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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 교육에 바친 사학 운영자, 범죄자 취급해 암울”

중앙선데이 2019.07.20 00:42 645호 4면 지면보기
전북 상산고 학부모들이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에 대해 교육부가 ‘부동의 권한’을 행사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전북 상산고 학부모들이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에 대해 교육부가 ‘부동의 권한’을 행사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친전교조 성향의 교육감들이 일반고로 바꾸려는 전주 상산고 등 자율형사립고(자사고) 11곳의 연간 법인전입금 총액은 77억 1127만원(2019년 예산 기준)이다. 자사고를 운영하는 사학법인은 이 돈을 매년 꼬박꼬박 학교로 보내 교육에 투자했다. 이 돈이면 서울지역 일반고 20곳을 운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학교가 일반고로 바뀌면 재단은 이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에 대해 향후 5년간 학교당 총 2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윤남훈 사립초중고법인협회장 인터뷰
깜깜이 자사고 평가 원천 무효
취소 철회 안 하면 공동 법적 대응

법인회계·학교회계 구분하는 건
한국이 세계 유일 … 개선책 시급

윤남훈 한국사립초중고교법인협의회 회장(삼산학원 이사장)은 “사학법인이 재산을 출연해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는데 이걸 하지 말라는 게 교육감들의 자사고 정책”이라고 말했다. 법인협의회는 전국 초·중·고교 사학법인 900여 곳을 대표하는 조직이다.
  
전북교육감 대놓고 법 절차 어겨
 
윤남훈 회장(72)은 한신초등학교, 정의여중·고를 운영한다. 김경빈 기자

윤남훈 회장(72)은 한신초등학교, 정의여중·고를 운영한다. 김경빈 기자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이 “정부가 벽돌 하나 사주지 않고서 사학 운영에 개입한다”고 비판했는데 여기에 동의하나.
“홍 이사장이 1981년 상산고를 설립할 때 사재 수백억 원을 출연했다. 2003년 자사고로 전환한 뒤에도 매년 20억~30억원을 학교에 전출했다. 보다 나은 교육을 제공해 인재를 키우겠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그런데 전북교육청이 공정성이나 객관성이 떨어지는 평가 지표를 가지고 상산고를 평가해 자사고 지정 취소를 강행하려고 하니 어느 누가 자괴감과 허탈감,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까.”
 
전북교육청은 청문회에서 나온 상산고의 반대 목소리를 교육부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청문이란 말 그대로 듣는다는 것 아닌가. 교육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에도 나와 있는 법적 절차를 김승환 전북 교육감이 아예 어기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상산고에 대해선 교육청의 평가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서울 등 다른 자사고의 평가 결과를 받아들여 일반고로 전환하는 데 동의한다면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나.
“전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사고가 고교 서열화와 일반고 황폐화를 부추긴다고 주장하면서 처음부터 폐지를 염두에 두고 진행한 밀어붙이기식 평가였다. 지정취소 기준점을 60점에서 70점 또는 80점(전북)으로 상향 조정하는가 하면 평가 항목이 모호하고, 교육감의 재량 평가 범위가 넓어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은 평가였다. 서울의 경우 기준점에 탈락했다고 각 학교에 통보하면서도 정확하게 몇 점을 받았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부가 지정 해제를 한다면 이를 수긍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자사고 지정 취소 계획은 원점부터 철회하는 게 맞다.”
 
협의회는 어떻게 대응하려 하나.
“교육부조차 교육감들의 불공정한 평가에 대해 제동을 걸지 않고 동의한다면 자사고 관계자들과 협의해 법적 대응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자사고는 사립 중 일부를 차지하는데.
“자사고는 사학의 본질적인 부분이다.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개인의 재산을 출연해 만든 사학 운영자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현재 한국의 사립학교의 상황을 보자. 교육청이 학생을 배정하니 사립학교는 학생 선발권을 갖고 있지 않다. 종교 사학은 종교교육을 할 수 없도록 교육청이 금지하고 있으니 학교 설립 목적에 맞는 교육과정 편성권도 없어진 지 오래다. 최근엔 사학법인이 교사를 채용할 권한마저 상실했다.”
  
