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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 "3자 중재? 오래 걸리고 적대감만 쌓일 것"

중앙일보 2019.07.17 18:34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전시돼있는 반도체웨이퍼. 일본 정부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핵심소재에 쓰이는 3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전시돼있는 반도체웨이퍼. 일본 정부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핵심소재에 쓰이는 3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뉴스1]

“자유롭고 개방적인 경제는 세계 평화와 번영의 토대다.”
 
정부 관계자가 17일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 제한과 관련해 외신과 만난 자리에서 인용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발언이다. 이 관계자는 중·일 갈등으로 중국이 2010년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을 때 “중·일 관계 악화는 세계 경제에 해롭다”, “이 조치가 일본만을 겨냥한다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다”고 했던 일본 고위 관료들의 발언을 잇달아 인용했다. 그러면서 “절대적으로 타당한 발언들로, 이런 신성불가침의 원칙을 어기면 세계적인 가치 체계가 무너질 것이다. 자유무역의 가장 큰 수혜국 중 한 곳인 일본이 규제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대일(對日) 대응에 총력전과 장기전 태세를 갖추고 있는 가운데, 책임 있는 정부 관계자는 이날 외신을 상대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은 사전에 통보 없이 수출 제한을 결정했는데, 애플·아마존·델·소니와 전 세계 수십억의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반도체가 한국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고, 삼성전자가 한국 주식 시장의 21%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본의 수출 제한 대상이 반도체 산업이라는 점은 특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 제한 배경에 대해 그는 “처음에 일본은 신뢰가 깨졌다며 주장하다가 이후엔 명백한 증거도 없이 북한에 불법 물자를 유추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며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으로,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가 올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전략 물자관리 수준이 17위이고, 일본은 36위였다”고 말했다. 짧은 브리핑 뒤, 이 관계자는 외신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았다. 다음은 주요 문답 요약.
 
외교적 해법 중 구체적인 것이 있나.
“자세한 것은 말할 수 없지만, 모든 제안과 중재안에 대한 가능성은 열려 있다.”
오전에 만난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차관보로부터 어떤 얘기를 들었나.
“한·일의 경제 문제가 한·미·일 3국 협력에 미치는 영향과 상황이 악화할 경우 얼마나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얘기했다. 갈등 완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그는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이해했다.”
악영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한국의 반도체 생산업체는 전 세계 D램의 70%를 생산하고,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상당 부분도 생산한다. 시스템 메모리 분야에서도 텍사스 오스틴의 공정(operation)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더 나아가 수십 년간 잘 작동해온 세계적인 가치 체계(global value chain, 국제 분업 체계) 전체에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스틸웰 차관보에게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했나.
“그렇지 않다.”
일본은 제3자 중재를 얘기하는데, 한국은 왜 거부하나.
“3국 중재는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문제 해결에 기간이 오래 걸리고, 그 동안 적대감만 커진다.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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