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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베스트] 대통령 트럼프, 금융위기가 낳았다

중앙선데이 2019.07.20 00:21 645호 21면 지면보기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최근 출간된 신간 중 여섯 권의 책을 ‘마이 베스트’로 선정했습니다. 콘텐트 완성도와 사회적 영향력, 판매 부수 등을 두루 고려해 뽑은 ‘이달의 추천 도서’입니다. 중앙일보 출판팀과 교보문고 북마스터·MD 23명이 선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경제사 대가 애덤 투즈의 분석
정치와 경제 상관관계 살펴


붕괴

붕괴

붕괴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아카넷
 
1929년 대공황의 산물은 아돌프 히틀러였다. 불안해진 독일 민중은 그를 택했고, 히틀러는 1933년 독일 총리가 됐다. 이후 나치 정권을 이끌면서 실업난을 해소해 전폭적 지지를 얻었다. 시간은 흘러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졌다. 그 산물은 도널드 트럼프였다. 역사는 지금을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게 될까.
 
현대 경제사 연구의 대가로 꼽히는 애덤 투즈 미국 컬럼비아대 역사학과 교수가 펴낸 『붕괴: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가 제시하는 화두다. 부제처럼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 경제사를 담았다. 964쪽의 방대한 분량이지만 가독성은 뛰어나다. 저자는 금융위기가 미국·유럽을 넘어 아시아와 신흥국 등 전 세계로 확산된 과정을 찬찬히 짚어본다. 2008년 9월 16일. 글로벌 화폐시장이 멈춰 선다. 역사상 가장 많은 은행들과 금융 체계가 동시다발적 위험에 처했다. 세계 교역량은 급감했고, 주요 수출국들은 당황했다.
 
특히 한국은 금융위기로 가장 극심한 고통을 겪은 신흥국에 해당했다. 저자는 한국처럼 외환 보유액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경제적으로 튼튼한 국가라도 세계적인 대위기 앞에서는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당시 상황이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90년대 외환위기 당시 한국은 수출 주도 국가로서 자본재 거래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상태였다. 달러를 조달하기 위한 외환시장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금융위기와 마주치자 자금 조달 압박이 극심해졌다. 원화는 속수무책으로 평가 절하됐다.
 
경제위기는 정치 불안으로 이어진다. 미국 경제사 연구의 대가 애덤 투즈가 『붕괴』에서 그런 사례 분석 결과를 선보였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빅 숏(Big Short)’의 한 장면. [중앙포토]

경제위기는 정치 불안으로 이어진다. 미국 경제사 연구의 대가 애덤 투즈가 『붕괴』에서 그런 사례 분석 결과를 선보였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빅 숏(Big Short)’의 한 장면. [중앙포토]

그럼에도 한국은 얼마 안 가 충격을 딛고 경제성장을 이어갔다. 금융 시스템을 국제화했다. 저자는 이를 한국이 포퓰리즘이라는 정치적 불안 요인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금융위기 여파로 2010년대 들어 서구권 각국에서는 기존 정부나 체제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 속에 포퓰리즘이 득세했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다. 포퓰리즘의 득세 속에 서구사회는 반세계화를 외치면서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유지했다.
 
저자는 이렇게 구축된 새로운 세계질서가 10년 전 금융위기의 위태로운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라고 진단한다. EU는 지금도 위기의 연속이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이 포퓰리즘으로 큰 타격을 입은 데 이어 동맹국 간 관계가 과거보다 나빠져 경제의 불확실성 리스크가 확대됐다. 위기의 주요 진원지였던 미국만이 예외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회복, 표면상 성공 가도를 달리는 듯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반문한다. 미국이 전에 없던 위기와 다시금 마주한다면 그땐 대처할 수 있을까. 트럼프 행정부의 변덕이 세계 경제에 뿌린 불확실성의 씨앗이 언제 또 금융위기 같은 위험한 싹을 틔울지 모른다.
 
결국 오늘날의 세계 경제가 어떻게 형성됐으며, 어디로 갈지를 오롯이 이해하려면 경제학의 관점에서만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 국민 투표와 선거 등 정치적 배경과 지정학적 측면에서 복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1967년 영국 태생의 저자는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발표하는 ‘세계의 사상가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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