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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일본 규제 악영향 커지면 성장률·금리 더 낮출 것”

중앙일보 2019.07.24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이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이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일본 수출 규제의 부정적 영향이 확대되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더 낮추고 추가로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업무보고에서다.

18일 성장률 전망엔 추경 반영
“추경 안 되면 2.2%보다 낮아져”
수출입은행장 “일본 규제 피해
반도체 등 국내 기업 26곳 예상”

 
성장률 전망의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 총재는 “지난 18일 내놓은 경제전망에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상황이 더 악화하면 경제에 분명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은은 지난 18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성장률 전망치는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이번 전망치(2.2%)에는 추경 효과가 반영됐다”며 “추경이 안 되면 성장률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5일 발표될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전 분기 대비)는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실물경제 여건과 국제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을 같이 봐야 해 구체적으로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여지는 남겼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현실화하는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 금리 인하를 검토할 수 있냐는 질문에 “(상황이) 악화한다면 대응 여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통화정책으로 경제 상황에 대응할 여력은 남아있다”고 답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의 역할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재 2%대 초반의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2.5~2.6%)보다도 많이 낮다”며 “한은이 경기 회복 뒷받침을 정책 우선순위로 두겠지만 재정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금융 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작게 봤다. 이 총재는 “일본계 금융기관의 자금흐름 등을 3주 정도 모니터링했는데 이전과 다른 특이한 동향은 없다”며 “그럼에도 일본이 국내 투자금이나 대출금을 회수할 경우 예기치 못한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태 악화를 사전에 막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는 일본 수출규제로 국내 기업 26곳이 직·간접적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최근 거래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라 피해가 예상된다는 기업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관련 26개”라고 밝혔다.

 
은 행장은 “이들 기업에 대한 수은의 여신 잔액은 3조1000억원”이라며 “직접 피해는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을 수입하는) 업체이고, 간접 피해는 그런 업체들에 납품하는 부품·소재 업체들이라 직·간접적 (피해가) 같이 있다”고 말했다. 수은이 파악한 피해 예상 기업에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은 행장은 “설문조사를 통해 문제가 있으면 자금 공급 등을 할 계획이 준비돼 있다”고 덧붙였다. 수은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현실화해도 이들 기업에 대한 수은의 여신 잔액(3조1000억원)이 당장 모두 부실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은 행장은 “국내 은행들이 빌린 일본계 자금 21조원 중 60%가 은행권 차입금, 이 중 40%가 만기 1년 미만 단기채”라는 한국당 김광림 의원의 지적에 “수은은 (일본계 차입금이) 4조원”이라며 “(단기채는) 1조5000억원 정도”라고 답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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