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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재검토 발언에 화들짝, 美국무부 "지소미아 전폭 지지"

중앙일보 2019.07.19 03:28
모건 오르태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 국무부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한일 지소미아 재검토 발언이 나오자 중앙일보에 대변인 명의로 "지소미아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의 중요한 도구"라며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AP=연합뉴스]

모건 오르태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 국무부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한일 지소미아 재검토 발언이 나오자 중앙일보에 대변인 명의로 "지소미아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의 중요한 도구"라며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AP=연합뉴스]

 
미국 국무부가 18일(현지시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재검토 발언에 즉각 "미국은 한·일 지소미아를 전폭 지지한다"며 폐지 반대 입장을 내놨다. "지소미아는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할 중요한 도구"라고 하면서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무역갈등에는 "양자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미국이 지소미아 재검토 발언엔 곧바로 제동을 걸고 나선 셈이다.

국무부 대변인 "北 최종적 비핵화 달성의 중요 도구"
日 무역규제 "한일 양자 해결", 지소미아엔 즉각 개입
미 전문가 "한·미·일 핵심 안보이익 훼손해선 안 돼"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중앙일보의 질의에 "한·일 지소미아는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고,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달성하는 우리의 공동 노력의 중요한 도구(an important tool in our shared efforts to maintain peace and security in the region and achieve the FFVD of North Korea)"이라는 답을 보내왔다. 그러면서 "미국은 지소미아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fully supports the ROK-Japan GSOMIA)"며 "지소미아는 한일 양자 방위 협력의 성숙도를 입증하며(demonstrates the maturity of the bilateral defense relationship), 한·미·일 3국이 공조하는 능력을 향상해준다(improves our ability to coordinate trilaterally)"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중앙일보가 지난 수일간 한·일 갈등 고조에 따른 지소미아 폐기 우려에 대한 입장을 요청한 데 답변하지 않다가 정 실장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대변인 명의로 입장을 보내왔다.  
 
국무부 대변인은 또 "한국과 일본은 동북아의 안보와 번영을 보장하기 위해 양자 간 협력하는 것은 물론 미국과 3자 공조도 하고 있다(The Republic of Korea and Japan cooperate both bilaterally and trilaterally with the United States)"며 "공통 위협에 대한 정보공유 능력은 공조의 중요한 부분(The ability to share information about common threats is an important part of that cooperation)"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실상 동북아 안보 및 북한 비핵화를 위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손대지 말라는 뜻이다. 2016년 지소미아 체결 당시에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위협은 물론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의 고리로 지소미아 체결을 압박한 바 있다. 다만 데이비드 이스트번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다른 두 나라의 사안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16일 김상조 정책실장과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일본 경제보복대책 당·청 연석회의에 참석했다. 임현동 기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16일 김상조 정책실장과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일본 경제보복대책 당·청 연석회의에 참석했다. 임현동 기자

 
미국 현지 전문가도 "한·일 무역 갈등이 핵심 안보이익을 훼손해선 안 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한·일 양국이 지소미아를 통한 군사정보 교류를 중단할 경우 한·미·일 3국 모두의 평화 유지와 갈등 억제 능력을 직접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 관리들이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지소미아를 한·일 두 나라에 일시적인 정치적 차이 때문에 폐기하는 것은 매우 경솔한 행동임을 주지시켰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크로닌은 "우리 시장 민주주의 3국은 핵심 안보 이익을 해치지 않고 경제 및 무역 문제를 논의할 수 있어야 하며, 우리의 차이를 해소할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실장의 지소미아 재검토 발언은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동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수출 우대국)에서 제외할 경우 한국을 안보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니 지소미아 폐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한 데 대해 답변 형식의 발언이었다. 당초 일본이 안보 우려를 이유로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강화 조치에 이어 화이트 리스트 배제까지 추진하면서 일본에서 지소미아 탈퇴 움직임이 먼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한국이 탈퇴 카드를 먼저 꺼낸 셈이다.  
 
이에 대해 일본에 정통한 워싱턴 소식통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한 대신 한국 때리기로 정책을 전환한 건 분명하지만, 지소미아를 탈퇴할 의도가 있는지는 매우 의심스럽다"며 "지소미아는 한·일 간 협정만이 아니라 미·일 안보협력의 핵심 근간이기 때문에 미국의 승인 없이 아베 총리 단독으로 탈퇴를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키 타츠미 스팀슨센터 일본 국장은 "양국의 국방 관리들의 해결 노력에도 사격통제 레이다 사건의 교착상태가 이미 양국 안보 협력에 먹구름을 드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두 동맹 가운데 한쪽 편을 드는 것처럼 비치지 않기 위해 개입을 꺼리겠지만, 수출규제로 인한 갈등이 기존 안보협력 메커니즘으로 번지지 않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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