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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베스트] 이번엔 보노보…정유정의 소설 탐사

중앙선데이 2019.07.20 00:20 645호 21면 지면보기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최근 출간된 신간 중 여섯 권의 책을 ‘마이 베스트’로 선정했습니다. 콘텐트 완성도와 사회적 영향력, 판매 부수 등을 두루 고려해 뽑은 ‘이달의 추천 도서’입니다. 중앙일보 출판팀과 교보문고 북마스터·MD 23명이 선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진이, 지니

진이, 지니

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은행나무
 
2016년 장편소설 『종의 기원』에서 사이코패스의 내면을 실감 나게 그렸던 소설가 정유정의 새 장편이다. 이번에는 ‘인간 바깥’으로 관심사를 넓혔다. 영장류. 그중에서도 인간 DNA와 구성이 가장 유사하다는(98.7% 일치) 보노보의 내면을 파고들었다. 영장류 연구학도로 나오는 여성 주인공 이름이 진이, 진이와 마주친 어린 보노보 이름이 지니다.
 
보노보 내면을 파고들었다고 했지만 동물적 본성이나 보노보의 심리를 그리는 건 아니다.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영역일 터. 진이와 지니의 의식이 결합한다는 환상적인 소설 장치를 통해 평소에는 얌전하다 야성이 발동해 폭력적이 되는 보노보 내면을 묘사한다. 그러니까 본성 안으로 뚫고 들어간 게 아니라 바깥에서 본성을 관찰한 기록이다.
 
보노보는 인간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말에 내포된 감정을 읽고 반응하고 기억한다고 한다. 이런 보노보가 눈빛으로 사람과 교감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오는데, 세상의 어떤 사람들에게 보노보는 돈벌이의 대상일 뿐이다.
 
그렇다고 소설이 야생 생물 보호를 부르짖는 건 아니다. 보노보를 활용해, 상실과 우정, 죽음이라는 인간 운명에 대한 얘기를 하는 모양새다. 소설 막바지 진이가 스스로 최후를 선택하는 극적인 한 장면을 향해 이전까지의 모든 사연과 사건들이 달음박질쳐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정유정은 그동안 거침없는 서사, 독서 쾌감을 유발하는 문장으로 사랑받아왔다. 그런 솜씨가 여전히 살아 있는 또 하나의 정유정 소설이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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