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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빨리 나오고 싶은 마음 없다”…양승태는 왜 보석 거절하려 했나

중앙일보 2019.07.22 17:22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22일 오후 보석 결정으로 서울구치소를 나왔다. 지난 1월 24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179일 만이다. 그는 2월 11일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형사소송법은 공소가 제기된 때부터 구속 기간을 인정하기 때문에 기소된 지 6개월째가 되는 8월 10일이 지나면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상황이었다.
 
“주거지 제한ㆍ접촉금지” 등 조건 내건 직권 보석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박남천)는 이날 오전 결정문을 통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보석을 결정하고 크게 3가지의 보석 조건을 부과했다. 첫째 주거지 제한이다. 법원은 주거지를 경기도 성남시 자택으로 제한하고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미리 서면으로 법원 허가를 받으라고 통지했다. 또 도주 방지 조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측은 법원의 소환을 받은 때에는 반드시 정해진 일시와 장소에 출석하고, 정당한 불출석 사유가 있을 때는 미리 사유를 명시해 법원에 신고해야 한다.  
 
둘째는 사건 관계인과 직ㆍ간접 접촉의 금지다. 법원은 “피고인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이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들 또는 그 친족과 만나거나 전화, 서신 등 그 밖의 어떠한 방법으로 연락을 주고받아서는 안 된다”고 결정문에 명시했다. 셋째는 보석보증금 3억원이다. 법원은 본인 또는 배우자, 변호인이 제출하는 보석보증보험증권 보증서로 보증금을 갈음할 수 있도록 했다.    
 
양승태 “빨리 안 나가도 되니 부적절하다면 짚고 넘어가야”
앞서 재판부는 지난 12일 공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직권 보석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석방은 구속 기간 만료로 될 수도 있고, 그 전에 보석으로 될 수 있다”며 검찰과 변호인 측에 의견을 물었다. 이에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 보석 조건처럼 엄격한 보석 조건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직권 보석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은 “구속 기간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면 법률 규정상 석방되든지, 구속 취소 결정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재판부가 보석 조건 부여 여부에 관해 결정할 때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재판부의 보석 결정문을 받은 변호인과 양 전 대법원장은 구치소 접견에서 “보석 조건에 대한 재검토 요청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눴다고 한다. 양 전 대법원장측은 “증거인멸 우려를 고려해도 제3자 접촉 금지 조건은 너무 광범위하고 기준이 애매모호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양 전 대법원장)본인이 하루라도 빨리 나갔으면 좋겠다는 입장이 아니라 원칙에 따라 조건이 부적절하다면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날 재판부 보석 결정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결정한 것을 따르는 것도 원칙이라는 것이 양 전 대법원장의 생각이며, 추후 조건에 시정할 부분이 있다면 변호인이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측은 “재판부가 제시한 직접ㆍ제3자를 통한 사건 관계인 접촉 금지 조건은 극단적으로는 부인도 접촉하면 안 된다는 것 아니냐”며 접촉 금지 조건을 명확하게 해달라고 주장할 계획이다.
 
"피고인 권리 침해" vs "구속만료 때 99%는 보석"
일각에서는 이번 보석 판결이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차원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고위 법관은 “보석을 허가하려면 진작 했어야 한다. 보름여 뒤면 구속 만료로 나오는 시점에서 이런 조건을 단 보석 결정을 하는 건 오히려 피고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1심 최대 구속 기간인 6개월 안에 선고를 마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한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보통 재판이 끝나기 전에 구속 기간 만료가 다가오면 법원은 99%는 보석으로 내보내줬다”며 “사건 관계자를 만나서는 안 된다는 보석 조건도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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