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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한국인 2명 탄 러시아 배 억류…송환요청 7일째 무응답

중앙일보 2019.07.25 00:04 종합 12면 지면보기
러시아 홍게잡이 어선 ‘샹 하이 린’ 8호. 이 배는 지난 16일 속초항에서 출발해 러시아로 향하던 중 기관 고장으로 동해상에서 표류, 북한 당국에 억류됐다. [사진 SAKH.COM]

러시아 홍게잡이 어선 ‘샹 하이 린’ 8호. 이 배는 지난 16일 속초항에서 출발해 러시아로 향하던 중 기관 고장으로 동해상에서 표류, 북한 당국에 억류됐다. [사진 SAKH.COM]

우리 국민 2명이 승선한 러시아 어선이 북한에 억류됐다고 정부가 24일 밝혔다.
 

정부, 9번 요청했지만 답 없어
러시아 통해 신변 안전 파악
북한, 한·미 훈련 핑계대며
정부의 쌀 5만t 지원도 거부

통일부에 따르면 300t급 러시아 어선 ‘샹 하이 린’(XIANG HAI LIN) 8호는 지난 16일 오후 속초항을 출발해 러시아 연해주 자루비노항으로 향하던 중 17일 기관 고장을 일으켜 표류하다 북측에 예인됐다. 당시 러시아 승조원 15명과 우리 국민 2명이 어선에 타고 있었다. 해당 어선은 홍게잡이 배로 알려졌다. 이날로 8일 째 억류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 국민은 50·60대 남성 2명으로, 어업 기술 지도 감독관 자격으로 승선했다”며 “현재 신변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통일부와 러시아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17일 해당 어선을 원산으로 이동시켰으며, 승조원들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 국민을 포함해 승조원들이 안전한 장소에서 조사를 받고, 북측이 제공한 숙소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며 “러시아가 북한 주재 대사관을 통해 승조원 귀환 조치 등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외교부도 이날 “주북 러시아 대사관 당국자가 22일 원산으로 가 어선 선장과 한국인 2명을 포함한 승조원들을 만났다”며 “모두 건강한 모습이었다”고 밝혔다.
 
북한에 나포된 러시아 어선 추정 경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북한에 나포된 러시아 어선 추정 경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북한이 어선 억류와 관련, 러시아 측에 협조적인 것과 달리 우리 정부에는 이날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앞서 18일 오후께 선박 나포 소식을 접한 후, 선박 선사의 국내 대리점을 통해 한국인의 탑승 사실을 확인하고, 이날 저녁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어선 억류 사실 확인과 우리 국민의 귀환을 요청했다. 19일에도 대한적십자사(한적)회장 명의로 같은 내용의 대북통지문을 보냈다.  
 
통지문에는 남측 인원이 안전하게 일정을 재개하거나 귀환하도록 조속히 조치해 달라는 것과 북측이 선박을 데려간 경위를 설명해 달라는 요청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로도 연락사무소 남북 연락관 사이 오전·오후 접촉 때마다 우리 국민 귀환 조치를 요청했다. 정부는 모두 9차례 회신 및 송환 요청을 했지만, 북한은 24일 오후 현재까지 무응답이다.
 
정부는 러시아 당국을 통해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을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러시아 당국이 확인한 내용을 외교 경로를 통해 (우리 측에)신속히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한국 정부에 대한 무응답은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남북관계를 전면 닫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정부의 유엔 세계식량계획(WFP)를 통한 쌀 5만t 지원도 한·미 연합훈련 핑계를 대며 거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 어선이 억류된 만큼 북한이 러시아 측과 협의해 어선과 승조원 귀환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고장난 어선 수리가 되면 곧바로 출항할 수도 있고, 여의치 않을 경우 승조원들 먼저 귀환 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처럼 한국인이 외국 국적 선박에 승선했다가 북측 수역에서 억류된 경우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10년 동안 한국 국적 선박이 북측 수역으로 들어갔다 나포된 뒤 송환된 것은 2010년 8월 ‘대승호’와 2017년 10월 ‘흥진호’ 두 사례가 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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