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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어닝쇼크 시작됐다…에쓰오일 적자 전환

중앙일보 2019.07.24 13:58
에쓰오일이 2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이 하락한데다 제품 공급과잉까지 겹치면서다. 지난달 준공한 에쓰오일의 울산 고도화시설 전경. [사진 에쓰오일]

에쓰오일이 2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이 하락한데다 제품 공급과잉까지 겹치면서다. 지난달 준공한 에쓰오일의 울산 고도화시설 전경. [사진 에쓰오일]

정유업계의 ‘어닝쇼크(급격한 실적 악화)’가 현실화하고 있다.
24일 에쓰오일을 시작으로 현대오일뱅크(24일)·SK이노베이션(26일)·GS칼텍스(8월 8일) 등 2분기(4~6월)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다. 고유가와 정제마진 하락, 제품 공급과잉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수익성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에쓰오일은 이날 2분기 실적발표에서 매출액 6조2573억원, 영업이익 90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1474억원 적자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6조31억원)은 15.3% 늘었지만 영업이익(4026억원)·순이익(1632억원)은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정유사 수익의 결정적 요인인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생산비용 뺀 금액)이 크게 하락하면서 정유사의 실적 악화는 예상됐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상반기 설비 투자와 정기보수로 정상 가동이 되지 못했고 정제마진이 하락하면서 실적이 악화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이 총평균법을 적용하는 다른 정유사와 달리 선입선출법(FIFO·First In First Out)으로 회계처리를 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총평균법은 회기 초 재고자산 금액과 회기 중 재고자산 금액의 평균원가를 산출하는 방식이지만 선입선출법은 장부상 먼저 입고된 것부터 판매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선입선출법을 적용하면 유가가 떨어질 땐 실적이 더 부진하다.  
팔수록 손해 나는 정제마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팔수록 손해 나는 정제마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다른 정유사의 실적 전망도 어둡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8.7% 하락한 5498억원으로 예상됐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영업흑자는 예상되지만 지난해 대비 ‘반 토막’ 난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정제마진 하락이다. 정유업계에선 정제마진이 배럴당 4달러일 때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정제마진이 이보다 떨어지면 제품을 생산할수록 손해가 난다는 의미다. 올 상반기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2달러대에 그쳤다. 미국의 원유 생산이 늘어나고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제품 수요가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수년간 유화업계의 수익을 견인했던 파라자일렌(PX) 시황이 악화한 것도 실적 악화의 원인이다. 합섬섬유나 페트병 소재인 테레프탈산의 원료인 PX는 지난해까지 정유사의 효자상품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국이 PX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증설에 나서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수출은 줄었다. 중국은 2021년까지 PX설비를 1660만t 규모로 늘릴 예정이다.  
 
중국의 파라자일렌 설비 증가는 국내 정유사의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케미칼 혼합자일렌 생산공장 전경. [사진 현대오일뱅크]

중국의 파라자일렌 설비 증가는 국내 정유사의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케미칼 혼합자일렌 생산공장 전경. [사진 현대오일뱅크]

올 상반기 정유업계의 석유제품 수출은 양(量) 면에서 선방했지만 수익성은 악화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7% 감소한 2억3530만배럴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상반기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하지만 수출금액으론 8% 하락한 172억8000만달러에 그쳤다. 올 상반기 석유제품의 수출단가는 배럴당 73.6달러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5.8%나 떨어졌다.
 
하반기엔 정제마진이 안정되고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규제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사진은 미국 텍사스의 원유 채굴설비 모습. [AP=연합뉴스]

하반기엔 정제마진이 안정되고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규제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사진은 미국 텍사스의 원유 채굴설비 모습. [AP=연합뉴스]

3분기 들어 정제마진이 조금씩 상승하는 분위기여서 하반기 실적은 상반기보다 개선될 것이란 게 정유업계의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6월 셋째 주 배럴당 2.8달러에 그쳤던 정제마진이 7월 첫째 주 6달러까지 올랐고 여름 휴가철 등을 맞아 세계 석유제품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어서 3분기 이후엔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석유협회도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배출규제인 ‘IMO 2020’에 따라 하반기부턴 저유황 연료유 등도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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