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금융위, 9개월 만에 은행장 또 소집…동산금융이 뭐길래

중앙일보 2019.07.17 14:31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이 17일 열린 동산금융 활성화 1주년 은행권 간담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이 17일 열린 동산금융 활성화 1주년 은행권 간담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9개월 만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7일 9개 은행장을 또다시 소집했다. 불려온 은행장 면면이나, 행사 명칭까지 지난해 10월 17일 간담회와 판박이다. ‘동산금융 활성화를 위한 은행장 간담회’가 ‘동산금융 활성화 1주년 계기 은행권 간담회’로 바뀐 정도다.  

[현장에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행사는 동산금융 활성화를 위해 은행들을 격려하고 제도 개선 방향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날 은행장들은 은행별 동산금융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위가 의도했든 아니든, 은행별 성적표(동산금융 실적)를 쥐고 있는 금융위에 불려간 은행장들은 시험 답안지를 채점 받는 학생 심정일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중은행의 담보금융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 지난 3월 금융위는 올해 안에 동산담보대출 1조원을 신규로 취급하겠다는 목표치를 발표했다. 상반기까지 실적은 5373억원. 목표를 50% 이상 달성했지만 알고 보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그 절반을 채웠다. 지적재산권(IP)담보대출은 더 하다. 시중은행 중 KEB하나은행 한 곳을 제외하고는 실적이 극히 미미하다. 이에 대해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더 잘하자고 은행을 독려하는 행사였다”면서도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느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동산금융은 문재인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다. 지난해 3월 문 대통령이 “비부동산 담보 활성화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달라”고 언급한 뒤 금융위는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 전략을 내놨다. 공격적인 목표치(2020년 3조원, 2022년 6조원)를 제시하며 은행권을 독려했다.  
 
그럼에도 생각만큼 성과가 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은행 입장에서 현재 동산담보대출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같은 동산을 담보로 다른 은행이 대출을 이미 해줬어도, 등기가 되지 않았으면 이를 확인할 길이 없다. 담보로 잡은 물건이 경매로 처분돼도 은행이 따로 신청하지 않으면 경매 배당금을 받을 수 없다. 대출 부실이 나면 담보로 잡은 물건을 팔아야 하지만 이를 매각할 시장도 없다.  
 
이런 걸림돌은 지난해 5월 금융위가 제도개선으로 다 치워주겠다고 약속했던 사항이다. 하지만 부처 간 협의 등 이유로 일정이 미뤄졌다. 지난해 하반기에 만들겠다던 동산·채권담보법 개정안은 해를 넘겨 오는 8월에나 마련된다. 올 상반기로 계획했던 동산담보 회수지원기구 설립은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선욱 금융위 산업금융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노력하고 있다.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동산금융은 부동산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에 유용한 자금조달 수단이다. 다만 이를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건 기자들의 따뜻한 마음이나 은행장들의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이 아니다. 정부가 길을 잘 닦아줘서 동산금융이 은행에 좋은 먹거리가 될 수만 있다면 이 시장은 알아서 크게 돼있다. 금융당국부터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