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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고 9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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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이혼하면서 연금 분할, 전 배우자 숨지면 연금은 어디로

중앙일보 2019.07.25 00:02 종합 20면 지면보기
A(73)씨는 1990년 국민연금에 가입했다. 15년 10개월 보험료를 부었고, 2006년 7월 만 60세가 되면서 매달 37만4000원의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부부 사이에 불화가 생겨 2011년 7월 이혼했다. 배우자 B(당시 61세)씨는 이혼 직후 연금 분할을 신청했고 다음 달부터 A씨 연금의 절반인 18만7000원을 받았다. 국민연금법에 보장된 분할연금 규정에 따라 연금을 나눴다. 그러다 B씨는 2017년 10월 지병으로 사망했다. 그동안 분할연금으로 1587만원을 탔다.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국민연금은 그대로 소멸되지만
공무원·사학은 원래 수령자에 유턴
국민연금도 유턴하는 법안 나와
“유족연금 주는 게 맞다” 의견도

이 경우 B씨의 연금은 어떻게 될까. 자동으로 소멸한다. 만약 A씨가 공무원연금 수령자면 다르다. B씨의 분할연금은 전 남편에게 되돌아간다. 일종의 ‘연금 유턴’이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이나 별정우체국연금도 유턴이 된다. 군인연금에는 분할연금 제도가 없다. 국민연금도 2007년 7월 이전까지는 유턴했다. 당시 분할연금에 변화가 있었다. 분할연금 수령자가 재혼하면 연금이 사라졌다. 다른 배우자와 혼인하기 때문에 분할연금을 계속 받을 자격이 없다고 봤다. 이게 여성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재혼해도 분할연금을 계속 받도록 법이 바뀌었다. 분할연금 수령자의 88%가 여성이다. 이렇게 바꾼 이유는 분할연금의 독립적 성격을 강화하는 조치였다. 같은 취지에서 유턴 제도를 폐지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이 유턴 제도를 되살리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김 의원은 “공무원연금은 분할연금 수급권이 소멸하면 배우자이던 사람에게 분할되기 전의 연금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데 반해 국민연금은 돌아가지 않는다”며 “국민연금을 분할하기 전 금액으로 지급함으로써 수급권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분할연금은 총 연금액에서 혼인 기간 해당분을 산출해 이를 절반씩 나눈다. 가령 20년 국민연금에 가입했고 혼인 기간이 18년이라면 18년 치 연금액을 뽑아 이를 반씩 나눈다. 혼인 기간이 최소 5년 이상 넘어야 하고 만 62세가 돼야 분할연금을 받는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민연금 분할연금 수령자는 3월 기준 2만9444명이다. 공무원연금(2016년 시행)은 363명이다. 황혼이혼이 증가하면서 따라서 늘어난다. 남편 연금을 아내가 나누는 경우가 많다. 국민연금의 분할연금 수령자 중 여성이 2만6028명, 남성 3416명이다. 공무원연금은 여성 344명, 남성 19명이다. 국민연금의 분할연금 수령자가 숨지면서 연금이 소멸한 경우가 2017년 72명에 달한다. 이들의 평균 소멸 연금은 21만6900원이다. 그 전에는 한 해에 20명 안팎이었다. 공무원연금의 분할연금은 시행한 지 얼마 안 돼 아직 유턴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선진국에서 분할연금의 유턴을 인정하는 데가 별로 없다. 독일은 예외적으로 분할연금을 받은 지 3년이 안 돼 숨졌을 경우 유턴을 신청하면 가능하게 돼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김광수 의원실은 “2017년 기준으로 분할하기 전 평균 연금이 48만원인데, 이혼하면서 분할하고 나면 29만원으로 줄어든다. 이것만으로 노후 소득보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되돌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1인 가구 최저생계비(51만원)에 턱없이 못 미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분할연금 유턴을 반대한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 종합계획에서 분할연금의 독립적 재산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혼인 기간이 1년(지금은 5년)만 넘어도 분할할 수 있고, 62세에 연금을 분할하지 않고 이혼하자마자 연금 가입 기간을 나누도록 법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가입 기간을 나누면 유턴 얘기가 더 나오기 힘들어진다.
 
최승현 복지부 연금급여팀장은 “공무원연금은 일신전속권적 성격이 강한 퇴직연금이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성격이 다르다. 분할연금을 유턴하는 게 아니라 독립적 성격을 강화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일신전속권(一身專屬權)이란 해당 주체와 관계가 매우 긴밀하여 다른 사람에게 귀속될 수 없는 권리를 말한다. 복지부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전 배우자에게 분할연금을 귀속(유턴)시키기보다 유족에게 유족연금 수급권을 주는 쪽으로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연금을 분할해준 사람(주로 남성)이 숨지면 유족연금이 발생한다. 숨진 사람의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40~60%가 유족연금으로 나온다. 배우자(사실혼 포함)·25세 미만 자녀·60세 이상 부모 등이 받는다. 하지만 분할 받은 사람이 숨지면 유족연금이 생기지 않는다. 평균 분할연금액은 19만원이다. 88%가 여성이다. 이들이 숨진 후 가족 보호가 우선이라는 게 복지부의 시각이다.
 
전문가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현 비서관(정춘숙 의원실)은 “이혼 때 재산을 나누듯 분할연금도 재산분할로 봐야 한다.  
 
이미 나눈 재산권인데, 이를 전 배우자에게 유턴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분할연금 수령자가 숨지면 유족연금을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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