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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왜군 떨게 한 조선의 비밀병기 ‘귀신폭탄’ 있었다

중앙일보 2019.07.17 05:00
 우리나라 최초의 작렬(炸裂·산산이 흩어짐) 시한폭탄이라고 불리는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의 전모를 밝힌 전시가 16일 임진왜란 전문 박물관인 국립진주박물관에서 개막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최초의 작렬(炸裂·산산이 흩어짐) 시한폭탄이라고 불리는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의 전모를 밝힌 전시가 16일 임진왜란 전문 박물관인 국립진주박물관에서 개막했다. [연합뉴스]

“박진이 성 밖에서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를 성안으로 발사해 진 안에 떨어뜨렸다. 적이 그 제도를 몰랐으므로 다투어 구경하면서 서로 밀고 당기며 만져보는 중에 조금 있다가 그 포(砲)가 터지니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 쇳조각이 별처럼 부서져 나갔다.”
 

16일부터 두달간 국립진주박물관에서 비견진천뢰 특별전 열려
임란 3대 대첩 때 모두 사용...일본 '귀신의 조화'라며 벌벌 떨어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선조 25년) 9월 1일을 기록한 선조 수정 실록의 내용이다. 당시 왜군이 점령 중인 경주성 안에 ‘둥그런 모양의 쇠공’이 날아왔다. 왜군이 이 쇠공을 신기해하며 앞다퉈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물체가 폭발하면서 쇳조각이 별처럼 부서졌다. 즉사한 자가 20여명이었다. 경상좌도병마절도사인 박진이 3차 경주성 전투로 성을 수복할 당시의 장면이다. 이 기록들을 보면 경주성 탈환의 성공 요인은 단연 비격진천뢰였다. 왜군은 이 비격진천뢰가 두려워 경주성을 버리고 서생포로 달아났다.  
 
조선시대 ‘비밀병기’ 혹은 ‘귀신폭탄’이라 불리는 비격진천뢰의 전모를 밝히는 전시회가 16일부터 8월 25일까지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고창군과 호남문화재연구원이 고창 무장현 관아와 읍성(사적 제346호) 발굴 조사 중 조선 시대 군기고(軍器庫·무기를 두는 창고)로 추정되는 건물터 주변에서 비격진천뢰 11점을 출토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진주박물관은 비격진천뢰 과학조사와 보존처리를 맡았고, 이 과정에서 파악한 사실을 이번 전시로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작렬(炸裂·산산이 흩어짐) 시한폭탄이라고 불리는 비격진천뢰는 화포장(火砲匠) 이장손이 발명했다고 알려졌다. 임진왜란 발발 직전에 발명된 비격진천뢰는 중국의 진천뢰(일종의 수류탄)를 획기적으로 개량한 ‘우리나라 최초의 시한폭탄’이었다. 완구라는 화포에 장전해 쏠 수 있도록 발사 시스템을 만들었고, 폭발이 늦게 일어나도록 기폭 장치를 개량했다. 무쇠 재질 원형 박 모양으로, 내부에는 화약과 쇳조각, 발화 장치인 죽통(竹筒)을 넣었다. 덕분에 천둥과 번개 같은 굉음과 섬광을 내면서 발사돼 허공을 난 뒤 적진에 떨어진 뒤에야 파편을 쏟아내면서 폭발할 수 있었다. 사정거리는 400보(약 500m) 정도였다.
 
비격진천뢰는 임진왜란 때 큰 전투마다 사용됐다.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 대첩 등 해전에서 활용했고, 1592년 10월의 진주대첩과 1593년 2월의 행주대첩에서도 쓰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성룡은 『징비록』에서 “비격진천뢰의 위력이 군대 수천 명보다 낫다”고 그 성능을 높이 평가했다. 『정한위략』 등 일본 측 기록엔 ‘솥 같은 괴물체’‘귀신의 조화’라며 두려움이 나타나 있다.
 진주박물관은 비격진천뢰 16점 출토 현황과 규격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비격진천뢰를 쏘는 화포인 '완구'(碗口) 3점도 공개한다. 전시는 다음 달 25일까지 진행된다. [연합뉴스]

진주박물관은 비격진천뢰 16점 출토 현황과 규격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비격진천뢰를 쏘는 화포인 '완구'(碗口) 3점도 공개한다. 전시는 다음 달 25일까지 진행된다. [연합뉴스]

 
전시는 크게 1부 영상과 2부 실물 전시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귀신폭탄-비격진천뢰’라는 주제의 영상을 상영한다. 2부는 ‘문헌 속 비격진천뢰’, ‘비격진천뢰와 완구’, ‘현대 과학이 밝혀낸 조선의 첨단 무기’란 세 개의 주제로 나눠진다. 특히 국내에 현존하는 비격진천뢰 16점과 완구(화포)를 모두 한자리에 모았다. 보물 제860호로 지정된 창경궁(추정) 비격진천뢰를 비롯해 장성(추정), 하동, 진주, 창녕, 고창 지역에서 발견되거나 발굴된 유물이 소개된다.  
 
비격진천뢰의 발사기인 완구는 보물 제858호와 제859호 중완구, 보물 제857호 대완구 등 국내에 전하는 3점이 모두 선보인다. 또 ‘현대 과학이 밝혀낸 조선의 첨단 무기’ 전시에서는 조선시대 무기 해설서인 『화포식언해』와 『융원필비』에 나오는 비격진천뢰 내용을 소개하며 실물과 비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선시대에 조성한 전북 고창 무장현 관아와 읍성(사적 제346호)에서 조선 시한폭탄인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가 무더기로 나왔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조선시대에 조성한 전북 고창 무장현 관아와 읍성(사적 제346호)에서 조선 시한폭탄인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가 무더기로 나왔다. [연합뉴스]

허일권 국립진주박물관 학예사는 “이번 전시는 임진왜란 당시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려는 염원은 비격진천뢰를 발명해냈고, 그 속에 담긴 새로운 기술을 오늘날의 과학으로 재조명한 것”이라면서 “비격진천뢰에 담긴 구국의 마음과 선조들의 지혜를 되돌아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주=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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