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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수출 감소, 10대국 중 1위…커지는 성장률 하향 압박

중앙일보 2019.07.21 12:25
올해 들어 4월까지 한국의 수출 감소 폭이 세계 10대 수출 대국 중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진이 지속하는 가운데, 일본이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나서면서 한국의 성장률 전망은 계속 하향 압박을 받고 있다.  
 
21일 세계무역기구(WTO)와 기획재정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한국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수출이 크게 줄었다. 수출액은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연속 줄었고, 지난달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3.5% 줄며 3년5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1~4월 WTO 수출 통계를 보면 세계 10대 수출 대국 가운데 한국의 수출 감소 폭이 1위다. 한국의 수출은 1814억8500만 달러로 6.9% 줄었다. 이어 독일(-6.4%)ㆍ일본(-5.6%)ㆍ이탈리아(-5.2%) 순이다. 10대 수출국 가운데 미국과 중국만 수출이 증가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이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리지스트 등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강화하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낮추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수출과 투자가 더 타격을 받으면서 경기둔화 압력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가 이달 43개 IB 등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균 2.1%였다. 지난달 조사치(2.2%)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IHS마킷과 ING그룹이 한국 성장률을 1.4%로 예상하며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가 1.5%, 노무라증권·데카방크·모건스탠리·OCBC가 1.8%를 점쳤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후 가장 낮은 수준인 2.2%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일 양국의 긴장 관계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백색 국가 제외 조치를 강행할 경우 한국의 성장률 전망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보고서에서 “현재 한국의 성장률을 2.0%로 전망하지만, 양국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으로 맞서 공급 체인이 심각하게 망가질 경우 성장률이 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일본의 조치로 반도체 생산이 10%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2019∼2020년 평균 성장률은 기존 2.1%에서 0.5%포인트 내린 1.6%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일본의 보복 조치로 시작된 한일 갈등이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세계 주요 나라는 원자재ㆍ중간재ㆍ최종재를 서로 수입ㆍ수출하며 촘촘한 글로벌 가치사슬을 형성하고 있다. 한일 양국의 무역분쟁으로 비화하면 이는 비단 한일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는 뜻이다. 이미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는 ‘도미노 충격’에 노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에서 삼성전자에 앞서 있는 대만 TSMC는 지난 18일 하반기 실적 전망에서 최근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를 ‘최대 불확실성(biggest uncertainty)’으로 꼽았다. 이 회사의 마크 류(劉德音) 회장은 “한일 갈등으로 인해 올 4분기 전망을 정확하게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지정학적 요인과 통상 관련 불확실성이 간단히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애플과 아마존 등 미국 IT업체들도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등에 공급이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지를 거듭 문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지브 비스와스 IHS마킷 아시아태평양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아시아국가의 수출이 이미 미·중 무역 협상과 글로벌 전자기기 신규주문 감소로 강력한 역풍을 맞은 상태에서 일본의 조치가 세계 교역에 긴장을 더하고 있다”며 “몇몇 경제 대국이 무역 제재를 정치적 수단으로 쓰는 일이 늘어난 것이 지난 1년간 세계 교역과 신규 수출 주문을 약화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진단했다.  
 
우리 정부의 대응은 더 빨라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관계부처를 통해 추경안에 추가 반영해야 할 긴급 소요 예산을 취합한 결과, 총 7929억원의 증액 요구가 있었다. 기재부는 이 가운데 약 2730억원 규모의 증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여야 지도부와 국회 예결위 등에 최근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여기에 일본을 대체해 다른 나라에서 들어오는 반도체 소재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주는 ‘할당 관세’도 검토 중이다. 다만 할당관세는 국가가 아닌 품목 기준으로 적용되므로 일본에서 수입하는 제품까지 관세를 면제해주는 문제가 있다. 또, 아직 기업의 대체 수입이 가능할지가 불투명한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에서 어떤 품목에 대해 필요하다는 요청이 들어오면 타당성이 있는지 검토할 수 있다”며 “다만 지금까지 신청이 들어온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 주말 관계장관 회의에서 ▶관련 연구개발(R&D)에 대한 주 52시간 이상의 특별연장근로 인정 ▶주요 화학물질 등의 R&D 인허가 기간 단축 ▶핵심 R&D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관련 사업 세제 지원 확대 등의 대책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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