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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군용기 영공 침범 증거, KF-16 카메라는 알고 있다

중앙일보 2019.07.25 00:10 종합 4면 지면보기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4일 서울 용산국방컨벤션에서 열린 2019 전반기 방산업체 CEO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이날 정 장관은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면담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4일 서울 용산국방컨벤션에서 열린 2019 전반기 방산업체 CEO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이날 정 장관은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면담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4일 전날 러시아의 독도 영공 침범과 관련해 “조종사 교신 음성 내용을 확보하고 있으며, 플레어 발사 사진, 레이더 영상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경고 사격 통제 음성도 확보하고 있다. 이 음성은 ‘무엇을 하겠다’ ‘무엇이 끝났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자료를 열람시켜 우리의 영공을 침범한 사실을 입증시킬 테니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는 게 우리의 요구사항”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 같은 요구사항을 전하기 위해 25일 러시아 측과 실무협의를 한다.
 

A-50 전방 1㎞ 360발 경고사격 등
DVR, 블랙박스처럼 비행 내내 찍어
레이더에도 침범 시각·거리 기록

군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의 조기경보통제기인 A-50이 독도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독도로부터의 거리, 시각 등이 레이더 기록으로 남아 있다. A-50이 독도의 약 12.9㎞까지 접근했다는 사실을 발표한 것도 이를 통해서다. 육지로부터 12해리(약 22㎞)까지인 영공에 포함되는 거리다. 우리 공군기가 A-50을 상대로 기동했을 때의 영상 자료도 물증이다. 당시 출격한 F-15K, KF-16의 디지털비디오레코더(DVR)에 영공을 침범한 A-50의 모습이 찍혔다고 한다. DVR은 일종의 블랙박스로 비행 내내 작동된다. 작전 평가와 전과 확인을 위한 목적이다.
 
KF-16

KF-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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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따르면 이번 경고사격은 4단계에 해당한다. 1단계 경고방송, 2단계 진로차단, 3단계 경고비행을 거쳐 4단계 경고사격이 이뤄진다. 그래도 불응하면 요격이나 강제 착륙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경고사격은 공격 직전이라는 경고다. 이번에 공군의 KF-16은 A-50 전방의 1㎞ 앞에 경고사격을 했다. 전직 공군 관계자는 “공중에서 1㎞ 전방에 경고사격을 하려면 아주 가까이 붙어서 비행해야만 한다. 그만큼 긴박하게 기동했다는 방증”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조준 요격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KF-16은 A-50의 1000ft(약 300m) 거리에서 차단 비행을 했고 이후엔 A-50을 앞질러 나가면서 밀어내기를 시도했다.
 
이날 합참의 국회 보고에 따르면 경고사격은 지휘통제실에서 실시간 보고를 받던 박한기 합참의장이 최종 지시를 내렸다. 청와대는 당일 오전 9시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영공 침범이 이뤄진 9시9분에 즉각 상황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사전이건 직후이건 청와대에 당연히 경고사격 보고가 올라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KF-16의 경고사격은 1차로 80여 발, 2차로 280여 발 등 총 360여 발이었다. 우리 전투기의 20㎜ 기관포에선 1초에 최대 100여 발이 발사된다고 한다. 따라서 1차 80여 발과 2차 280여 발 발사는 분 단위로 사격한 건 아님을 뜻한다. 러시아가 영공 침범을 끝까지 부인할 경우 ‘물증’을 일반에 공개하는 방안도 군 안팎에서 거론된다. 군 관계자는 “러시아 측과 실무협의를 해 본 뒤 논의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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