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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전략물자 관리 소홀? 징용 제3국 중재의무? 고노 주장은 틀렸다

중앙일보 2019.07.17 12:19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1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는 지금 어려운 상황에 놓였지만 북한 문제 등 공조할 것은 한국과 공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고노 외상. [타스=연합뉴스]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1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는 지금 어려운 상황에 놓였지만 북한 문제 등 공조할 것은 한국과 공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고노 외상. [타스=연합뉴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1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는 한국의 수출관리제도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이 제3자에 의한 중재를 받아들이는 것은 1965년 체결한 한ㆍ일 협정상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사실관계를 짚어봤다.
 

[팩트체크] 고노 외상 본지 인터뷰 내용 따져보니

“재래식 무기에 대해 캐치올 규제를 도입하지 않는 등 한국 내 수출관리제도가 꼭 충분하지는 않다” → 사실과 다르다
한국은 대량살상무기(WMD)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에 대해서도 ‘캐치올’(catch allㆍ무기로 전용할 가능성이 있는 전략물자를 무기 제조 가능성이 있는 국가에 수출할 수 없도록 통제)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오히려 재래식 무기를 제외한 일본보다 통제 범위가 넓다. 2003년 1월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은 화이트 리스트 27개국 이외 국가에 대해 캐치올 규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한국처럼 사후보고 의무를 강제하지는 않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도 지난 5월 23일 세계 200개 국가의 전략물자 무역관리 제도를 평가해 매긴 순위를 발표하며 한국을 일본(36위)보다 높은 17위로 평가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한국이 오는 24일까지 개최하자고 요청했던 추가 회의를 거부할 방침이라고 교도통신이 17일 전했다. 교도는 "(일본 정부가) 양국 정부 간 신뢰 관계가 무너진 현재 상태에서는 (회의) 개최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화이트 국가 제외는 한국에 대해 실시해 오던 간소화된 절차를 통상적인 절차로 되돌리는 것이며, 세계무역기구(WTO) 협정과 관련해 아무 문제가 없다” → 다소 틀리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1조는 같은 상품을 수출입할 때 WTO 회원국 사이에 차별을 두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할 경우 화이트 국가에 수출할 때보다 한국에 대해 더 엄격한 수출 규제가 이뤄지므로 최혜국 대우 의무 위반 가능성이 있다.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특별한 예외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특혜를 취소하는 조치도 원칙적으로는 최혜국 대우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 위치한 강제징용 노동자상. [뉴스1]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 위치한 강제징용 노동자상. [뉴스1]

 “한국 정부는 2005년 8월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자금에 강제동원에 대한 고통받은 역사적 피해의 보상을 위한 자금도 포함돼 있다고 공표했다” →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 때 행정법원이 한ㆍ일 협정 교섭 관련 외교문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고, 관련 검토를 위해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한ㆍ일 회담 문서 공개 민관 공동위원회’를 설치했다.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와 이용훈 변호사가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위원으로 참여했다.    
공동위는 2005년 8월 외교문서를 전면 공개하며 “한국은 협상 당시 ‘고통받은 역사적 피해 사실’에 근거해 정치적 보상을 요구했고, 이런 요구가 무상자금 산정에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며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 3억 달러는 개인 재산권, 조선총독부 대일채권 등 한국 정부가 국가로서 갖는 청구권, 강제징용 피해보상 문제 해결 성격의 자금 등이 포괄적으로 감안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당시 이런 발표 자체는 있었다. 다만 개인의 청구권을 특정해서 언급하지는 않았다.
 
  “65년 한ㆍ일 청구권 협정에서 일본이 유ㆍ무상 5억 달러의 경제협력을 약속하고(1조) 양국 및 국민 간 재산ㆍ청구권에 대한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2조) 명문 규정으로 확인했다” → 내용엔 있지만 해석이 다르다
한ㆍ일 청구권 협정에 이런 내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고노 외상의 지적대로 협상 당시 한국이 제시한 8개 대일 청구 요강에 강제징용 피해 보상 문제가 포함된 것도 맞다. 8개 항목 중 5항이 ‘피징용 한국인의 미수금, 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의 변제 청구’다. 하지만 산정 근거 자료 부족으로 인해 한국은 각 항목을 개별적으로 집계해서 총액을 계산하는 방식 대신 포괄적으로 전체적인 청구권 총액만을 제시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본이 이에 응해 합의된 게 청구권 협정 1조와 2조다.
하지만 일본이 왜 5억 달러를 낸 건지, 1조와 2조의 상관관계가 안 나와 있다. 즉 청구권 해결을 위한 것인지 아닌지 모호하게 처리됐다. 고노 외상의 말대로 협상 과정에서 한국 측이 피징용자의 정신적ㆍ육체적 고통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이 식민 지배의 불법성 자체를 부인했기 때문에 이런 내용까지 협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의 청구권을 인정하며 “원고들은 미지급 임금이나 보상금이 아니라 일본의 침략전쟁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를 구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청구권 협정에선 일본의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은 만큼 그로 인한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권도 당시 협정엔 포함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일본 전범 기업들은 65년 청구권 협정을 통해 면죄부를 받았을 뿐 강제노동으로 부당하게 자산을 쌓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정부가 일본 기업과 청구권 자금으로 이득을 본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기금으로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이른바 ‘1+1’ 제안을 한 배경이다.
 
일제 징용 피해자 관련 소송을 지원하는 이상갑 법무법인 공감 대표변호사(왼쪽)는 미쓰비시중공업 측에 대법 판결에 따른 후속 교섭을 요청했지만 미쓰비시는 응하지 않고 있다. 오른쪽은 이국언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 [연합뉴스]

일제 징용 피해자 관련 소송을 지원하는 이상갑 법무법인 공감 대표변호사(왼쪽)는 미쓰비시중공업 측에 대법 판결에 따른 후속 교섭을 요청했지만 미쓰비시는 응하지 않고 있다. 오른쪽은 이국언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 [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협정상 의무에 따라 18일까지 중재에 응하기를 요구한다” → 사실과 다르다
청구권협정 3조는 ▶협정과 관련해 한ㆍ일 간 분쟁이 있을 경우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하고(3조의1), ▶이에 의해 해결이 안 될 경우 30일 내에 양국이 임명하는 위원 등으로 중재위원회를 구성하고(3조의2) ▶30일 안에 중재위 구성이 안 되면 제3국 정부가 중재위원을 임명하도록(3조의3) 했다. 일본은 한국의 1+1 제안은 협의할 생각이 없으니 차례대로 3조의2, 3조의3에 따라 중재위 구성을 요구해왔고 그 기한이 18일이다.  
하지만 3조에 '협정상 의무'라는 강제조항은 없다. 별도의 합의를 하지 않는 이상 꼭 중재위 구성 요구에 응할 의무는 없는 셈이다. 실제 2011년 9월 한국도 청구권협정 3조에 따라 위안부 피해 배상 문제를 협의하자고 일본에 요청했지만, 일본은 응하지 않았다. 정부는 아직 3조의1에 따른 1+1 제안에 대한 외교적 협의가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유지혜 기자, 세종=김기환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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