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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비친 늙은 영감, 그게 나라고?

중앙일보 2019.07.24 10:00
[더,오래] 강인춘의 웃긴다! 79살이란다(40)
[일러스트 강인춘]

[일러스트 강인춘]


내 나이가 79살이라니? 미쳤어, 정말!


요즘 나는 경기(驚氣)를 자주 한다.
TV를 보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산책하다가도,
마누라와 식탁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깜짝깜짝 놀란다.
심지어 잠을 자다가도 벌떡 깨어나 앉아 가슴을 쓰다듬는다.
도저히 내가 내 나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웃기는 거 아니야?
내 나이가 79살이라니?
내 나이가 79살이라니? 그게 말이나 돼? 미쳤어, 정말!
 
때로는 혹여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허벅지 살을, 아니 볼때기 살을 아프도록 꼬집어본다.
아프다! 정녕 꿈은 아니다.
 
많은 사람은 이런 나를 보고 치매?
그렇지 않으면 실성을 하지 않았나? 라고 수군 댈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담 확실히 정신이 말짱하기만 하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화장실을 들락거릴 때마다 거울을 들여다본다.
코가 거울에 박힐 정도로 아주 가까이서 들여다본다.
거울엔 굵은 주름과 검은 저승 점으로 엉켜있는 늙은 영감 하나가
초라하게 서 있지만 나는 그것은 내가 아니라고 끝끝내 부정하면서
황급히 화장실을 탈출한다.
 
나 자신의 생각이 너무 이율배반적일까?
화장실 그 녀석이 나라는 것은 너무나 모순된 억지현상이다.
억울하다. 신에게 묻고 싶다.
나는 지금도 정말 50대 청년이겠거니 활개 치며 살고 있는데 말이다.
내 나이 ‘79살’은 괜한 헛소리일 뿐이다.
나는 정말 미치지 않았다.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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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춘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필진

[강인춘의 웃긴다! 79살이란다] 신문사 미술부장으로 은퇴한 아트디렉터. 『여보야』 『프로포즈 메모리』 『우리 부부야? 웬수야?』 『썩을년넘들』 등을 출간한 전력이 있다. 이제 그 힘을 모아 다시 ‘웃겼다! 일흔아홉이란다’라는 제목으로 노년의 외침을 그림과 글로 엮으려 한다. 때는 바야흐로 100세 시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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