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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에일 ‘딱~ 한 잔만’ 분위기 타고 향긋한 반란

중앙선데이 2019.07.20 00:02 645호 6면 지면보기
에일 vs 라거, 시원한 맥주 뜨거운 전쟁
독일 뮌헨에서 매년 9월 중순~10월 초순 열리는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에는 500만 명이 몰린다. [EPA=연합뉴스]

독일 뮌헨에서 매년 9월 중순~10월 초순 열리는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에는 500만 명이 몰린다. [EPA=연합뉴스]

맥주시장이 정규리그에 돌입했다. 7~8월 복더위가 성수기다. 맥주칼럼니스트 서상균의 표현대로, 더위는 최고의 맥주 안주다. 이 시기에 한 해 판매량의 30%가 나간다. 수출입 물량도 많다. 지난해 전체 수입량 38만7981t의 21%가 7~8월에 들어왔다. 수출량 21만1688t의 28%도 이때 몰렸다. 한국의 맥주 수출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0만t을 넘어섰다. 지난해 주류 총 수출량(29만7345t)의 3분의 2 이상이다. 맥주는 2010년부터 소주를 제치고 우리나라 주류 수출량 1위를 지키고 있다. 2017년부터는 수출액에서도 1위다. 
 

‘소맥’ 기피하는 음주문화 확산에
새로운 맛 찾는 젊은 층 중심 인기

수제 맥주 연 평균 40%씩 성장
2023년 시장 규모 1500억 예상

주세 개편으로 고급맥주 값 내려
내년 ‘탈 라거’ 흐름 가속화될 듯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맥주는 물론 수출하고 수입하는 맥주의 대부분은 라거(lager) 계열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라거는 ‘돌’을 맞고 있다. “밍밍하다” “폭탄주에나 써야…”라는 비판이 거세다. 에일 위주의 크래프트 맥주 열풍이 불면서 그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의 한 크래프트맥주 전문점에서 만난 라경모(41)씨는 “라거는 말오줌 맛”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 중 하나인 버드와이저·밀러 등도 외국에서는 ‘말오줌(horse piss)’, ‘맹물 같다(watery)’고 비판받는다. 국산 카스 등과 비슷한 아메리칸라거 계열이다.
 
하지만 라거는 억울하다. 애호가들은 “탄산 맛에 목 넘김이 좋다” “밍밍한 게 아니라 깔끔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호프집에서 만난 양희천(46)씨는 “에일이 맥주인가, 쓰디쓴 약 같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라거가 욕을 먹는 가장 큰 이유는 맛보다는 획일성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황지혜 비플랫 대표는 “대기업들은 과거에 에일 맥주를 생산했지만 잘 팔리지 않자 수익적 측면에서 라거 계열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져 상대적으로 라거가 천대받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라거만 마시다 다양한 수입맥주나 에일 위주의 수제맥주를 접한 소비자들의 비난이 라거로 쏠리는 것이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생산하는 라거는 맛이 없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식상해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고 말했다. 
 
에일을 비롯한 다양한 맥주들에 대한 선호도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 633억원으로 추산된다. 아직 전체 맥주 시장 규모 5조 원의 1.3%에 불과하지만 최근 3년간 연 평균 40%씩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2023년 수제 맥주 시장이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소규모 맥주생산업체 수도 2014년 54곳에서 지난해에는 109개로 늘었다. 올 들어서는 120개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생활 패턴의 변화와 주류세 개편으로 맥주의 ‘탈 라거’ 흐름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우선 ‘소맥’으로 대표되는 음주 문화가 바뀌고 있다. 기업들이 접대와 회식을 줄이면서 맥주에 소주를 섞어 몇 잔씩 들이키는 경우가 줄어드는 것이다. 소맥 제조에 주로 쓰이는 국산 라거 맥주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을 추구하는 풍조에 따라 젊은층을 중심으로 좋아하는 술 한두 잔을 가볍게 마시는 쪽으로 음주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는 에일이 제격이다.
 
실제로 2014년 창립한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브랜드 생활맥주는 지난 4월 전국 매장 수가 200개를 넘어섰다. 에일과 밀맥주를 중심으로 지난해 매출 500억원을 돌파했다. LG전자는 수제맥주 제조기 ‘LG 홈브루’를 16일 출시했다. 에일과 밀맥주, 필스너 등 5종류의 맥주를 집에서 만들 수 있다.
 
최근 이뤄진 주세 개편은 에일의 인기에 날개를 달아 줄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맥주와 막걸리에 대한 세금을 기존의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할 방침이다. 종가세는 출고가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반면 종량세는 알코올 도수와 술의 양에 비례해 세금을 매긴다. 현행대로라면 출고가 1000원인 맥주에는 주세(72%), 교육세(주세의 30%)와 부가가치세(출고가+세금의 10%)가 붙어 도매가격이 2000원을 넘게 된다. 출고가 2000원짜리 맥주 가격은 4000원을 넘는다. 하지만 내년부터 맥주에 1L당 830원의 주류세가 적용되면 1000원짜리 맥주는 가격이 소폭 오르는 반면 2000원짜리 맥주는 오히려 1000원정도 낮아진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에일과 수제맥주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셈이다. 김진만 수제맥주협회 과장은 “대기업에서 만드는 라거 계열 맥주와 에일 중심의 수제맥주는 상생의 관계”라며 “맥주 마니아라면 모든 맥주의 고유의 맛을 음미하고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홍준·김창우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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