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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밟고 패대기친 악몽의 밤···경의선 숲길 '자두의 비극'

중앙일보 2019.07.17 05:00
서울 홍대 인근에서 고양이를 잔혹하게 학대하고 죽인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범인의 행방이 묘연한데다 붙잡혀 처벌을 받더라도 솜방망이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3일 잔혹하게 살해된 고양이 자두의 생전 모습.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13일 잔혹하게 살해된 고양이 자두의 생전 모습.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학대 장면 찍힌 CCTV 남기고 사라져
16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 마포구 경의선 숲길 인근의 한 가게에서 키우던 고양이 ‘자두’가 잔혹한 학대를 받고 죽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13일 오전 8시쯤. 오후 가게에 출근한 사장 A씨는 평소처럼 고양이들이 나타나지 않자 가게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뒤 충격을 받았다. 영상에는 한 남성이 화단에 앉아 쉬고 있던 자두의 꼬리를 잡아 나무에 내려치고 수차례 짓밟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죽은 고양이에 세제를 뿌리는 기이한 행동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를 목격한 주위 학생들이 쫓아가자 남성은 도망쳤다. 인근에선 고양이 사체와 세제 묻은 사료가 발견됐다. 학생들은 경찰에 신고한 뒤 학대 장면을 찍은 영상과 사진을 제출한 상태다.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범인의 신원을 파악 중이며 아직 명확히 특정된 건 없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오전 가게 CCTV에 찍힌 학대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13일 오전 가게 CCTV에 찍힌 학대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잇따르는 고양이 잔혹사…대부분 벌금형
피해를 당한 자두는 가게에서 키우던 7마리의 고양이 중 하나였다. 가게 측은 “그중에서도 자두는 유독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였다”며 “낯선 사람이 오는데도 피하지 않다가 이런 봉변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길거리 동물 잔혹사’는 이틀에 한 번 꼴로 발생하고 있지만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다. 2015~2017년 3년간 경찰이 수사한 동물학대 사건 575건 중 가해자가 처벌받은 건 70건에 불과했다. 그 중 68건을 벌금형이고 2건은 집행유예였다.
 
최근 경기도 화성에서 고양이를 살해하고 유기한 남성을 검찰이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해 동물단체에서 반발하는 일도 있었다. 70마리 넘는 개를 방치해 죽게 한 천안의 한 펫샵 주인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동물 다음은 사람이 될 것…처벌 높여야"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며 “동물보호법이 강화돼 동물을 학대할 경우 징역형도 가능해졌지만 실제로는 다른 범죄와 결합되지 않는 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례는 없다”며 “달라지는 국민 의식을 수사당국과 사법부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물 학대를 반사회적 범죄 중의 하나로서 처벌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동물학대가 인간을 상대로 한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동물학대를 반사회적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채일택 팀장은 “우리 수사당국과 사법부도 동물학대를 반사회적 범죄로 인식하고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며 “더욱 근본적인 건 주인 없는 동물이라도 이를 학대하는 건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을 시민들이 가지고 자체적으로 감시해, 동물 혐오자들이 범죄 욕구를 억누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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