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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부품 안사줘 中企 못컸다? 박영선에 의견 낸 최태원

중앙일보 2019.07.18 15:10
사회적가치 세일즈 나선 최태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번엔 사회적 가치 ‘영업사원(세일즈맨·salesman)’을 자처했다. 전국 600여명의 상공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회적 가치를 설파했다.
 
18일 제주도 호텔신라제주에서 열린 '제44회 제주포럼'에서 최태원 회장은 '기업의 돌파구(breakthrough) 전략,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은 “인류가 역사상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에 직면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태평양 쓰레기섬 면적은 한반도이 6배 이상이며, 1년에 3만여명이 미세먼지로 사망하고 있다.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강연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대한상의]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강연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대한상의]

 
문제는 사회 문제가 발생하는 속도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때문에 사회구성원들이 기업에게 사회적 역할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한다는 것이 그의 인식이다. 최태원 회장은 세계 최대 광산기업 글레노어가 투자자들의 요구 때문에 연간 석탄 생산량을 1억5000만t으로 제한한 사례를 거론하며 “자본시장도 사회적 가치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업 위기? 사회적가치에 해답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에서 세번째)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에서 네번째)이 나란히 앉아 있다. 제주 = 문희철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에서 세번째)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에서 네번째)이 나란히 앉아 있다. 제주 = 문희철 기자.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면서 기업인도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강연의 요지다. 매출액·영업이익 등 재무회계적 관점이 경제적 가치의 지표라면, 사회적 가치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거버넌스(Governance)를 고려한다.
 
예컨대 환경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고통 받는 사람이 늘어난다. 여기서 사업 기회를 찾거나 비즈니스 혁신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예컨대 미국의 산업용 카펫회사 인터페이스는 카페트를 제조할 때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폐(廢)카페트를 재활용해서 환경오염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더니, 매출이 66% 증가했다는 사례도 소개했다.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제주포럼에서 강연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제주 = 문희철 기자.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제주포럼에서 강연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제주 = 문희철 기자.

 
최태원 회장은 “기업의 위기를 돌파하는 새로운 방법이 바로 사회적 가치”라며,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 여러분(상공인·기업인)도 요즘처럼 돈 벌기 힘든 상황을 돌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 모든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공동으로 추구하자고 ‘영업’을 뛴 셈이다.  
 
물론 쉽게 이룰 수 있는 성과는 아니라는 사실은 최 회장도 인정했다.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일단 정확한 ‘측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측정’을 해야 ‘관리’할 수 있고, ‘개선’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SK그룹의 노력과 성과를 소개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제주 = 문희철 기자.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SK그룹의 노력과 성과를 소개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제주 = 문희철 기자.

 
대표적 측정 사례가 SK그룹이 도입한 ‘더블바텀라인(Double Bottom Line·DBL)’이다. DBL은 사회적가치 창출성과를 화폐로 환산해 관리하는 SK그룹의 사회적 가치의 회계화 작업이다. 강연 말미에 그는 “(그룹 차원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던 초반에는) 직원들이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될테니 부회뇌동하지 말고 그냥 하던 일이나 잘하자’는 냉소주의가 가장 힘들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경제적 가치는 경쟁을 통해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는 반면, 사회적 가치는 협력할수록 모두 승자가 될 확률이 커진다”며 “복잡다단한 경영환경에서 여러분들이 돈도 벌고 세금도 많이 내기 위해서 사회적 문제 해결에 다 같이 동참해달라”고 제안했다.
 
이날 SK그룹 지주사 SK㈜는 사회적 가치 창출 목적으로 장애인 바리스타 26명을 직접 고용했다. 이들은 경기 성남시 SK C&C 등 사내 카페 3곳에서 일한다. 이번에 채용된 장애인들은 서울맞춤훈련센터에서 전문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 이 중 19명은 유명 카페 체인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에 앞서 최 회장은 지난 5월에 열린 사회적 가치 행사에서 “SK의 장애인 채용 비율이 높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최 회장은 “무조건 실행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日 수출규제 해법, 천천히 찾는 중”
 
◇박영선 장관 발언에 반박도 = 한편 최태원 회장은 이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강연을 끝까지 경청하고 퇴장하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일부 답변했다. 반도체 산업을 영위하는 SK그룹의 주요 계열사 SK하이닉스는 이번 일본 수출 규제로 당장 타격을 입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 불화수소를 비롯한 반도체 3대 핵심 소재를 규제 대상으로 골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최 회장은 “갑작스럽게 해법을 찾을 수 없는 일이라서, 우리 나름대로 맡은 바 역할을 천천히 하고 있다”며 “만약 직접 일본에 방문할 일이 생긴다면 방일해서 소재 수입을 정상화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언급했다.
 
박영선 장관이 이날 강연 도중 “한국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핵심부품을 사주지 않아서 관련 기술을 키우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서 최태원 회장은 “(정밀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반도체도 중국이 만들지만, 품질·순도가 다르다”며 “예컨대 (일본의 규제품목이자 반도체 소재인) 불화수소도 개별 공정마다 사용하는 분자의 크기·순도가 다른데, 한국 중소기업이 아직 그정도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고 반박했다.
 
제주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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