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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준의 의학노트] 첫째와 둘째, 팔자가 다르다

중앙일보 2019.07.24 00:43 종합 27면 지면보기
임재준 서울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임재준 서울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아내와 나는 아이 둘을 키운다. 같은 환경에서 자랐고 서로 공유하는 유전자가 많을 텐데도, 두 아이는 성격·행동·취미·식성등 여러 면에서 무척 다르다. 사실 한 집에서 자란 형제나 자매들이 서로 많이 다르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간 발표된 연구들도 이 상식을 뒷받침한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이 지난 1973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형제의 차이에 대한 기념비적 연구가 있다. 이들은 출생 순서에 따라 지능이 달라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1963년부터 1966년 사이에 19세가 되어 군 입대 여부 결정을 위해 신체검사와 함께 지능검사를 받아야 했던 덴마크 남자 38만6336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지능은 가장 뛰어난 경우 1등급으로, 가장 처지는 경우는 6등급으로 분류했다. 의외로 출생 순서와 지능과의 관계는 꽤 명확했다. 첫째들의 평균 지능은 2.3등급, 둘째들은 2.5등급, 셋째들은 2.6등급으로, 동생들의 지능은 평균적으로 형들보다 낮았다. 첫째들은 한동안 경쟁상대가 없는 상태에서 부모의 모든 관심과 배려를 독차지할 수 있어 지적 발전의 기회가 충분하지만, 나중에 태어난 동생일수록 그럴 기회가 적어 지능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 등장하는 똑똑하고 착실한 형과 사고뭉치지만 매력적인 동생의 모습은 그간의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 등장하는 똑똑하고 착실한 형과 사고뭉치지만 매력적인 동생의 모습은 그간의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더구나 동생들은 첫째에게 나쁜 영향을 받기도 한다. 동생들은 첫째들보다 술·담배·금지 약물을 더 이른 나이에 시작한다는 관찰들이 있다. 이는 첫째들 때문에 동생들이 쉽게 이런 것들에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런 영향은 결국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런던 정경대학 연구팀이 1987년부터 1994년 사이에 태어난 스웨덴 남녀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스무 살도 되기 전에 알코올 중독이나 금지 약물 남용으로 입원할 위험성이 첫째보다 둘째가 40% 이상 높았고, 이런 차이는 스무 살이 넘어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심지어는 동생들의 자살률이 첫째들보다 더 높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면 둘째가 첫째보다 나은 점은 없을까? 물론 있다. 무엇보다 둘째들은 첫째들보다 더 매력적이다. 출생 순서에 따른 성격 차이에 대한 연구가 꽤 있는데, 동생들이 쾌활하고 외향적이며 공감 능력도 뛰어나 친구들 사이에서 첫째들보다 더 인기 있다는 것이 거의 일관된 관찰이다. 새로운 경험에 열려있으며, 정해진 규칙에 썩 구애받지 않는 것도 동생들의 특징이다. 사회 변혁을 이끈 사람들 중에도 형보다는 동생들이 많다는 분석도 있다. 부모의 관심과 투자를 듬뿍 받고 자라 책임감으로 무장하고, 규칙에 순응하며, 동생들에게 부모 역할을 하려 하는 첫째에게 밀린 동생들이 본능적으로 가족 밖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에 사회성을 기르게 되었다는 해석이 가장 그럴듯하다.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넷째인 닐 부시는 꽤 성공한 사업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형들과 비교되는 걸 참아내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던 그의 유일한 문제는 어쩌면 대통령을 지낸 큰 형, 주지사였던 작은 형을 둔 넷째로 태어났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동생들이 첫째보다 공부를 조금 못할 수도 있고, 사고뭉치인 경우도 있지만, 무엇보다 매력적이지 않은가? 첫째와 다른 팔자를 타고난 둘째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라고 그간의 연구들은 이야기한다.
 
임재준 서울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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