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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 갈 때 혹시…부산 중리산에만 ‘실종 발목지뢰’ 54발

중앙선데이 2019.07.20 00:02 645호 8면 지면보기
후방에 지뢰밭? 
2001년 육군 53사단이 부산 중리산에서 발견한 M14 대인지뢰 . [연합뉴스]

2001년 육군 53사단이 부산 중리산에서 발견한 M14 대인지뢰 . [연합뉴스]

부산 영도구 동삼동에 자갈(몽돌)이 가득한 감지 해변을 걷다 보면 중리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해발 150m의 야트막한 중리산 일대는 부산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태종대의 외곽지역이다. 계단을 지나 걷다 보면 작은 정자가 보이고 본격적인 산책로로 접어든다. 얼마 가지 않아 산책로 곳곳에는 철조망과 함께 지뢰 경고 표지판이 보인다. 현재 이곳엔 해안 산책로를 전면 통제한다는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16년 만에 재개된 군의 지뢰 제거 작전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미군 부대 떠난 뒤 인수·인계 안 돼
 
지난해 5월 말 영도구는 태종대 입구인 동삼동에서 중리를 연결하는 해안관광도로 건설사업을 위해 군에 유실 지뢰제거를 요청했다. 올 2월 영도구와 육군 53사단이 지뢰제거를 위한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예산 2억원을 들여 굴삭기방탄판 같은 각종 지뢰 제거 물품을 사고 투입 장병에 대한 교육 등 준비 과정을 거쳐 7월 1일부터 작전에 들어간 상태다. 전방도 아닌 한반도 가장 남쪽 지역에 지뢰가 묻혀 있는 이유는 뭘까.
 
중리산에 지뢰가 매설된 것은 1956년 미군 미사일 기지가 들어서면서다. 기지 주변에 일명 ‘발목지뢰’라 불리는 대인지뢰(M14)가 대량으로 묻혔다. 산 정상에서 나이키 미사일 포대를 운영하던 미군 부대는 1980년 중리산을 떠났다. 이곳에 우리 군부대가 들어섰지만, 매설 지뢰에 대한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주민들은 중리산에 지뢰가 묻혀 있다는 사실을 소문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곳을 찾는 피서객 등 외지인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산 중턱에 있는 군사용 작전도로를 산책로로 이용하고 일부는 나물 등을 캐기 위해 지뢰밭을 드나들기도 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곳이 지뢰지대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산불 때문이었다. 1987년 10월 중리산에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영도소방서 대원들이 산불 진화를 위해 현장에 출동했다. 불을 끄던 중 한 소방관이 발목지뢰를 밟고 크게 다쳤다. 그로부터 9년 후인 1996년 2월에도 이곳에 산불이 났다. 불이 번지면서 지뢰 10여 개가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화재 진화에도 어려움을 겼었다. 당시 화재로 중리산 일대 4㏊의 숲이 타버렸다. 화재로 지뢰가 폭발하고 숲이 훼손되는 등 피해가 커지자 영도구청은 군에 지뢰 관리 협조 요청을 했다. 당시 군 당국도 고민이 컸다고 한다. 지뢰 탐지와 제거를 위해서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데다 당시에는 발목지뢰를 제대로 탐지하는 장비도 없었을 때였다. 발목지뢰 몸통은 금속이 아닌 플라스틱이고, 지름 5.6㎝, 높이 4㎝ 그리고 무게가 100g 정도로 종이컵 절반 크기다. 정확한 매설도가 없으면 지뢰 탐지기로 지뢰를 찾아내는 것이 당시에는 거의 불가능했다.
 
군 당국이 중리산 지뢰제거 작전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01년 4월부터다. 2년여 동안 3만5730㎡에 이르는 주둔지 부지에 묻힌 지뢰 2718발 가운데 2596발이 당시 작전으로 제거됐다. 산불로 폭발해 없어졌거나 이후 산발적으로 발견된 지뢰를 제외하고 현재는 54발의 지뢰가 남아 있을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다.
 
지뢰 제거 작전은 쉽지 않다. 우선 투입되는 병사들은 안전을 위해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 방탄소재 지뢰화, 지뢰덧신, 지뢰보호의, 방탄복, 방탄헬멧 등 안전 복장과 보호 장구류의 무게가 20㎏이나 된다. 지뢰탐지기와 공압기, 방폭굴삭기 등 특수장비도 투입된다.  
  
“발목지뢰 가벼워 폭우에 떠내려가”
 
하루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 지뢰탐지 작전을 하는데 시간당 40분 작전 후 20분 휴식해야 한다. 외부 기온이 20도 후반이라고 해도 보호복장을 겹겹이 착용하고 가파른 산악지형에서 작전을 펼치다 보면 병사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30도를 훌쩍 넘을 수밖에 없다. 금세 온몸이 땀에 젖고 피로감이 밀려오지만, 지뢰가 언제 어디서 발견될지 알 수 없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군 관계자는 “유실 지뢰를 찾는다는 것이 일반인들의 생각만큼 쉽지 않다”며 “어려운 여건이지만 시민들이 훗날 태종대까지 연결될 해안 산책로를 안전하게 이용하는 데 기여한다는 생각에 큰 보람을 느끼며 작전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지뢰 제거 작전은 21일까지 진행된 뒤 다음 달 23일까지 혹서기에는 일시 중단된다. 이후 9월에 재개해 10월 중으로 작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영도구는 올가을 작전이 마무리되면 해당 부지 내 수목을 베어 내고 해안도로 연결을 위한 기초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작전에 들어간 지 2주가 지났지만, 아직 지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 소장은 “원 매설지로부터 상당히 먼 곳까지 유실됐을 가능성이 커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0년 이 지역에 폭우가 내린 후 태종대 자갈마당 해안에서 지뢰가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 중리산처럼 후방 미사일 기지나 통신부대가 있던 전국 39곳에는 아직도 어딘가에 지뢰가 남아 있다.(그래픽 참조) 부산에는 중리산 외에도 해운대구 장산 일대에 지뢰가 묻혀 있다. 과거 2118발 중 2008발을 회수했지만 110발이 어딘가로 유실돼 찾지 못했다. 서울 서초구 우면산 방공기지 주변에서도 지뢰 제거 작전을 했지만 10여 발을 회수하지 못했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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