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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평소 우울증 앓아···내색 안해 극단선택 눈치못챘다"

중앙일보 2019.07.16 18:44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 [중앙포토]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 [중앙포토]

정두언(62) 전 새누리당 의원이 16일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4시25분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북한산 자락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정 전 의원은 2시간 전쯤 운전기사가 몬 차량에서 내린 뒤 북한산 쪽으로 혼자 걸어 올라갔다. 차에서 내릴 때 운전기사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는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 "국과수 검안의 사인 확인 중"
정 전 의원은 이날 자택에 유서를 남긴 뒤 집을 나섰다. 그가 지난해 말부터 운영하던 서울 마포구 일식집은 이날 영업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 전 의원 부인은 이날 오후 3시25분쯤 유서를 발견한 뒤 “남편이 집에 유서를 써놓고 산에 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당국은 홍은동 북한산 자락길을 중심으로 드론과 구조견 2마리를 투입해 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검안의가 확인하고 있다.   

 
정 전 의원 발견 당시 소지품에서 휴대전화는 나오지 않았다. 경찰이 휴대전화 기지국을 확인해보니 시신 발견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50m 부근에서 신호가 잡혔다. 경찰은 휴대전화를 찾았다.   
경찰이 17일 오후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자유한국당 전신)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한 야산 입구를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17일 오후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자유한국당 전신)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한 야산 입구를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태 의원 "우울증 내색하지 않아" 
경찰은 유서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정 전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정 전 의원 측근에 따르면 그는 최근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신 발견 장소 인근에서 만난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은 '정 전 의원이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는 사실을 알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사실이다. (우울증은) 정치를 하며 숙명처럼 지니는 것"이라며 "상태가 상당히 호전돼 식당도 하고 방송도 활발히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우울증은 관리 잘해야 하는데, 내색하지 않아서 (극단적 선택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며 슬퍼했다. 이어 “지난주까지만 해도 다음 달에 저녁이나 한 번 하자고 그랬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정 전 의원의 자택에는 그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후 문이 굳게 닫힌 채 친지들로 보이는 인사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2016년) 낙선 뒤 심적으로 힘든 상황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서울 서대문 을 지역구에서 17~19대까지 3선 의원을 지냈다. 이명박(MB) 정부 초기 땐 ‘왕의 남자’로 주목받았지만 이 대통령 형 이상득 전 의원의 권력 사유화를 정면 비판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이 17일 오후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자유한국당 전신)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한 야산 입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이 17일 오후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자유한국당 전신)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한 야산 입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왕의 남자'에서 구치소 수감까지 파란만장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을 때 저축은행 사건으로 구치소에 수감됐다. 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3년 1월 법정 구속됐다. 10개월간 구치소에 수감됐고 2014년 11월 최종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후 낙선 등 여러 개인사가 겹쳐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정 전 의원은 과거 한 차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험이 있다. 다행히 실패했다. 이후 정 전 의원은 ‘다시 태어난 삶’이라며 제2의 생을 살았다고 한다. 치유하는 삶을 살려 인터넷 강의로 카운슬링(심리상담)을 배워 관련 자격증도 땄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 전 의원은 “칠십 이후 일선에서 물러났을 때, 카운슬러를 하며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는 서울 마포구에 일식집을 차리기도 했고 종합편성채널의 시사나 예능프로그램에 보수 논객으로 출연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드라마틱한 삶을 산 정치인으로 주목받아왔다.
 
박사라·이태윤·신혜연 기자 park.sara@joongang.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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