옥상 올라가 자폭하고 싶다는 이사장도
 
사학법인이 교사도 맘대로 못 뽑나.
“사립학교 교사 채용 과정에서 비리가 많다며 채용시험을 교육청에 위탁해 시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재정지원금을 제대로 주지 않겠다고 압박한다.”
 
사학운영자로서 가장 큰 고충은.
“전 재산을 바쳐 학교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칭찬하고 독려해줘도 모자랄 판국에 범죄자인 양 취급하고 있다. 암울하다. 어떤 이사장은 옥상 올라가 자폭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 정부가 돈이 없어 직접 할 수 없었던 교육의 한 축을 사학이 담당했다.
“아무리 과거를 쉽게 잊는다고 하지만 과거 우리가 어렵게 살았던 1960·70년대 국가가 할 수 없었던 교육을 떠맡았던 사학의 역할을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올해 2학기부터 2021년까지 고교에 무상교육이 확대되면 사학은 어떤 상황을 맞게 되나.
“무상교육체제에서 학교는 수업료를 걷어 학교를 운영할 수 없다. 징수권을 박탈당하는 대신 교육청이 주는 재정지원금에 의존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재정지원을 명분으로 교육청의 부당한 지시나 감독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학교법인이 교육청에서 돈을 받는 게 아니라 교육청이 학부모에게 바우처(Voucher·정부가 학부모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쿠폰. 학부모 등 수요자가 학교에 내는 쿠폰에 따라 재정 지원)를 주는 방안 등을 교육부가 검토해야 한다.”
 
사립 이사장은 4대 보험도 자기 돈으로 낸다는데 맞나.
“이사장은 법인에서 월급을 받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러니 건강보험료 등을 개인이 낸다. 영화를 보면 이사장이 막강한 권한을 지닌 것처럼 묘사되나 사실이 아니다. 현재 학사 운영에 관여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런데 학교 안에서 사고가 나면 이사장은 책임을 져야 한다. 교사 체벌을 비롯해 학교 폭력 등의 사건이 벌어졌을 때 피해자가 학교 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내 이사장이 배상해야 할 때도 있다.”
 
학생 수가 갈수록 줄어 사학이 재정적으로 어렵다는데.
“학교법인은 교직원의 인건비에 해당하는 법정부담금(4대 보험료 등)을 법인회계에서 부담해야 한다. 교육 당국은 이걸 못하는 영세 법인은 범법자로 간주하고, 부담금 미납을 이유로 운영비 지원액을 깎기도 한다. 수익을 내기 힘든 임야 등 부동산이나 이율이 낮은 예금 등을 교육용 기본 재산으로 보유한 영세 법인이 현재 대부분이다. 법인회계와 학교회계를 구분하는 것은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다. 회계 구분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자사고·특목고 뺀 일반고 입시 결과도 사립이 공립 압도 왜
공립 교사 5년마다 학교 옮겨
입시 지도 노하우 축적 어려워
 
수험생들이 가고 싶은 상위권대의 고교별 입시 결과(입결)를 보면 사립이 공립을 압도한다. 입시기관이라는 비판을 받는 자사고, 외고 등을 제외하고 평준화 지역 일반고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사립 일반고 역시 입시에 몰두하는 입시기관이기 때문일까. 고교의 진학지도 담당 교사들은 “사립이 잘한다기보다 공립이 워낙 죽을 쑤기 때문”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여기엔 공립의 구조적 한계가 작용한다. 공립 교사들은 대체로 5년마다 옮겨 다닌다. 인사이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공립에선 입시지도 노하우가 축적되기 쉽지 않다. 이에 비해 사립 교사들은 한번 들어간 학교가 평생직장이다. 경력이 붙을수록 입시지도도 체계적으로 한다. 구조적으로 공립이 사립을 쫓아가기 어려운 것이다.
 
윤남훈 한국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 회장은 “어느 사회나 학교 간 차이는 있는 것인데, 자사고를 없애 마치 학교 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 등의 교육감들이 자사고 중 일부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사립고교 내 입결 차이는 분명 희석될 것이다. 그렇다고 공립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특히 2022학년도 대입에서 수능으로 전형하는 정시모집 비중이 30%로 확대되면 수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공립고교 수준을 높이는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고서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교만 없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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