세단 캠리(-15%)도 중고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다.
 
박진우 헤이딜러 대표는 “중고차 시장에서 일본차 소유주가 내놓은 매물은 증가하고 있는데, 이 차를 사겠다는 딜러는 줄어들고 있다”며 “일본 자동차 불매운동이 신차 판매량뿐 아니라 중고차 시장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차, 사려는 사람은 줄고 팔려는 사람은 늘어. 그래픽 = 박경민 기자.

일본차, 사려는 사람은 줄고 팔려는 사람은 늘어. 그래픽 = 박경민 기자.

 
실제로 일본차를 소유한 사람이 중고차 시장에 자신의 차량을 팔겠다고 내놓는 매물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30건의 중고차 매물이 나왔던 인피니티 Q50은 이달 들어 신규 매물(68대)이 2배 이상 증가했고, 도요타 캠리(23건→38건)와 닛산 알티마(35건→52건)도 각각 50% 안팎 출품건수가 증가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과 교수는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일본차 주차를 금지하고, 일본 차량에 해코지를 하는 사례까지 있다”며 “한일 관계가 경색되는 한 당분간 일본차 불매운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적대감·분노를 일본차에 표출”
 
렉서스 GS300 차량 지붕에서 쇠파이프를 내리치는 모습. [유튜브 캡처]

렉서스 GS300 차량 지붕에서 쇠파이프를 내리치는 모습. [유튜브 캡처]

 
한편 23일 오후 7시 인천 남동구 구월동 수협사거리에서 구월동 먹자골목 상인회가 자발적으로 개최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 행사에서 일본산 차량을 파괴하는 퍼포먼스가 벌어지기도 했다. 구슬픈 강원도 민요 ‘한오백년’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2006년식 렉서스 GS300 차량을 쇠파이프로 내려쳤다. 차량이 부서지자 이들은 삼베로 관을 짜는 것처럼 흰 천으로 차량을 덮고 차량에 불을 붙였다. 이들은 “렉서스는 일본의 대표적인 브랜드”라며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많이 참석해 주시고 함께 해달라”고 외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다른 재화와 비교할 때 차량은 가격이 비싸고 자신의 지위를 과시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라는 특징이 있다”며 “이러한 특징을 고려해서 일본에 대한 적대감과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대상으로 유독 자동차를 선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희철·임성빈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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