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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태풍에 꺾인 천연기념물 백령도 무궁화, 결국 고사

중앙일보 2019.07.22 05:00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연화리에 있는 '중화동교회'는 1898년 설립된 백령도 최초의 교회다. 이곳엔 교회 못지않게 유명한 것이 있다. 바로 교회 건물을 건립하던 1930년대 심어진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다.
천연기념물 제521호인 백령도 무궁화. 고사해 천연기념물 지정해제가 진행 중이다. [사진 인천녹색연합]

천연기념물 제521호인 백령도 무궁화. 고사해 천연기념물 지정해제가 진행 중이다. [사진 인천녹색연합]

무궁화의 일반적 수명은 40~50년 정도. 당시 어느 정도 자란 무궁화를 심었던 만큼 이 무궁화의 수령은 90~100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긴 수령도 이례적이지만 3m 이내인 다른 무궁화들과 달리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는 높이 6.3m, 밑동 둘레 1.23m의 웅장한 자태를 자랑한다. 동서남북으로 쭉 뻗은 가지에선 우리나라 순수 재래종인 홍단심계(紅丹心系, 꽃 중심에 선명한 붉은색이 나타남) 품종의 꽃이 핀다. 
 
국내 무궁화 중 보기 드물게 크고 오래돼 문화재청은 2011년 1월 이 무궁화 나무를 천연기념물 제521호로 지정했다. 무궁화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방동리 무궁화와 백령도 무궁화밖에 없다. 
이 무궁화는 이후 주민은 물론 백령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백령도 관광코스에도 '옹진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가 표기됐을 정도다. 
 
고사 사실 뒤늦게 알려져 
이런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가 말라 죽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1일 인천녹색연합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현재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의 천연기념물 지정해제를 진행하고 있다. 태풍 피해 등이 원인이다.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는 2012년 태풍 '볼라벤'의 강풍에 쓰러졌다. 당시 뿌리 상당수가 절단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문화재청은 뿌리 발근제와 영양분 공급 등으로 무궁화 나무에 새로운 뿌리가 생겨나길 빌었다. 
 
하지만 이미 수목의 모든 기관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였다. 해마다 해충 피해를 보면서나뭇가지 곳곳이 말랐고 줄기에 구멍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엔 태풍 '솔릭'으로 큰 가지가 부러지는 사고까지 났다. 이후 나무는 완전히 고사했다. 
문화재청은 무궁화 나무 주변에 사람들의 통행을 금지하고 천연기념물 지정 해제를 진행하고 있다.
 
고사 등을 이유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던 나무가 지정 해제된 사례는 종종 있다. 
천연기념물 제338호였던 전남 완도 예작도 감탕나무는 300년이 넘는 수령에 11m가 넘는 크기로 마을 주민들이 풍어와 안녕을 비는 당나무로 자리해 왔다. 그러나 2012년 태풍 볼라벤으로 큰 가지가 부러진 이후 급격하게 가지가 마르고 새잎이 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정기조사에선 사실상 고사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2014년엔 천연기념물 290호였던 충북 괴산 청천면 삼송리 소나무가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됐다. 추정 나이 600년에 높이 12.5m, 둘레 4.7m로 인근 소나무 중 가장 커 '왕소나무'로 불렸다. 하지만 2012년 태풍 볼라벤에 의해 쓰러져 회생하지 못하고 고사하면서 결국 천연기념물 자격을 잃었다.
 
천연기념물 188호였던 전북 익산 곰솔 나무도벼락에 맞아 고사해 2008년 지정 해제됐다.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제521호인 백령도 무궁화의 천연기념물 지정해제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알림판. [사진 인천녹색연합]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제521호인 백령도 무궁화의 천연기념물 지정해제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알림판. [사진 인천녹색연합]

 
관리 소홀로 고사하는 경우 많아 
각 지자체가 지정·관리하는 보호수가 훼손되거나 고사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인천에는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 외에도 대청도 동백나무, 볼음도 은행나무, 강화도 갑곶리 탱자나무, 사기리 탱자나무, 첨성단 소사나무, 서구 신현동 회화나무 등 6그루의 천연기념물 나무가 있다. 인천시 지정 보호수도 116그루가 있고 덕적도 서포리, 대청도 사탄동 등에 산림유전자원보호림도 있다.  
하지만 관리 부족 등으로 교동면 고구리 물푸레나무, 서구 청라도 음나무, 서구 검암동의 산수유 등 보호수 일부는 말라가고 생육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들은 "천연기념물이나 지자체가 기념물·보호수 등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시민홍보교육 등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인천녹색연합은 "인천의 경우 2014년 인천역에 있던 우리나라 최고(最古), 최대(最大) 라일락(서양수수꽃다리) 나무가 고사했다"며 "관리 소홀도 문제였지만 우리나라 최고령 라일락이 인천역에 있다는 사실을 일반시민뿐 아니라 행정에서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방치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당시에도 보호수와 노거수 등 인천의 소중한 자연환경자산들이 방치되지 않도록 전체 실태조사와 보호조치 강구를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나무들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보호조치, 가치발굴 등의 의미 여부, 시민홍보 등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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