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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치라고요? 교본대로 따라하다 보면 누구나 '댄싱 퀸'

중앙일보 2019.07.19 07:00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7)
발 동작이 어렵고 리듬감이 떨어져 춤을 못 추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에 두 가지를 다 잡으려고 하면 어려울지 몰라도, 각각 연습하면 쉽다. 특히 댄스스포츠는 춤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진 pixabay]

발 동작이 어렵고 리듬감이 떨어져 춤을 못 추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에 두 가지를 다 잡으려고 하면 어려울지 몰라도, 각각 연습하면 쉽다. 특히 댄스스포츠는 춤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진 pixabay]

 
“춤은 배우고는 싶은데 워낙 몸치라서 엄두가 안 나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몸치가 무엇인가?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여야 하는데 몸은 마음대로 안 움직이고 박자도 못 맞춘다는 것이다. 이것은 발의 동작과 음악에 맞춰 추는 리듬감을 말하는데, 엄밀히 얘기하면 둘은 아주 다른 얘기다. 발동작은 발동작대로 연습하면 된다. 음악에 맞춘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댄스스포츠는 춤 못 추는 사람도 출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춤을 쉽게 만든 것입니다. 교본대로 천천히 따라 하면 누구나 익힐 수 있습니다. 자신감을 가져도 됩니다”라고 답한다. 이것은 주로 발의 움직임을 얘기한다. 처음 배울 때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 연습을 해야 한다. 처음에 이 과정을 소홀히 하면 진도를 못 따라가 사람이 좌절한다.
 
음악을 맞추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음악을 자주 들으면 알 수 있다. 룸바나 차차차는 4/4박자인데 2번째 박자부터 시작한다. 첫 번째부터 맞추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2번째 박자에 맞추기 어려운 것이다. 슬로 폭스트롯은 너무 느려서 음악에 맞춰 추기도 어렵다고 하는데, 음악을 잘 들어 보면 4/4박자가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나 반복되는지 알 수 있다.
 
반 박자와 1/4 박자도 스텝을 그대로 따라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발동작이 안 되는 데 음악에 맞추는 것을 동시에 익히려고 하니까 더 어려운 것이다. 댄스에서 '스텝(Step)'은 한두 번 체중 이동을 하며 발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 스텝이 모여서 한 가지 형태의 춤의 움직임을 만드는데 '휘겨(Figure)'라고 한다. 휘겨를 연결해 플로어에 나가 춤을 추면 안무가 된다. ‘루틴(Routine)’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스텝이 모여서 휘겨가 되고, 휘겨를 연결하면 루틴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댄스 스텝’으로 통칭하는 사람이 많다.
 
베이식 스텝은 처음 춤을 시작할 때도 필요하지만, 프로에게도 중요하다. 베이식 스텝을 잘 소화해야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그리고 이것만 잘 해도 춤을 잘 출 수 있다. 서양 문화권 사람들이 자유롭게 춤을 즐기는 것은 이 스텝을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힌 덕분이다. [중앙포토]

베이식 스텝은 처음 춤을 시작할 때도 필요하지만, 프로에게도 중요하다. 베이식 스텝을 잘 소화해야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그리고 이것만 잘 해도 춤을 잘 출 수 있다. 서양 문화권 사람들이 자유롭게 춤을 즐기는 것은 이 스텝을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힌 덕분이다. [중앙포토]

 
댄스스포츠 종목마다 ‘베이식 스텝(Basic Step)'이라는 것이 있다. 베이식 스텝만 제대로 익히면 응용 동작은 쉽게 한다. 초급 과정에서 각 휘겨의 절반은 베이식 스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집을 짓는데 기초가 튼튼해야 집이 무너지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나 베이식 스텝을 반복하면 지루해한다. 베이식 스텝은 배운다기보다 몸에 익도록 연습하는 것이다.
 
