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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째 사과한 정경두, "용퇴하라"는 주문엔 침묵

중앙일보 2019.07.16 18:54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90716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90716

 
장관 임명 10개월만에 두 번째 해임안을 받은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했다. 두 시간 남짓 야당 의원의 거센 질타에 정 장관은 굳은 표정이었다. 입술과 미간에 잔뜩 힘을 주고 회의 내내 책상 위에 올린 두 손을 꽉 맞잡았다. 그는 해군 2함대 허위자수 사건 등 최근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절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경계작전을 철저히 하고, 군 기강 해이가 없도록 하겠다. 국방부 장관으로서 국민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지만, 사임 의사를 표하진 않았다.

해임건의안 제출 다음날 법사위 출석
"책임 통감" 하지만 "인사권자 따르겠다"
김원봉 논란에 대해 "국군 뿌리 아냐"
與, 정경두 지키기 적극 방어


 
전날인 15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정 장관에 대한 해임안을 제출했다. 지난 3월에도 정 장관 해임안은 제출됐다. 당시 대정부질문에서 정 장관이 천안함 사건ㆍ연평해전 등을 기리는 ‘서해 수호의 날’을 가리켜 “서해 상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남북 간의 충돌을 다 합쳐서 추모하는 날”이라고 답한 게 논란이 됐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 장관은) 취임 후 10개월 동안 10번 정도 사과했다. 이제 인사권자 핑계를 대지 말고 스스로 결단할 시기가 됐다”며 "사과만 하는 것은 군인다운 모습이 전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정 장관은 "국방부 장관에 연연하지 않고 주어진 시간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주 의원이 "용퇴(의사)를 밝히라"고 다그쳤지만 정 장관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같은 당 이은재 의원은 “해군 2함대 사령부 거동수상자 은폐조작사건은 그야말로 오합지졸, 심각한 군기 문란의 끝장판을 보여준다”면서 “군대를 다녀온 우리나라 남자들은 장관의 답변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고 비판했다. 정 장관은 “은폐나 축소할 의도는 없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말하겠다”고 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90716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90716

 
이날 회의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로 촉발된 ‘김원봉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이 “김원봉이 국군의 뿌리라고 생각하느냐”고 수차례 묻자 정 장관은 “김원봉 개인에 대해서는 국군의 뿌리라고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국군의 뿌리라는 건 김원봉 한 사람이 아니라 광복군 활동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 의원은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건의해야 할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여당은 방어에 나섰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원봉이 국군 뿌리’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냐”고 하면서 “가짜뉴스가 횡횡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 같은 당 김종민 의원도 “부하직원 문제를 다 나서서 책임지라는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는 완전히 후진국형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이날 정 장관은 법사위에 상정된 군사법원법과 군 수용자 처우 관련법 일부 개정안의 주무 부처 장관 자격으로 참석했다.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정권이 평화, 평화하다고 군인들 기강이 해이해지면 안 된다. 정권에 충성하지 말고 국가에 충성하라”고 했다. 이에 정 장관은 짧은 한숨을 쉬며 “더 환골탈태, 쇄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 장관 해임안과 맞물려 현재 국회는 다시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한국당·바른미래당은 정 장관 해임안 표결을 하자며 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본회의 개최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하루만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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