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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해 무슨 작물 키울까? 초보자는 특산물이 안전

중앙일보 2019.07.20 15:00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51) 
각박한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의 삶을 꿈꾸는 사람이 늘었다. 농촌에서의 생활이 마냥 느긋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집안 살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더니 귀농살이가 그렇다. 사진은 '귀농귀촌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 [연합뉴스]

각박한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의 삶을 꿈꾸는 사람이 늘었다. 농촌에서의 생활이 마냥 느긋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집안 살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더니 귀농살이가 그렇다. 사진은 '귀농귀촌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 [연합뉴스]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사라지면서, 바쁘고 각박한 도시보다 자연에 가까운 농촌에서의 삶을 꿈꾸는 사람이 늘었다. 하지만 고심 끝에 선택한 귀농귀촌의 삶도 요즈음 같으면 마냥 느긋하기만 한 건 아닌 것 같다. 비 온다고 지붕 들여다봐야 하고 폭염이 쏟아진다니 스프링클러를 한 번 더 켰다 껐다 해 봐야 한다.
 
어떻게 보면 더 바쁘다. 귀농귀촌을 처음 하면 무척 바쁘다. 집안 살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더니 귀농살이가 그렇다. 뭘 몰라서 그렇기도 하다. 익숙하지 않은 초보라서 실패를 맛보기도 한다. 그래도 뭐든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으니 괜찮다. 사실 참 재미있다. 뭐든지 몇 번 하면 노하우가 생기지 않은가.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하다.
 
마늘과 양파, 과잉생산으로 가격 폭락
요즈음 이슈는 마늘과 양파다. 예상은 했지만 마늘과 양파는 농민들이 작년보다 더 많이 심고 기온도 적당해 풍작을 이루면서 공급과잉으로 이어졌다. 농민들은 정부에게 대책을 내놓으라고 하는데 스스로 생산량 조절을 못 했으니 정부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
 
작년엔 양파값이 괜찮았다. 그래서 대체작물로 많은 농가가 양파를 선택한 결과가 지금이다. 물론 생산 과정에서 농가와 지자체, 중앙정부가 협업하면 좋겠지만 농산물 판매를 이미 시장에 오롯이 맡긴 상황이라 여의치가 않은 것이다. 그러니 벌써 내년에는 무엇을 심어야 하나 다들 고민이다. 귀농귀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떤 작물을 기를 것인가는 귀농귀촌자에게 매우 중요한 주제이자 어려운 문제이고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다.
 
전남 여수시 화정면 사도 주민들이 들에서 마늘을 심고 있다. 마늘과 양파는 농민들이 작년보다 더 많이 심고 기온도 적당해 풍작을 이루면서 공급과잉으로 이어졌다. 어떤 작물을 기를 것인가는 귀농귀촌자에게 매우 중요한 주제이자 어려운 문제이다. [중앙포토]

전남 여수시 화정면 사도 주민들이 들에서 마늘을 심고 있다. 마늘과 양파는 농민들이 작년보다 더 많이 심고 기온도 적당해 풍작을 이루면서 공급과잉으로 이어졌다. 어떤 작물을 기를 것인가는 귀농귀촌자에게 매우 중요한 주제이자 어려운 문제이다. [중앙포토]

 
작물은 특수작물, 지역 특산물, 기획작물, 신품종, 야생작물 정도로 구분한다. 그리고 주작물과 보조작물을 선정해서 재배하면 좋다고 한다. 그런데 관심은 역시 어떤 작물이 돈이 되는가다. 돈이 될지 안 될지는 나중에 수확하고 팔아 봐야 아는데,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로또 같이 보인다. 지금 양파와 마늘이 그렇다. 작년과 올해가 전혀 다른 상황을 만들기 때문이다.
 
귀농하면 초보자도 키우기 쉬운 작물부터 해야지 마음먹어도, 기왕 투자한 만큼 어차피 손이 갈 거라면 이득이 큰 작물을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한다. 내게도 어떤 작물이 괜찮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 데 대답하기 참 애매하다.
 
진짜로 이득이 되는 작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한다. 나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뒤져보고 방송을 살펴보면 돈 되는 대박 작물이라고 소개되는 것이 참 많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주변에서 대박 났다고 하는 사람을 만나본 일이 없는데 왜 대박이 났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굳이 조언해 준다면 이렇다. 우선 귀농자와 귀촌자는 심는 작물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귀농자는 농사를 전업으로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작물 선정과 더불어 영농에 대한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시작해야 한다. 해당 작물의 시장성, 유통 상황, 수입 농산물 대체 여부, 지난 3년간의 가격 동향 등 살필 것이 많다.
 
