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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사 말 끊고 “무례”라며 버럭, 고노 계산된 ‘도발’

중앙선데이 2019.07.20 00:43 645호 3면 지면보기
고노 다로 일본 외상(왼쪽)이 19일 오전 일본 외무성에서 남관표 주일대사와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고노 다로 일본 외상(왼쪽)이 19일 오전 일본 외무성에서 남관표 주일대사와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남관표 주일대사=“우리 정부는 이런 노력(징용 문제 해결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의 구상을 제시한 바 있고, 이 방안을 토대로 더 나은 해결책 마련을 위해 일본 측이 함께 지혜를 모아가기를 기대한다.”
 

남관표 대사 초치해 목청
노타이 차림 고노, 손 흔들며 화내
“대화는 이어가고 싶다” 여지는 남겨
남 대사 “현 상황 해소돼야” 받아쳐

▶한국 측 통역=“…이 방안을 토대로 더 나은 해결책 마련을….”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잠깐만 기다려 달라.”
 
19일 오전 일본 외무성에 초치된 남 대사의 발언에 대한 한국 측 통역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노 외상이 갑자기 발끈하며 말을 막았다. 그런 뒤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자신의 발언을 이어갔다.
 
남 대사와 달리 노타이 차림의 고노 외상은 상기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한국 측의 제안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국제법 위반 상황을 시정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국에 전했음에도 이걸 모르는 척하면서 또 제안하는 것은 엄청난 무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 대사가 지난달 19일 한국 정부가 밝혔던 ‘한·일 양국 기업이 징용 판결 원고들에게 위자료를 지불하는 방안(1+1안)’을 재차 언급하자 고노 외상이 “이미 못 받아들인다고 한 걸 왜 또 제안하느냐”며 버럭 화를 낸 것이다. 외교 관례상 상대국 대사의 말을 중간에 끊고 면전에서 ‘무례’란 단어를 쓰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로, 일본 언론들은 “국내외 여론을 의식한 계산된 행동”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면담은 1965년 청구권 협정에 따라 일본 측이 요구한 징용 중재위 설치에 대한 한국 측 답변 시한(18일)이 특별한 회답 없이 마감된 것과 관련해 고노 외상이 남 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항의하는 자리였다. 고노 외상은 “구 조선반도 노동자 문제(징용 문제)가 마치 다른 문제(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그만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면담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앞서 모두 발언에서 고노 외상은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의 국제질서를 근본으로부터 뒤집고 있다”며 “국내 사법 판결을 이유로 국제법 위반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선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남 대사는 수출 규제 강화에 대해 “일본 측의 일방적인 조치들로 양국 국민과 기업이 어려움을 당하고 피해를 입고 있다”며 “양국 관계의 근간을 해치는 상황이 조속히 해소돼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이날 면담과 별도로 고노 외상은 ‘대한민국이 일·한 청구권 협정상 중재에 응하는 의무를 불이행하는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담화도 발표했다. 그는 담화에서 “징용 문제는 65년 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이어 “청구권 협정에 기초한 중재위가 설치되지 못한 건 지극히 유감”이라며 “중재에 응하지 않은 것은 지난해 대법원 판결 등에 이어 한국이 또다시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측에 의해 야기된 엄중한 양국 관계 현황을 감안해 한국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추가 조치’ 가능성을 압박했다.
 
담화엔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의 ‘법의 지배’를 오랫동안 중시해 왔다”거나 “국가는 국내 사정을 불문하고 국제법에 기초한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등 국제사회를 의식한 문구도 다수 포함됐다. 고노 외상이 “수출 규제 강화와 징용 문제는 관련이 없다”고 수차례 강조한 것도 ‘정치 문제를 경제로 보복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당초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징용 문제에 대해 답을 내놓지 않아 양국 신뢰가 무너졌다. 수출 규제도 신뢰관계 훼손 때문”이라고 했지만 징용과 선을 긋는 쪽으로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
 
고노 외상은 다만 “한국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면서도 그 내용과 시기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언제 어떻게 취할지는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 대다수 일본 언론들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카드는 한국 측이 응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당분간 보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고노 외상은 이날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외교 당국 간 대화는 확실히 이어가고 싶다”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주일 한국대사관도 “우리 측 제안을 기초로 양측이 원하는 것과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보다 긴밀한 대화를 통해 이해를 높여갈 필요가 있다”는 남 대사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에 대해 마이니치 신문은 한국의 중재위 거부에 대한 일본의 구체적 전략은 참의원 선거(21일) 이후에야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고노 외상 등이 도쿄를 자주 비워 전략을 숙의할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21일 이후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일본 정부가 예고한 대로 수출 관리상의 특혜 조치가 부여되는 ‘화이트(백색)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지와 관련해 한국 정부 소식통은 “결국 열쇠는 징용 문제가 쥐고 있기 때문에 한국 측이 징용 문제와 관련된 의미 있는 제안을 먼저 하지 않는 한 일본 정부가 한 번 꺼낸 칼을 쉽게 거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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