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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슈 선거 활용…아베, 개헌 드라이브 동력 얻었다

중앙일보 2019.07.22 00:31 종합 3면 지면보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는 참의원 선거가 21일 실시됐다. 도쿄의 한 투표소에서 선관위 직원이 몸이 불편한 유권자를 위해 투표함을 기울여주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는 참의원 선거가 21일 실시됐다. 도쿄의 한 투표소에서 선관위 직원이 몸이 불편한 유권자를 위해 투표함을 기울여주고 있다. [EPA=연합뉴스]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는 전후 최장 집권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 성격이 강했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2012년 12월 이후 중의원과 참의원 등 이른바 ‘국정 선거’에서 불패를 이어왔다. 아베 총리는 이날 자민당 후보의 당선 소식이 이어진 오후 9시44분쯤 웃는 얼굴로 당사를 찾아 당선자들의 이름에 장미꽃을 달아주는 이벤트를 했다.
 

아베, 유세선 직접 언급 안했지만
선거 내내 다른 쟁점 모두 삼켜
의석수 3분의 2 확보와 상관없이
‘자위대 헌법명기’ 밀어붙일 전망

‘상원’에 해당하는 일본 참의원 의원의 임기는 6년이며 3년마다 절반씩 교체한다. 지난해 선거법 개정에 따른 의석 조정으로 참의원 정원은 242석에서 248석으로 6석 늘어났다. 기존 의석(242석)의 절반(121석)에, 늘어난 6석 중 절반인 3석을 합친 124석이 이번 선거에 걸려 있었다. 3년 후 선거까지는 잠정적으로 참의원은 245석으로 운영된다.
 
일본의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이번 선거의 대상이 아닌 기존 121석 중 70석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이번에 양당이 53석만 얻어도 과반(123석)을 유지할 수 있다. 입헌민주당·국민민주당·공산당·사민당 등 일본의 야당은 32개에 달하는 1인 선거구에서 후보를 단일화하며 ‘결사 항전’ 태세로 임했다. 그럼에도 이날 오후 10시 개표 상황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의석은 53석을 넘어 이번 선거에 걸린 124석 중 과반인 64석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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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관심은 선거 전 163석에 달했던 소위 ‘개헌세력’이 이번 선거 뒤에도 개헌안 의결을 위한 정족수 ‘3분의 2(164석 이상)’를 유지하느냐에 모였다. ‘개헌세력’은 이미 중의원에선 3분의 2를 확보하고 있다. 참의원 선거 이후 일본의 정국은 ‘개헌’을 화두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물론 “2020년 새 헌법을 실시하고 싶다”는 아베 총리의 생각처럼 당장 개헌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 ‘개헌세력’으로 함께 묶여 있지만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자위대의 헌법 명기’에 소극적이다.  
 
국민 여론도 찬반이 맞서 있다. 개헌은 평화헌법을 바꿔 ‘전쟁 가능한 나라’를 만들려는 시도인 만큼 일본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다. 그래서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국민투표’라는 또 다른 벽을 넘기가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개헌 심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야당에 경종을 울려 달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2021년 9월까지 마지막 임기를 남긴 아베가 어떤 식으로든 개헌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게 일본 정치권에서 나오는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공식 선거전이 시작됐던 지난 4일을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 적용의 D데이로 삼았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방송 토론을 제외하면 4일부터 20일까지 2만660㎞의 거리를 이동하며 실시한 선거 지원 유세 현장에선 한국 관련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야당 정치인들도 일본 유권자들의 반한 감정을 의식한 듯 선뜻 이 문제에 대해 반대 의견을 높이거나 쟁점화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선거기간 동안 이 문제는 일본 언론의 주요 지면을 장식하고, TV 뉴스에 크게 보도됐다. 이로 인해 연금 문제 등 집권당에 불리할 수 있는 기존의 선거 쟁점들을 모두 집어삼키며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 한·일 갈등을 선거에 활용한 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리 관저 사정에 밝은 일본 소식통은 “향후 아베 정부의 개헌 드라이브 등을 고려할 때 한국에 대한 태도가 더 강경해질 수는 있어도 약해질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 등 일본 측이 기존에 공언했던 조치는 그대로 밀고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도쿄=서승욱·윤설영 특파원, 서울=김상진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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