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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선의 이해찬도 “이번 국회가 가장 힘들다”…실망만 안긴 20대 국회, 왜

중앙일보 2019.07.22 05:00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란 게 참 어렵고 모든 일이 그렇지만, 이번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7선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당 의원총회에서 한 토로다. 1년 4개월 만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머리를 맞댔지만 ‘공동 발표문’에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추’자도 넣지 못했다. 6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날이었지만 추경안은 물론 비쟁점법안 하나도 처리하지 못했다.
 
“국민들께 송구하다”는 말 뒤엔 남 탓이 이어진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유한국당과 지도부는 민생을 볼모로 오직 정략적 이익만 생각하는 정쟁의 악순환에 취해있다”며 “부실 추경을 비난하기 전에 추경 처리의 진정성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뒤질세라 “7월 임시국회를 열자고 해도 민주당이 시간을 끈다. 누가 여당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대치가 극심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21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이나 세비 반납 요구 청원도 자주 올라온다. 지난 17일부터 상임위별 법안심사 소위 복수 설치, 법안소위 월 2회 정례화 등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이를 강제할만한 처벌조항이 없어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6월 임시국회 개최 관련 여야3당 합의문을 발표한 뒤 퇴장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6월 임시국회 개최 관련 여야3당 합의문을 발표한 뒤 퇴장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연합뉴스]

 

20대 국회에 대한 냉소에도 국회가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단지 국회선진화법(재적의원 5분의 3 동의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이 법이 적용되기 시작한 19대 국회보다도 실적이 저조하다. 19대 국회 때인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던 공무원연금 개혁법안을 두고 야당인 민주당이 극렬히 반대했지만 결국 4개월여 만에 극적으로 여야 간 합의를 도출했다.
 

①‘다당제 리더십’이 안 보인다=19대 국회와 20대 국회의 가장 큰 차이는 사실상 양당제에서 다당제가 됐다는 점이다. 지난 총선 때 제3의 원내교섭단체 정당(국민의당·38석)이 나왔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자유민주연합(44석) 이후 20년 만이다. “다당제가 민의”란 해석도 나왔다. 거대 양당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해졌다고 봤다. 하지만 새 체제를 이끌 리더십은 잘 보이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다당제는 기본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강요하는 제도인데 ‘운용의 묘’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력의 부재로 아무것도 되는 게 없다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한 리더십의 대승적 결단이 합의를 만들어내곤 한다. 20대 총선 이후 탄핵으로 당시 여당(현 야권)은 분열됐고 지금까지도 리더십이 불안정한 상태다. 지금 여당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의 압승을 이유로 민의가 자신들 편이라며 타협보단 압박하는데 능하다. 특히 청와대가 여당과 국회를 압도하는 국면이다. 타협을 위한 토대가 허약하다는 의미다.
6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이 썰렁한 모습. 정경두 국장방관 해임건의안을 두고 여·야가 갈등을 빚으며 6월 임시국회 추경안과 각종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뉴스1]

6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이 썰렁한 모습. 정경두 국장방관 해임건의안을 두고 여·야가 갈등을 빚으며 6월 임시국회 추경안과 각종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뉴스1]

 

②침묵 강요하는 ‘당론’=정당 기율이 너무 강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이를 정당집단주의라고 명명했다. 그러면서 “정당이라는 이름으로 원내대표들 간의 합의가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13대 국회 때 국회법이 만들어지면서 일종의 ‘합의 지향형’ 국회 관행이 자리 잡았는데 이게 정당집단주의와 섞이면서 부정적인 효과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소위 ‘당론 투표’가 대표적인데 정당집단주의가 완화되지 않으면 그 안에서 개별 행동을 할 수가 없고 타협보다는 투쟁을 택하게 된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계속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는데 총선을 앞두고 이런 추세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③제 역할 못 하는 초선·중진=이렇다 보니 의원들의 자율적 정치 공간도 줄어들었다.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내며 성장하는 초선들도, 당 안팎을 가로지르며 정치력을 발휘하는 중진도 좀처럼 보기 어려워졌다. ‘여야 중진 협의체’와 ‘초·재선 혁신그룹’은 사실상 실종한 상태다. 2013년 철도노조가 22일 만에 파업을 철회한 배경에는 김무성(새누리당)·박기춘(민주당) 의원 등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여야 중진들의 초당적 협업이 있었다. 역대 정당 민주화 개혁을 주도한 건 초선들이었다. 국회 관계자는 “사실 중진 의원들의 경우 여야 할 것 없이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거나 총선 불출마가 확정돼 정치적으로 힘을 쓸 수 없는 사람이 많다”며 “또 총선을 앞두고 공천 경쟁을 해야 하는 시기인데 혁신모임을 띄운들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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