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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아들도 죽였다” vs. “억울하다”…의붓아들 죽음, 10시간 ‘평행선’

중앙일보 2019.07.21 16:16
‘의붓아들 미스터리’ 미궁 빠지나
고유정과 고유정 인물 관계도. [중앙포토]

고유정과 고유정 인물 관계도. [중앙포토]

고유정(36)의 의붓아들 사망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이 현남편 A씨(37)와의 대질조사를 통해서도 사건을 해결할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고유정과 현남편은 10시간이 넘는 조사에서도 서로 상반된 진술로 일관하면서 “사건이 미궁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건추적]
고유정, 현남편과 대질서도 “억울하다”
19일 대질조사…상반된 입장만 되풀이
사망 넉달…사인도 모르는 ‘미스터리’
B군, 3월 사망…경찰 “추가대질 없다”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21일 “고유정의 의붓아들 사망 사건에 대한 의혹을 풀기 위해 현남편과의 대질조사를 했지만 두 사람이 전혀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9일 고유정에 대해 5차례 대면조사를 한 결과를 토대로 A씨와의 대질조사를 추진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경찰은 “향후 두 사람에 대한 추가 대질조사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13일 “고유정이 아들을 죽인 정황이 많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낸 바 있다. 고유정은 전남편 강모(36)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황에서 의붓아들의 사망사건을 둘러싼 경찰 조사도 받고 있다.
 
고유정의 의붓아들인 B군(5)의 사망은 발생한 지 넉 달이 넘도록 원인조차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의 지속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B군은 지난 3월 2일 오전 10시 10분쯤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 친가에서 지내다 고유정 부부와 함께 살기 위해 청주로 온 지 이틀 만이었다. 당시 B군과 한방에서 잠을 잔 사람은 친부인 A씨다. 2017년 11월 재혼한 고유정과 A씨는 각각 전남편과 전처 사이에서 낳은 5살 동갑내기 아들이 있었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피를 흘리고 엎드린 채 숨진 아들을 발견하고 고유정에게 신고를 부탁했다. 고유정이 119에 신고한 건 오전 10시 10분이다. 구급대는 약 7분 뒤에 현장에 도착했으나 이미 B군이 사망한 상태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5월 B군 부검 결과 “질식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내놨다.  
고유정 현남편인 A씨와 고유정. [중앙포토]

고유정 현남편인 A씨와 고유정. [중앙포토]

 
부부 기상시간·행적 등 ‘엇갈린 진술’
앞서 A씨는 아들이 숨지기 전날 밤 고유정이 준 차를 마시고 평소보다 깊이 잠이 든 점, 아들 사망 당일 고유정이 일찍 깨어있었는데 숨진 아이를 발견하지 못한 점, 고유정이 감기를 이유로 다른 방에서 자겠다고 미리 얘기한 점 등을 토대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는 고유정이 장례식이 끝나기도 전에 아들이 숨진 매트와 이불을 말끔히 치운 점 등도 문제삼고 있다. 
 
반면 고유정은 B군 사망과의 연관성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고유정은 지난 1일부터 5차례에 걸친 경찰 조사를 통해 자신이 B군을 죽이지 않았다는 진술을 일관되게 했다. 조사 과정에서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까지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고유정의 모습은 전남편 살인사건과 관련한 수사 때와는 전혀 상반된 태도다. 앞서 고유정은 검찰 추궁에도 “기억이 파편화됐다”며 전남편 살해에 대한 진술 자체를 거부해왔다.
전남편을 살해하기 전 범행도구를 사는 고유정. [중앙포토]

전남편을 살해하기 전 범행도구를 사는 고유정. [중앙포토]

 
친부·계모만 있던 집서 사망 미스터리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B군 사망과 관련한 정황은 크게 3가지다. 외부 침입 없이 부부와 B군 등 3명만 아파트 안에 있었다는 점, B군이 숨지기 전까지 같은 방에서 잠을 잔 사람이 친아버지 A씨라는 점, B군의 몸에 학대나 외상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찰은 지난 5월 28일 A씨를 상대로 진행한 거짓말탐지 측정 결과가 ‘거짓’ 반응이 나온 점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짓말탐지 정확도를 97% 정도로 보고 있다. 이에 A씨는 “사건 당일 고유정이 준 음료수를 마신 뒤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그는 “고유정이 카레에 약을 섞어 전남편에게 먹였다는 검찰 발표가 나온 뒤 소름이 끼쳤다”며 “아들이 숨지기 전날에도 아들과 나에게 카레를 해줬다”라고 했다. 경찰은 6월 3일 A씨의 체모를 채취해 국과수 감정을 의뢰했으나 고유정이 전남편을 살해하는 데 사용한 졸피뎀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고유정과 고유정에게 살해된 전남편 사진. [중앙포토]

고유정과 고유정에게 살해된 전남편 사진. [중앙포토]

경찰청, “전남편 살해사건 처리 일부 미흡”
한편 경찰청은 전남편 살해사건 조사 과정에서의 부실수사 여부를 조사해온 결과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정 사건과 관련한 부실수사 논란은 ^현장보존 미흡 ^졸피뎀 미확보 ^현장 인근 폐쇄회로TV(CCTV) 미확보 문제 등이다.
 
경찰청 진상조사팀은 범행 현장인 펜션 내부에 대한 현장 보존 등이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1차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밀감식과 혈흔 검사를 마친 상황이긴 하지만 결정적 증거가 남아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현장 보존에 관심을 쏟았어야 한다는 견해다. 앞서 경찰청은 고유정 사건에 대한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2일부터 제주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 등 관련 부서를 상대로 확인 작업을 벌였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청주=최종권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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