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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각목부대, 시위대에 ‘백색테러’

중앙일보 2019.07.23 00:02 종합 16면 지면보기
송환법 반대 집회가 열린 21일 홍콩의 위안랑역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흰옷 차림의 남성들이 각목 등을 들고 시민들을 마구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트위터 캡처]

송환법 반대 집회가 열린 21일 홍콩의 위안랑역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흰옷 차림의 남성들이 각목 등을 들고 시민들을 마구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트위터 캡처]

홍콩 시위대를 겨냥한 ‘백색(白色) 테러’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향후 홍콩 사태에 변곡점을 이룰 전망이다.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가 계속되면서 일각에선 시위대가 과격화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젠 시위대에 대한 테러가 발생하면서 향후 홍콩 사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흰옷 괴한 100명 전철역 난입
임신부·기자 등 무차별 폭행
시민 45명 부상…“삼합회 같았다”
친중 배후 땐 반중 시위 커질 듯

명보(明報)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지난 21일 밤 10시 무렵 위안랑(元朗) 전철역에 바지는 검정, 상의는 흰옷으로 통일한 남성 100여 명이 몽둥이를 들고 역사 안으로 난입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검은 옷이 상징이다. 남성들은 위안랑역에서 기다리다가 전철에서 내리는 시위대와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부상당한 이들 중엔 만삭의 임신부와 이를 취재하던 기자 등이 포함돼 있다고 HKFP(Hong Kong Free Press)는 22일 전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역에 도착했을 때 잠시 자리를 피한 이들은 22일 새벽 1시까지도 역과 역 주위에서 시위대와 시민을 가리지 않고 추격하며 공격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민주당의 린줘팅(林卓廷) 입법회 의원은 곤봉과 우산 등으로 얻어맞아 얼굴에서 피를 흘렸고, ‘입장신문(立場新聞)’의 여기자는 땅바닥에 쓰러진 채 30초 동안 구타 당한 뒤 병원으로 실려 갔다고 명보는 전했다.
 
SCMP는 이들의 묻지마 폭행으로 22일 오후 3시 기준 45명의 시민이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백의(白衣) 남성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동안 위안랑역에선 열차가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기도 했다.
 
이들의 습격으로 응급처치를 받고 있는 한 임신부. [트위터 캡처]

이들의 습격으로 응급처치를 받고 있는 한 임신부. [트위터 캡처]

시민들은 폭력을 휘두른 이들이 마치 중국의 전통적 깡패 조직인 삼합회(三合會)의 멤버들 같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의 배후가 누구냐 하는 점이다. 친중 세력으로 밝혀질 경우 홍콩 내 반중과 친중 세력 간 걷잡을 수 없는 유혈 충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명보는 현재 인터넷상에 떠도는 영상을 보면 흰옷 차림의 남성들이 위안랑역에 집결해 있을 때 군복차림의 경찰 두 명이 역을 나가는 모습이 잡혀 있는데 이들이 현장 충돌을 전혀 처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친중파 입법회 의원인 허쥔야오(何君堯)가 21일 위안랑역 부근에서 흰옷을 입은 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나눴으며 일부 사람은 손뼉을 치며 “지지(支持), 지지” 구호를 외쳤다는 것이다.
 
만일 이번 테러 배후에 중국이나 친중 세력의 존재가 확인되면 홍콩 시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과격화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2일 홍콩 시위대를 “폭도”라 규정하고 “중국의 국가 휘장을 모욕한 범죄 분자는 피고석에 앉게 된다”며 “그들의 미래엔 감옥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서울=홍지유 기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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