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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30%는 선배에게 쏘는거야” 이러면 직장 내 괴롭힘

중앙일보 2019.07.18 00:03 종합 14면 지면보기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배포한 직장 갑질 관련 홍보물. [뉴시스]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배포한 직장 갑질 관련 홍보물. [뉴시스]

직장 안에서 직원을 괴롭히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 근로기준법이 지난 16일 시행됐다. 고용노동부가 직장 괴롭힘 판단 기준을 17일 내놨다. 주요 기준은 세 가지다. ▶직장에서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했는가 ▶업무상 적정 범위를 지켰는가 ▶신체·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인가이다. 이 기준을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입해 Q&A 형식으로 정리한다.
 

고용부가 밝힌 사례별 Q&A
광고사처럼 납품일 있는 업종
퇴근 후 카톡 업무지시 가능

상사가 “애인 생겼니” 단순 질문
사회생활 범주, 괴롭힘 해당 안돼

상사가 업무상 질책을 해 직원이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업무성과를 내거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독려나 질책은 괴롭힘으로 보지 않는다. 광고회사를 예로 들어보자. 일을 수주받아 납품하는 업종의 특성 때문에 부장은 근무시간 외에 업무지시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괴롭힘이 아니다. 같은 이치로 업무 시간 이외에 카카오톡이나 전화로 업무 연관성이 있는 유관 부서 직원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것도 정상적인 직장 내 활동이다. 다만 인격모독에 해당할 정도로 과도하거나 업무상 정당한 근거 없이 질책하고, 반복한다면 사회 통념을 벗어나는 것이어서 괴롭힘이 인정된다.”
 
사생활에 관해 묻는다면?
“사적 용무를 지시하거나 사생활에 대한 질문은 업무와 관련이 없다. 따라서 괴롭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선배가 후배에게 ‘술자리를 만들어라’ ‘아직도 날짜 못 잡았냐’ ‘성과급의 30%는 원래 선배에게 쏘는 거야’ 따위다. 그러나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일반적인 사회생활의 범주에서 벌어지는 피해나 고통은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다. 같은 과의 직원끼리 식사를 하다 김 과장이 최 대리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치자. 김 과장이 ‘최근 애인 생겼냐’ ‘무슨 일 하는 사람이냐’ 등 연애와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성적 언동이 없는 한 괴롭힘이 아니다.”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정해진 것 이외의 일을 시킨다.
“업무상 필요성이나 연관성이 있다면 적정 범위 내의 근로 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예를 들어 무역회사 거래팀장이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내일 거래처와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오늘까지 세부 계약사항과 과업지시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다. 예약 담당인 김 대리는 공교롭게 연차휴가 중이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업무 또는 보조업무를 담당하던 사원에게 서류 작성을 지시했다. 이 사원은 정시에 퇴근을 못 하고 졸지에 야근해야 했다. 이런 상황은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업무의 연장선이어서다.”
 
동료인데 어떤 사람은 소위 잘 나가고, 어떤 사람은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경우 발생하는 괴롭힘도 성립되는가.
“상사와 하급자와 같은 지위의 우위뿐 아니라 업무역량이나 수적·인적 속성상의 우위와 같은 ‘관계의 우위’를 이용한 괴롭힘 또한 법에서 금지한다. 예컨대 대졸 출신이 다수인 회사에서 유일한 고졸 사원에 대한 따돌림은 수적 우위 관계가 성립된다. 특정 학교 출신이 많은 회사에서 다른 학교 출신을 따돌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근무시간 이외에 사업장 밖에서 직원끼리 발생한 괴롭힘도 인정되나.
“순수하게 개인적인 차원의 갈등까지 법으로 재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괴롭힘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직장 내 우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관련성이 있다면 인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사가 퇴근 후 술에 취해서 팀 모바일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 하소연 조의 글을 올렸다. 그리곤 대답하지 않으면 ‘왜 답하지 않느냐’고 채근했다. 팀원은 힘들 수밖에 없다. 괴롭힘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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