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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7일째 수출승인 0건…업계 “향후 100일이 고비”

중앙일보 2019.07.22 00:30 종합 4면 지면보기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소재의 수출 제한에 나선 지 17일째를 맞았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수출규제 이후 해당 소재의 수출이 일본 정부에 의해 승인된 건은 0건이다. 그동안 간단한 절차만 거쳐 수출되던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는 이번 규제로 평균 90일 정도 걸리는 수출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일본 정부의 3대 품목 수출규제가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 현재 시점’에서만 보면 국내 기업들의 피해는 거의 없다. 이는 기업들이 백방으로 규제 품목 대체선 확보에 나선 데다 지금까진 재고분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향후 100일이 고비”라는 말이 나온다.
 

삼성·SK·LG 등 비상체제 돌입
중국·대만 수입선 다변화 타진
다른 기업 “재고 비축” 장기전 대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은 이미 ‘비상체제’에 돌입해 다각도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 대만 같은 대체 수입선은 물론이고, 한국 기업이 가진 해외 법인, 일본 기업이 가진 해외 공장 등을 통해 추가 물량을 조달할 수 있는지 전방위로 뛰고 있다.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도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7일,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사장이 지난 16일 일본 출장길에 오른 데 이어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도 21일 일본으로 출국해 현지 업계 관계자들을 만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대한양궁협회 자격으로 지난 18일 도쿄를 찾았지만 일본의 규제가 자동차 소재·부품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현지 공급망 점검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관련 주요 일지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관련 주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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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의 일본 수입의존도는 90%가 넘는다. 불화수소 의존도가 그나마 44% 정도지만, 반도체 식각과 세정 등에 두루두루 쓰여 ‘물처럼 쓰인다’고 할 정도로 많은 양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협력사들에 공문을 보내 일본에서 수입돼 삼성전자에 공급되는 모든 자재에 대해 90일 이상의 재고를 비축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고 확보 시점을 ‘이달 말까지, 늦어도 8월 15일 전까지’로 못 박으며 필요한 비용과 향후 해당 물량 재고는 모두 삼성이 책임지겠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스마트폰·TV 같은 다른 부품·소재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한 결정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 소재 기업들은 100년 이상 노하우를 쌓은 곳이 많다. 당장 그 수준을 따라잡을 공급처가 많지 않다”며 "이른 시일 안에 타협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기업으로서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은 중국과 대만, 국내에서 조달한 불화수소를 갖고 양산 라인에서 적합성을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LCD 공정에서 이미 국내 불화수소의 테스트를 거쳐 생산라인에 투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에 D램이나 낸드플래시 같은 반도체 공정에선 한 번 테스트가 60~90일이 소요돼 양산라인의 적합성 여부는 오는 9월이 돼야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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