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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제3 투자자, 지분매입, IPO 모든 가능성 다 열려있다”

중앙일보 2019.07.23 02:00 경제 1면 지면보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M&A로 몸집을 불리기 보다 좋은 회사 존경 받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M&A로 몸집을 불리기 보다 좋은 회사 존경 받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모든 가능성이 다 열려 있습니다. 제3의 투자자를 유치할 수도 있고,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지분이 있으면 살 수도 있습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FI와 갈등에 첫 입장 밝혀

FI 2조원 풋옵션에 중재 신청
주당 40만9000원 요구해 이견
“접촉해 오는 투자자 있지만
가격 괴리 너무 커 알선 어렵다”

 풋옵션 행사를 둘러싼 이견으로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니티컨소시엄과 중재까지 이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본지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FI와의 갈등이 불거진 뒤 공식적으로 처음으로 밝힌 입장이다. 
 
 사태의 전말을 듣고 싶어 요청한 인터뷰를 수차례 고사하다 어렵게 만난 그는 “FI와 분쟁으로 비치는 건 유감스럽다”면서 “교보생명을 아껴주고 성원하시는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사과를 반복했다.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이라는 한 우물만 팠다. FI와의 갈등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별다른 잡음도 없었다. 
 
 서울대 의대에서 산부인과 의사이자 교수로 일하던 그는 창업주인 고(故) 신용호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교보생명의 키를 잡았다.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10년 만에 업계 순이익 2위로 끌어올리며 경영 능력을 증명했다. 교보는 그의 지휘 아래 생명보험사 ‘빅3’의 입지를 굳혔다.  
 
 순탄해 보였던 회사 경영에 시련이 닥친 것은 지난해 10월. FI는 신 회장을 상대로 지분 24%(492만주)에 해당하는 2조122억 원 규모의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권리)을 행사했다. 
 
 신 회장 측에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과 제3자 지분 매각, IPO 이후 차익보전 등의 협상안을 내놨지만 양측은 평행선을 달릴 뿐이었다. FI는 결국 지난 3월 국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은 풋(옵션 행사) 주식에 대한 취득 가격이다. FI 측은 주당 40만9000원을 요구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중재까지 이르게 됐지만, 신 회장은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그는 “중재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FI가 만족스럽게 자금을 회수하느냐다.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한 가격에 (투자금을 회수해서)나갈 수 있게 돕는 게 내 일이다. 중재의 승패가 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3의 투자자 유치’ 가능성도 거론했다. 그는 “접촉해 오는 투자자가 있지만 FI가 요구하는 가격과 시장 가격의 괴리가 너무 커서 매도를 알선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신 회장 자신이 되사기에도, 해당 지분을 인수할 제3의 투자자를 모색하기에도 가격이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FI의 풋옵션 행사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교보생명 IPO의 발목을 붙잡았다. 주요 주주간 분쟁이 있으면 거래소에 상장 신청을 해도 심사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풋 옵션이라는 외부 상황으로 IPO가 중단되긴 했지만 포기한 것이 아니다”며 “(IPO에 대한) 이사회 결정은 유효하며 계속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IPO는 신 회장과 FI 갈등의 씨앗이다. FI가 2012년 9월 신 회장에게서 지분(24%)을 사들일 때 양측이 맺은 주주간계약(SHA) 때문이다. 2015년 9월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FI가 신 회장 개인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상장이 늦어지며 FI는 “신 회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계약서상 내가 IPO를 약속한 적은 없고, 다만 ‘대주주로서 (IPO와 관련해) 주어진 권한과 책임, 역할하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IPO 지연에 대해 최고경영자(CEO)로서의 판단을 설명했다. 보험 회사에는 직격탄인 저금리가 오래 이어진 데다 회계기준 변경과 재무건전성 규제가 대폭 강화되는 시점이어서 IPO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재무건전성 세부 기준이 나오지 않아 필요한 자본 확충 규모도 알 수 없었습니다. 유럽 방식을 적용해 계산해보니 증자해야 할 돈이 10조원이 넘었죠. 60년 걸려서 교보생명 자본이 10조원이 됐습니다. 자본시장에서 하루아침에 10조원을 끌어모으는 건 불가능합니다. 무턱대고 IPO를 할 수는 없었죠. 당시에는 생보사 주가가 저평가돼서 IPO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도 얼마 되지 않았을 거예요.”
 
 그의 주장에는 교보를 비롯한 한국 보험업계의 고충이 담겨있다. 2022년 시행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재무건전성 강화(K-ICS)의 기본 내용은 보험사가 미래에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만큼 보험사가 쌓아둬야 할 돈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규모가 크고 오랫동안 영업한 회사, 특히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팔았던 대형사가 훨씬 불리하다. 제도와 규제의 불확실성에 교보 역시 발목이 잡힌 셈이다. 그가 제도 적용의 속도 조절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업계 입장에서 회계기준 변경과 재무건전성 강화를 함께 진행하는 건 너무 충격이 큽니다. 업계가 초토화되지 않도록 당국이 업계의 연착륙을 잘 배려해줬으면 합니다.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에요. 다른 나라들만큼, 비슷한 속도로만 강화해달라는 겁니다.”
 
 신 회장은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경영스타일이라는 평을 듣는다. 지나치게 신중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FI와의 갈등에 휘말린 것인지도 모른다. 교보가 추진하다 중단했던 M&A 사례 역시 그의 경영 철학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은행 인수 포기다.
 
 “당시에 중국 안방보험과 경합이 붙었는데 높은 가격을 제시해 인수 경쟁에 이겼어도 재정은 파탄 났을 겁니다. ‘승자의 저주’죠. 웃돈 주고 사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경영은 호기로 하는 게 아닙니다. 호기를 부려 이긴다 해도 회사로서는 이긴 게 아니잖아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풋옵션을 둘러싼 FI와의 갈등과 관련해 "중재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FI가 만족스럽게 자금을 회수하느냐"라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풋옵션을 둘러싼 FI와의 갈등과 관련해 "중재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FI가 만족스럽게 자금을 회수하느냐"라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외형보다는 내실을 추구하는 사풍도 영향을 미쳤다.  
 
 “제 성격이 M&A를 좋아하지 않아요. 선친도 사세를 늘리는 것엔 관심이 없으셨어요. ‘있는 거나 잘하세요’라고 하시며 넓게 펼치기보다는 높고 깊게 쌓는 걸 좋아하셨죠. M&A 등으로 몸집을 불리는 성장보다는 유기적인 성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험회사 CEO로서 그의 걱정거리는 경기 둔화다. “걱정은 한참 전부터 시작했어요. 2012년 창립기념사에서 암울한 전망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어요. 덕담하는 날인데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더군요. 저금리 기조 속에 재무 건전성 강화 등 제도 변경도 엄청난 부담이었어요. 성장 중심에서 이익 중심으로 회사의 항로를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했죠. 경제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요즘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힘들다고 하죠. 대기업에도 밀어닥치고 있구요.”
 
 FI와의 갈등과 어려운 경제상황은 신 회장에게 만만치 않은 시련이다. 하지만 그는 원칙론자다운 포부를 밝혔다.  
 
 “회사를 훌륭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원칙대로 하는 거죠. 금융회사답게, 생명보험사답게, 대기업답게, 장사꾼답게요. 장사꾼은 고객에게 잘해서, 고객에 집중해서 돈을 버는 겁니다. 큰 회사보다 좋은 회사, 존경받는 회사를 만드는데 더 관심이 있습니다.”
 
 만난 사람=이상렬 경제 에디터, 
 정리=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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