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삼바 영장 증거인멸은 줄줄이 발부되면서 분식회계 본안은 검사 출신 판사도 기각

중앙일보 2019.07.22 17:37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20일 오전 구속 영장이 기각되자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20일 오전 구속 영장이 기각되자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수사에서 분식 회계 혐의 본안으로는 처음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삼바 수사에서 증거인멸 혐의로는 이미 삼성 임직원 8명이 구속된 상태다.  
 
 지난 20일 오전 3시쯤 검찰 출신 명재권(52‧사법연수원 27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 판사는 김태한 삼바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 3명의 영장을 기각했다. 명 부장판사는 1998년 수원지검 검사로 부임한 뒤 서울동부지검과 청주지검 등에서 근무하다 2009년 수원지법에서 법관으로 임용됐다.  
 
 서울중앙지법에는 지난 9월 영장전담 판사를 3명에서 4명으로 늘리면서 합류했다. 합류 직후 명 부장판사는 고영한 전 대법관의 자택과 박병대 전 대법관의 자택 등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거래 의혹 수사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발부된 압수수색영장이었다. 그는 또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했다.
 
 그러나 명 부장판사는 김태한 대표 등에 대해선 “주요 범죄 성부(成否)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김모 삼바 재무이사에게는 ‘수사에 임하는 태도’, 심모 삼바 경영혁신팀장에게는 ‘지위와 관여 정도’를 추가 기각 사유로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검찰은 영장 기각이 발표된 직후 “혐의의 중대성에 비춰 이해하기 어렵다”며 “추가 수사 뒤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할 계획”이라는 문자를 출입기자단에 돌렸다.  
 
 삼성 측은 앞서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 처분에 “삼바의 회계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제재 효력 정지를 결정한 데 이어 분식회계 본안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법원이 삼바 회계 처리 과정을 적법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삼바는 지난 2월 페이스북을 통해 “2012~2014년 삼바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단독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종속회사로 회계를 처리하고 있다가 2015년 성과를 거두고 성장하면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고 분식회계 의혹을 해명했다. 미국 기업 바이오젠이 에피스의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면 삼바와 지분이 동등해져 더는 단독지배한다고 볼 수 없게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태한 대표 측도 19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삼바와 함께 에피스를 합작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적법한 회계처리였다는 기존 입장을 계속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바가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올린 웹툰. 분식회계 의혹을 설명하는 내용에서 2011년 의무 도입된 한국형 국제회계기준(K-IFRS)을 언급하고 있다. [사진 삼바 페이스북]

삼바가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올린 웹툰. 분식회계 의혹을 설명하는 내용에서 2011년 의무 도입된 한국형 국제회계기준(K-IFRS)을 언급하고 있다. [사진 삼바 페이스북]

 
 하지만 검찰은 삼바가 2014년 회계처리 당시 바이오젠의 콜옵션으로 인한 부채를 고의로 숨겼고 2016∼2017년에도 기존 분식회계를 정당화하기 위해 에피스 회사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에피스 분식이 결국 2015년 9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의 분식회계로 이어졌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인 김경률 회계사도 “삼바가 2013~2015년 내부에서 기업 가치 상승에 대한 고려 없이 콜옵션 가치를 숨겼다는 점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고 있다”며 “관련 회계사들도 이 점을 몰랐고, 삼성측 지시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검찰 수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태한 대표에 대한 세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지난 5월에도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김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8월초로 예상되는 검찰 인사 이후 수사팀 인력이 재정비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소환도 고려할 수 있다.  
 
 재계에서도 검찰 수사 방향과 법원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삼바 주가는 전날보다 0.87%(2500원) 오른 29만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8일 이후 가장 큰 상승세다. 회계학을 전공한 한 사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에피스와 같은 종속회사에 삼바가 실질적으로 지배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판단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외부에서 판단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2011년 의무 도입된 한국형 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당사자의 판단을 존중하자는 취지가 새로 적용됐다”며 “새 기준 도입 이후 대기업의 회계 기준 변경 사건을 수사 당국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