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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외무장관 "영구적 핵사찰 받겠다" 美에 제안…트럼프 반응 주목

중앙일보 2019.07.19 10:13
유엔에 도착한 모하메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 [AP=연합뉴스]

유엔에 도착한 모하메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 [AP=연합뉴스]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 대해 공식적이고 영구적으로 강화된 사찰을 받을 테니 영구적으로 제재를 해제해달라는 제안을 미국에 했다고 이란 외교장관이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 같은 제안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진전이 있었다"고 말한 배경인 것으로 보여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미 군함이 이란의 무인정찰기를 격추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밝히는 등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높아지고 있다.
 

자리프 장관 "영구적 제재 철회 조건 전달"
"트럼프 자제심 있다. 추가의정서도 가능"
트럼프 "이란 대화 원하고 진전" 말한 배경
美측 요구 많아 지켜봐야, 美 이란 드론 격추

 모하메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18일(현지시간) 뉴욕 이란 유엔대표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 제안한 협상안을 설명했다. 자리프 장관은 자신이 뉴욕을 방문해 미 측에 이 제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자리프 장관은 자신의 제안에 대해 “본질적인 움직임(a substantial move)”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사진이나 찍자는 것이 아니고, 우리는 본질에 관심이 있다"며 “취할 수 있는 다른 본질적인 움직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그들(트럼프 행정부)이 말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길 거라면 그들은 그렇게 할 것”이라며 “사진을 찍거나 두장짜리 서류에 큰 사인을 하는 것은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각료회의에서 “이란은 우리와 대화하고 싶어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봐야겠지만 그동안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전혀 이란 지도부를 교체하기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이란을 돕고 잘 대해 줄 것이지만 그들이 핵무기를 가지거나 탄도미사일을 시험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던 ‘대화'와 ‘진전'은 자리프 장관의 제안을 가리켰던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그러나 자리프 장관의 제안이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환대를 받지는 못한 것 같다고 봤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 이란에 우라늄 농축 및 지역 내 동맹국에 대한 지원 중단 등 대폭적인 양보를 원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대해 핵 합의 위반 외에도 탄도미사일 개발 금지,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지원 중단, 시리아에서 병력 철수, 이스라엘ㆍ사우디아라비아ㆍ아랍에미리트 등 주변국에 대한 위협 중단 및 사이버 공격 중단 등 대외정책까지 12가지를 요구해왔다.
이란 군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자국 석유를 밀수하려 했다는 이유로 소형 유조선 리아호를 억류했다. 이란 고속정이 리아호 주변을 돌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이란 군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자국 석유를 밀수하려 했다는 이유로 소형 유조선 리아호를 억류했다. 이란 고속정이 리아호 주변을 돌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핵 합의에서 탈퇴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있다. 자리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무인정찰기를 격추한 이란에 보복하려고 폭격 명령을 내렸다가 취소한 데 대해 “전쟁 직전이었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자제심이 있다. 우리는 싸우고 있지 않고, 그게 바로 우리가 낙관주의자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우리가 진지하게 노력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리프 장관은 과거 핵 합의 내용과 관련해 이란 의회가 2023년 이후에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하는 합의를 인준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트럼프가 더 많은 것을 원한다면, 우리는 추가 의정서를 비준할 수도 있다. 제재를 해제한다면 2023년 전이라도 추가의정서를 트럼프는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리프 장관은 영국령 지브롤터 해역에서 영국 해군 등이 이란산 석유를 실은 초대형 유조선을 억류한 것을 비난했다. 그는 미국을 위해 실행한 것이라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은 이 유조선이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인 시리아로 가고 있었다고 했지만, 자리프 장관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시리아로 가는 게 아니었지만 구매처가 누군지는 공개할 수 없다. 공개하면 (구매처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어) 석유를 판매할 수 없게 되고, 우리 국민을 먹여 살릴 돈이 줄어든다"고 했다.
이란 무인정찰기를 격추한 미 해군 복서함 [AP=연합뉴스]

이란 무인정찰기를 격추한 미 해군 복서함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해군 군함이 걸프 해역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무인정찰기(드론)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복서함이 방어적인 조처를 했다”며 “이란의 드론은 매우 가까운 약 1000야드(약 914m) 거리에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 수역에서 운항하는 선박에 대한 이란의 도발적이고 적대적인 행동”이라며 “미국은 우리의 인력과 시설, 이익을 방어할 권리가 있고 모든 국가가 항행 및 국제 교역의 자유를 방해하려는 이란의 시도를 규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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