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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참모 말 듣고 대일 로키 대응하다 아차 싶었던 듯”

중앙일보 2019.07.18 00:03 종합 3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와 관련해 청와대 참모들과 두 차례 ‘번개 오찬’을 했다.
 

정상급 외빈 모시던 상춘재서
김상조·강기정·조국·이호승 등
청와대 참모와 12·16일 번개오찬
비상상황 공유, 단일대오 당부

지난 12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조국 민정수석 등을, 16일엔 이호승 경제수석과 산하 경제정책·산업정책·통상비서관 등을 예고 없이 불렀다. 장소는 청와대 상춘재.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가 열리는 여민1관 3층 집무실 옆 소회의실 등에서 종종 참모들과 업무를 겸한 점심을 들곤 한다. 그러나 정상급 외빈이나 여야 대표 등을 예우하는 장소인 상춘재로 참모들을 부른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오찬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이 현 사태의 엄중함과 긴박함을 공유하면서 단일대오로 대응책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과 참모진 사이에 상황 인식에 대한 온도 차가 있다고 대통령이 느끼는 것 같았다”며 “초기에 참모진들이 로키(low-key, 낮은 수위)로 관리하자고 해서 따랐는데, 사태 추이를 보고 ‘아차’ 싶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초반엔 공식 언급을 자제하다 지난 8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언급을 시작으로 수위를 높여 왔다. 또 다른 참석자도 “대통령과 참모들 간 생각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지 서로 소통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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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강기정 정무수석과 이호승 경제수석이 매일 오전 집무실 티타임 정례 멤버인데도 이들을 각각 불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티타임에선 다른 이슈도 많은 만큼 대통령이 일본 문제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자리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정책라인뿐 아니라 정무·민정 파트와 머리를 맞댄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 참모진은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 있으면서 정책실이나 안보실 이야기만 듣고 의사결정을 내린 데 대한 아쉬움을 여러 번 얘기했다”며 “이번엔 정무와 민정까지 두루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 아니겠냐”고 전했다.
 
한 오찬 참석자는 “최근 대통령이 내놓은 여러 메시지 중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싶은지 직접 말씀해 줬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대통령의 발언 중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건 이 대목”이라는 식으로 해설하는 청와대 인사들이 늘었다. 문 대통령이 홍보파트나 안보라인과도 번개 오찬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도 17일 ‘일본경제보복대책특별위원회’ 명칭을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로 변경했다. ‘경제보복’을 ‘경제침략’으로 바꾸며 더 강경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특위의 오기형 간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경제 도발이 심각하다는 인식하에 초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차원에서 명칭을 바꿨다”고 전했다. 대일 특사 파견과 관련해선 “사안의 크기와 엄중함에 비춰 지금 시점에서 한 번의 특사 파견으로 일거에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특사 파견은 적절치 않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한국이 오는 24일까지 개최하자고 요청했던 추가 회의를 거부할 방침이라고 교도통신이 17일 전했다. 교도는 “(일본 정부가) 양국 정부 간 신뢰 관계가 무너진 현재 상태에서는 (회의) 개최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위문희·김경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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