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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지상파 살림에 재방송이 효자?

중앙일보 2019.07.24 08:00
케이블 채널 MBC에브리원에서 본방송한 뒤 MBC에서 재방송하는 '세빌리아의 이발사'. [사진 MBC에브리원]

케이블 채널 MBC에브리원에서 본방송한 뒤 MBC에서 재방송하는 '세빌리아의 이발사'. [사진 MBC에브리원]

케이블은 본방, 지상파서 재방
재방송의 가치가 재평가받고 있다. 제작비 상승, 광고시장 분산 등으로 방송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재방송이 각 방송사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MBC는 자회사인 케이블 채널 MBC에브리원이 제작하는 ‘세빌리아의 이발사’ 의 재방송을 19일부터 정규 편성했다. 매주 목요일 밤 10시10분 MBC에브리원에서 방송한 ‘세빌리아의 …’를 다음날인 금요일 밤 8시30분에 MBC에서 재방송한다. 정규 편성 첫 날인 19일 시청률은 2.3%(닐슨미디어 조사 결과). 전주 같은 시간 방송됐던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회식 중계 시청률(1.8%)을 뛰어넘은 것은 물론, 이 시간대 정규 방송이었던  ‘다시 쓰는 차트쇼 지금 1위는?’의 평균 시청률 2.47%와 엇비슷한 성적이다.
 
방송사 파업 때도 요긴한 구원투수 
자사 케이블 채널의 인기 프로그램을 재방송 형식으로 지상파에 정규 편성하는 MBC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재방송이  MBC에 정규 편성된 바 있다. 당시엔 파업 기간 응급 조치의 성격이 강했다. ‘어서와…’는 2007년 개국한 MBC에브리원에서 사상 처음으로 시청률 2%, 5% 벽을 깬 히트 프로그램이었다. 장기 파업 여파로 제작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화제성 높은 계열사 프로그램을 동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세빌리아의 …’의 재방송 편성은 임시 방편 차원을 넘어선 전략이다. 이에 대해 MBC 편성 관계자는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맞춰 MBC와 MBC플러스(MBC에브리원ㆍMBC드라마넷 등을 운영하는 MBC의 자회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콘텐트를 활용할 방침”이라며 “시청자 반응이 좋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편성해 그룹사 전체 콘텐트가 함께 좋아지는 시너지 효과를 노리겠다”고 밝혔다.
KBS 일일드라마 '여름아 부탁해'. KBS 1TV에서 저녁에 방송한 뒤 다음날 아침 KBS 2TV에서 재방송한다. 올해초 KBS가 아침드라마를 폐지한 뒤 이런 편성 전략이 도입됐다. [사진 KBS]

KBS 일일드라마 '여름아 부탁해'. KBS 1TV에서 저녁에 방송한 뒤 다음날 아침 KBS 2TV에서 재방송한다. 올해초 KBS가 아침드라마를 폐지한 뒤 이런 편성 전략이 도입됐다. [사진 KBS]

재방송 확대가 경영난 타개 묘수
KBS 역시 재방송의 활용 폭을 넓히고 있다. 올해부터 KBS 2TV 아침드라마를 제작하지 않는 대신 전날 방송했던 KBS 1TV 일일 저녁 드라마의 재방송을 아침드라마 시간에 내보낸다. KBS는 “드라마 콘텐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이는 ‘제작비 절감’의 다른 말로 해석된다. 최근 공개된 KBS의 ‘비상경영계획 2019’에도 재방송 확대가 프로그램 효율성 항목의 첫번째 방안으로 제시됐다. 재방송을 확대함으로써 프로그램 수를 현행 대비 90% 선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2018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을 보면 지난해 KBSㆍMBCㆍSBS 등 지상파 3사의 형편이 모두 전년보다 어려워졌다. KBS는 지난해 5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MBC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많은 123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SBS도 영업이익률이 크게 떨어져 7억원의 흑자를 내는 데 그쳤다.
KBS는 올해 적자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갈 것으로 내다보며 KBS 1TV의 밤 11시대를 30∼59세 타킷의 ‘재방 존(zone)’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또 KBS 2TV의 월화 드라마도 광고 비수기와 혹서기엔 ‘베스트 드라마 큐레이션’이란 이름으로 기존 드라마 재방송을 내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손병우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고정된 생활시간대에 따라 편성표를 짜는 관행이 사라져 시청자들에게도 본방송과 재방송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재방송 확대는 각 방송사들이 운영비 절감을 위해 가장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는 대책”이라며 “시청자들에게도 특별한 충격이나 혼란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지나치게 많았던 방송 콘텐트를 양적으로 줄이는 방안은 찬성한다”면서 “이를 계기로 방송사들은 콘텐트의 완성도를 높이고 콘텐트의 질로 승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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