국제 지도자 자격증을 따기 위해 영국으로 댄스 유학을 떠날 때 프로 선수와 같이 갔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코치가 레슨을 담당했다. 교본에 보면 종목별로 ‘베이식 스텝'이 가장 먼저 나온다. 프로 선수라면 베이식 스텝을 모를 리 없다. 너무나 기본이라 그냥 넘어가면서 따로 기본 휘겨로 떼어 익히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첫 레슨에서 베이식 스텝을 하라니까 막상 베이식 스텝이라는 휘겨가 뭔지 보여주지 못했다. 코치는 베이식 스텝도 못하는 사람을 가르칠 수 없다며 교본을 덮었다. 더는 레슨을 해줄 수 없다며 화를 냈다. 내가 프로 선수에게 베이식 스텝을 설명했더니 “그것도 못하는 댄서가 어디 있느냐?”며 화를 냈다. 그러나 코치가 베이식 스텝을 해보라고 했는데 못 했고, 그래서 망신을 당했다. 그만큼 춤을 잘 추는 사람도 기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강사에 따라서 춤을 어렵게 가르치는 사람도 있다. 초보자의 애로 사항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자기 기준으로 가르치기 때문이다. 왜 안 되는지 처음 배우는 수강생의 입장에서 풀어야 하는데 왜 못 따라 하느냐며 다그친다. 자존심까지 건드린다. 일부러 어렵게 가르치는 강사도 있다. 그래야 권위가 선다고 생각한다. 쉬운 것은 누구나 하는데 고난도 기술을 구사하면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강사는 어려운 것도 쉽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골프나 당구 등 다른 종목도 그렇듯이 어느 정도 단계에 올라가면 더는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 그럴 때는 다시 베이식 중심으로 연습한다. 기술 위주로 하다 보니 어느덧 베이식을 경시하고 동작이 무너진다. 나를 가르쳤던 영국의 레슨 코치에게 세계적인 프로선수들이 와서 베이식 스텝을 점검받는 것을 보고 베이식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유럽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춤춘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크루즈 여행이나 각종 파티에 가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서있다 오는 경우가 많다. 베이식 스텝만 잘 익혀두어도 어느 자리에서나 춤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사진 pixabay]

유럽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춤춘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크루즈 여행이나 각종 파티에 가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서있다 오는 경우가 많다. 베이식 스텝만 잘 익혀두어도 어느 자리에서나 춤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사진 pixabay]

 
우리나라에서 챔피언 자리에 올랐던 한 프로 선수는 영국에 레슨을 받으려고 갔는데 진도는커녕 베이식만 반복하라고 해서 처음에는 화가 났다고 했다. 명색이 한국에서는 챔피언인데 자존심이 상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베이식이 안 되는데 다음 진도를 나갈 수 없다는 레슨 코치의 말을 나중에는 이해하게 되었다고 했다.
 
“베이식 스텝만 잘해도 춤을 잘 출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이식 스텝은 복잡하지 않아서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다. 서구 사람들이 모이면 쉽게 댄스를 즐길 수 있는 이유도 베이식 스텝을 어릴 때부터 몸으로 익혀 놓았기 때문이다. 눈으로만 보고 춤을 익히는 사람은 춤을 잘 추지 못한다. 실제로 몸이 기억하도록 베이식을 익혀 놓는 것이 댄스를 배우는 지름길이다.
 
30년 전 유럽에 갔을 때 현지 사람들이 춤추는 모습을 보고 넋을 잃은 적이 있다. 춤 전문가가 아니고 그냥 일반인이다. 그들은 춤을 자주 춘다. 집에서, 또는 들판이나 술집에서 춤을 춘다. 내 딴에는 나이트클럽에 가면 춤 좀 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같이 어울려 추려니 적응이 안 됐다.
 
베이식 스텝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큰돈 들여 크루즈 여행을 갔는데 남 춤추는 것만 구경하다가 왔다고 한탄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라는 말을 듣는다. 크루즈 여행에서 추는 춤 정도는 배우기 어렵지 않다. 베이식 스텝 몇 가지만 익히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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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필진

[강신영의 쉘 위 댄스] 댄스 동호인으로 시작해 30년간 댄스계에 몸담았다. 댄스에 대한 편견 때문에 외면하고 사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댄스스포츠 세계는 문화, 역사, 건강, 사교,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고 알수록 흥미롭다. 30년 댄스 인생에서 얻은 귀중한 지식과 경험을 독자와 함께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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