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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쑨양에 금메달 놓친 호주 선수, 시상대 '보이콧' 논란

중앙일보 2019.07.22 13:18
광주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 시상식에서 2위를 차지한 호주의 맥 호턴(왼쪽)이 도핑 논란에 휩싸인 1위 쑨양(가운데)을 의식한 듯 시상대에 함께 오르지 않은 채 뒷짐을 지고 있다. [뉴스1]

광주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 시상식에서 2위를 차지한 호주의 맥 호턴(왼쪽)이 도핑 논란에 휩싸인 1위 쑨양(가운데)을 의식한 듯 시상대에 함께 오르지 않은 채 뒷짐을 지고 있다. [뉴스1]

중국 수영 간판스타 쑨양(28)의 '도핑 의혹'이 선수들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각국 팬들까지 합세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논란은 21일 광주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 시상식에서 시작됐다. 시상식에는 이번 경기 금메달리스트 쑨양, 은메달을 목에 건 호주의 맥 호턴(23), 동메달리스트 이탈리아 가브리엘 데티(26)가 참석했다. 
 
메달리스트들은 통상 시상식이 끝난 뒤 시상대 위에 나란히 서서 기념촬영을 한다. 하지만 호턴은 시상대에 오르지 않은 채 시상대 밑에서 뒷짐만 지고 있었다. 사실상 쑨양과의 기념촬영을 거부한 셈이다.
 
호턴의 행동은 도핑 의혹을 받는 쑨양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호턴은 그동안 쑨양을 향해 "라이벌이 아닌 금지약물 복용자"라는 비난을 쏟아가며 날카롭게 대립해왔다. 이날 레이스를 마친 뒤 두 선수가 손을 마주치는 등 화해의 제스처를 취해 갈등이 풀린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호턴은 시상대에 오르기를 거부하며 쑨양과 대립각을 세웠다.
 
호턴의 행동에 쑨양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쑨양은 시상식 뒤 기자회견에서 호턴을 겨냥해 "호주 선수(호턴)가 내게 불만을 드러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자리(시상식)에 나는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나섰다"면서 "쑨양 개인을 무시하는 건 괜찮지만, 중국은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국심'을 꺼내들면서 호턴의 행동을 비난한 것이다.
 
이어 "나에 대해 이상한 소문을 내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나를 방해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답했다.
 
광주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 시상식에서 2위를 차지한 호주의 맥 호턴(왼쪽)이 도핑 논란에 휩싸인 1위 쑨양(가운데)을 의식한 듯 시상대에 함께 오르지 않은 채 뒷짐을 지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 시상식에서 2위를 차지한 호주의 맥 호턴(왼쪽)이 도핑 논란에 휩싸인 1위 쑨양(가운데)을 의식한 듯 시상대에 함께 오르지 않은 채 뒷짐을 지고 있다. [연합뉴스]

쑨양의 발언은 중국 팬들의 마음까지 움직였다. 일부 중국 취재진은 쑨양의 '애국심' 발언에 감탄했다. 중국의 '시나 스포츠'는 호턴과 쑨양이 냉랭한 분위기를 이어갔다며 둘의 사이는 최악이라고 전했다. 이어 "호턴은 여전히 쑨양과 시상대를 공유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문제는 3위인 데티에게도 자신과 같은 행동을 할 것을 권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언론 보도를 접한 중국 팬들은 "호턴이 또 한 번 부끄러운 패자가 됐다", "호턴의 행동은 유치하다"며 시상대에 오르지 않은 호턴의 행동을 비난했다. 일부 팬들은 호튼이 쑨양 옆에서 무릎을 꿇은 것처럼 보인다며 합성사진을 만들어 SNS에 올리기도 하고 있다.
 
이에 호주 언론도 움직였다. 호주 언론은 호턴과 쑨양의 갈등과 함께 호턴을 향한 중국 팬들의 반응을 상세하게 전했다. 중국이 자국 선수만 감싼다는 비판적 시각이 깔린 보도였다.
 
쑨양은 지난해 9월 도핑검사 샘플 채취를 위해 자택을 방문한 국제 도핑시험관리(IDTM)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해 논란이 됐다. 당시 쑨양은 경호원들과 함께 망치를 이용해 혈액이 담긴 도핑용 유리병을 깨뜨리는 등 도핑테스트를 거부하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
 
국제수영연맹이 쑨양에 '경고 조처'를 했지만 실효성 없는 징계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세계반도핑기구가 나서서 국제수영연맹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했지만, 재판이 미뤄지며 쑨양은 이번 광주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쑨양과 호턴은 약 8년 간 라이벌 관계였다. 이번 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는 쑨양이 3분42초44의 기록으로 호턴(3분43초17)을 이겼다. 쑨양은 이 종목 최초 4연패를 달성했다.
 
쑨양은 "이 종목 4연패는 역사적인 일이다. 중국 수영 선수가 이 정도로 좋은 성적은 낸 적이 없다"며 "나와 중국 경영 선수들을 위한 좋은 출발이다"라고 기뻐했다.
 
이어 "나도 실패를 했다. 그 실패를 딛고 꾸준한 성적을 올리기까지 여러분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노력했다"며 "내가 이룬 성과의 요인을 알고 싶다면, 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직접 와서 보라"라고 말했다. 그는 도핑 의혹을 의식한 듯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오늘만큼은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강조하며 호턴을 겨냥한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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