귀촌자의 경우에는 생태농업을 권유해 준다. 혼작이라고도 부르는 생태농업은 여러 가지 작물을 섞어 심기를 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먹는 게 몇 가지인가 세어 보면 대체로 20가지 정도다. 이걸 철 따라 한 밭에서 같이 심어서 키우는 것이다. 그러면 식물끼리 서로 보완해 잘 자라고 벌레도 잘 안 끼고 물도 아낄 수 있다. 사람 입장에서는 먹을 게 다양해지니까 좋다. 여기에 닭을 몇 마리 같이 키운다. 싱싱한 달걀을 얻을 수 있고 육계도 얻을 수 있다. 이 방법은 작물을 내다 팔 게 아니니까 식량을 자급하자는 의미로 생태적으로도 매우 유용하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노동력에 따라 키울 수 있는 작목의 종류도 달라진다. 전업농은 경영 자금과 판매량에 따라서 재배면적을 결정하고 투입되는 노동력을 결정한다. 사진은 귀농영농창업교육에서 귀농자 교육을 듣고 있는 교육생들. [중앙포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노동력에 따라 키울 수 있는 작목의 종류도 달라진다. 전업농은 경영 자금과 판매량에 따라서 재배면적을 결정하고 투입되는 노동력을 결정한다. 사진은 귀농영농창업교육에서 귀농자 교육을 듣고 있는 교육생들. [중앙포토]

 
영농기술을 제대로 익히려면 3~5년이 걸린다고 보통 이야기한다. 첫해에는 수확이 변동이 심하고 둘째 해에 수확이 좀 잡힌다 싶어도 3년 차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4년 차 이후가 돼서야 평균적인 작황이 나오게 되니 시간이 좀 걸린다. 귀농한 청년농에게 3년간 기본소득을 지원해 주는 이유도 3년간은 영농기술이 확 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영농기술에 따라서 심을 수 있는 작물이 달라진다기보다는 영농기술이 밭작물 다르고 과수 다르고 버섯 다르고 축산물 다르니까 한 분야를 습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선택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전적으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노동력에 따라 키울 수 있는 작목의 종류도 달라진다.
 
전업농은 경영 자금과 판매량에 따라서 재배면적을 결정하고 투입되는 노동력을 결정한다. 노동력을 얼마나 투입할지는 우선 재배면적과 작목의 종류에 좌우된다. 1년 내내 사람을 쓰지는 않는다. 대신 사람을 집중적으로 써야 할 시기가 있는데 시골은 사람 구하기가 만만치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 작업 시기를 놓치면 농사를 망치니까 너무 많은 작물을 심지 않으려고 조정한다. 작목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밭이 500평 이내면 부부가 사람 안 쓰고 할 수 있다.
 
또 귀농귀촌을 하는 지역적 특색을 고려해야 한다. 지역별로 특화된 작목이 있다면 선택하기가 수월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지역 특산물로 작물을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역 특산물은 지역 주민들이 영농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고, 또 유통망이 잘 구축돼 있어 판매도 수월하다.
 
충남 금산군의 추부면에 가면 특산물이 깻잎이다. 추부 깻잎은 대전과 충남 지역에서 유명세를 타 잘 팔리는 까닭에 농민들은 생산에만 전념한다. 지역 농협의 이름이 깻잎농협이다. 농협 앞 터미널에 자리한 분식점에서도 깻잎 김밥을 판다.
 
베리류 심은 농가들 낭패
블루베리 체험농장에서 농민들이 친환경 블루베리를 수확하고 있다. 이제는 농산물을 바구니에 담아 시장에 내다 파는 시대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유통 경로는 다양해졌다. [중앙포토]

블루베리 체험농장에서 농민들이 친환경 블루베리를 수확하고 있다. 이제는 농산물을 바구니에 담아 시장에 내다 파는 시대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유통 경로는 다양해졌다. [중앙포토]

 
반대로 어느 지자체는 인기 있는 외래종 베리류를 지역 육성 품목으로 정해 많은 농가를 참여시켰다가 그 품종이 과잉 생산돼 낭패를 보고 있다. 판매처를 부지런히 찾고 있지만 해결책이 쉽지 않다. 특산물이라고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키울 작목을 선정한다면, 사실상 귀농귀촌의 방향성이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작목 선정에 관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내 농산물이 얼마나 팔릴 것인가를 생각하면 스트레스 때문에 잠을 못 잔다. 지난번 아프리카돼지열병 이야기하면서 양돈 농민들이 잠 못 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농업에는 항상 리스크가 있다. 그렇지만 내가 키운 농산물이나 축산물을 먹는 고객이 누구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제는 농산물을 바구니에 담아 시장에 내다 파는 시대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유통경로는 다양하다. 그런데 농민들 대부분이 어느 계층의 어떤 사람이 고객인지 잘 모른다. 가정에 가는지 학교 급식으로 가는지 식당에 가는지 식품이나 의약품 원료로 쓰이는지 알고, 최종소비자를 알았을 때 제품의 특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객을 알고 작물을 키우는 태도가 필요하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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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필진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 농촌이나 어촌에서 경험한 아름다운 기억을 잊지 못해 귀농·귀촌을 지르는 사람이 많다. “나는 원래 농촌 체질인가 봐”라며 땅 사고 집도 지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그러나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닫고 후회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귀농·귀촌은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녹록지 않다. 필자는 현역 때 출장 간 시골 마을 집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가 그리워 귀농·귀촌을 결심한 농촌관광 컨설턴트다. 그러나 준비만 12년째고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준비한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정착한다고 했다. 귀농·귀촌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정착 요령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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