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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형, 과시형, 거머리형, 인사형…콜라텍서 만난 주당들

중앙일보 2019.07.16 15:00
[더,오래] 정하임의 콜라텍 사용설명서(43)
 
콜라텍 하면 대부분 사람은 콜라를 마시며 노는 곳이냐고 묻는다. 나도 콜라텍에 오기 전에는 콜라만 마셔야 하는 곳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콜라텍에 와 보니 다양한 음식이 준비돼 있어 내 취향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는 곳이란 걸 알았다.
 
콜라텍의 이름에 '콜라'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이곳에서 음료만 마시진 않는다. 콜라텍에는 콜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식과 주종이 마련돼 있다. 춤을 추다가도 즐겁게 먹고 마실 수 있도록 구비한다. [사진 pixabay]

콜라텍의 이름에 '콜라'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이곳에서 음료만 마시진 않는다. 콜라텍에는 콜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식과 주종이 마련돼 있다. 춤을 추다가도 즐겁게 먹고 마실 수 있도록 구비한다. [사진 pixabay]

 
음식점은 크게 3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가장 모범적인 초급 단계랄까, 차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매점이다. 2단계는 1단계보다 약간 난도가 높은 생맥주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호프 코너가 있다. 마지막으로 소주를 마실 수 있는 식당으로 구분된다. 술을 하는 사람, 소위 주당은 음식점에서 산다.
 
술마시는 사람의 네가지 유형  
신나게 춤을 추고 쉬는 시간을 갖기 위해 파트너와 들어오기도 하고, 삼삼오오 그룹으로 모여 들기도 한다. 그런 한편에선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는 외톨이가 있다. 술을 마시는 사람의 유형을 살펴 보면 아주 재미있다. 
 
첫째, 호구형이다. 자신이 무슨 재벌도 아니면서 폼을 잡겠다는 건지, 다른 사람이 계산하면 마음이 편치 않아서인지 항상 자신이 술값을 내는 사람이다. 70대 후반의 심호식(가명)이라는 분은 젊은 시절 맥주회사에서 일했다. 현재는 부인과 사별하고 혼자 사는데 항상 술안주로 견과류를 주머니에 가득 갖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고  술 안주 거리를 삼기도 한다. 술값은 항상 자신이 부담한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술값을 부담하면 경제적으로 상당히 큰 타격이 오는 건 뻔하다. 지금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편이 아니지만 젊은 시절 잘 나갔다는 과거를 자랑이라도 하려는 속셈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인지 심 씨 주변에는 술을 얻어먹기 위한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있다.
 
그가 좋아서가 아니라 공짜로 술을 얻어먹으려는 의도다. 심 씨는 술을 사고도 대접받지 못하고 무시당한다. 사람들은 술을 얻어먹으면서 심 씨가 뭔가 모자란다며 흉까지 본다. 그는 이런 줄도 모르니 어찌 보면 안 돼 보인다.
 
콜라텍에는 술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다양하다. 어떤 실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술값을 무턱대고 자기가 계산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술버릇이 고약해 한턱 쏘기를 잘해도 곁에 아무도 없다. [사진 pxhere]

콜라텍에는 술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다양하다. 어떤 실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술값을 무턱대고 자기가 계산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술버릇이 고약해 한턱 쏘기를 잘해도 곁에 아무도 없다. [사진 pxhere]

 
둘째 과시형이 있다. 70대 후반의 이수만(가명)씨가 그 예다. 키는 작지만 눈빛이 아주 강렬한 실버다. 젊은 시절 경찰관을 하면서 형사계에서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과거 경찰의 부수입이 좋던 시절 돈을 많이 축적해 강화도에 별장까지 있다. 주말엔 별장에 가서 살고, 평소엔 현찰을 뿌리며 술을 마신다.
 
그는 술버릇이 좋지 않아 항상 외톨이다. 같이 술을 마시려는 사람이 없다. 항상 반말에 큰소리를 지르니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리 없다. 춤 파트너가 없어 돈을 주고 사서 논다. 술에 취하면 주사가 심해 콜라텍 사장에게 내쫓기기 일쑤다. 돈은 많은지 모르지만 친구가 없어 노후를 외롭게 사는 실버다.
 
셋째는 거머리형이다. 70대 중반의 한 남성 실버는 초대받지 않아도 뻔뻔스럽게 술자리에 끼어드는 타입이다. 아는 사람이 보이면 앉으라고 권유받지 않아도 슬그러미 끼어든다. 어쩔 수 없이 술 한잔을 권하게 되는데, 술을 한 번에 원샷하면서 술잔을 잽싸게 비운다. 술을 얻어먹는 사람치고는 염치가 없어 보인다.
 
술을 얻어먹을 때는 안주도 있는 대로, 술도 조심스럽게 먹어야 한다. 자신이 술값을 내는 사람처럼 안주를 주문한다든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도 실례다. 어느 정도 마시면 자리를 일어나야 예의이나 이 분은 술자리를 끝까지 사수한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대화에 참견까지 한다. 하도 거머리처럼 들러붙는 바람에 ‘거머리’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그가 나타나면 비상이 걸린다. 혹시 아는 체하고 앉을까 봐 시선을 피한 채 경계를 한다. 참 불쌍하게 인생을 살고 있다.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음주 가무를 즐기려는 이도 있다. 술값을 보태지도 않으면서 술과 안주를 마구 주문한다든지, 인사하러 들러서는 인사만 하고 가지 않고 술을 얻어먹고 가는 식이다. [사진 pixabay]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음주 가무를 즐기려는 이도 있다. 술값을 보태지도 않으면서 술과 안주를 마구 주문한다든지, 인사하러 들러서는 인사만 하고 가지 않고 술을 얻어먹고 가는 식이다. [사진 pixabay]

 
아는 사람 찾아 동석하려는 인사형  
넷째는 인사형이다. 인사형은 음식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아는 사람을 찾아 인사하기 위해 식당에 들어온다. 아는 사람을 찾으면 90도로 인사하고 아주 정중하게 부른다. 동석하자고 붙잡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인사하고 다니는 것이다.
 
술은 요물과 같아 내가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신사도 되고 깡패도 된다. 술의 노예가 되면 아주 추한 모습이 된다. 무엇이든지 과하지 않게 중도를 지키며 산다는 것이 참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콜라텍에서 건전한 술 문화를 원한다면 바로 내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정하임 콜라텍 코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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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임 정하임 콜라텍 코치 필진

[정하임의 콜라텍 사용설명서] 초등학교 교감으로 은퇴한 자칭 콜라텍 관련 최고 전문가다. 은퇴 이후엔 콜라텍과 관련해 조언해주는 일을 하고 싶어 '콜라텍 코치'라는 직업도 새로 만들었다.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 삼아 춤을 추러 갔다가 콜라텍에 푹 빠졌다. 노년기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이 춤이라고 생각한다. 콜라텍에서 일어나는 사랑, 이별 등 에피소드는 물론 누군가 콜라텍을 운영한다고 한다면 사업 팁까지 제공해줄 수 있다. 걱정근심이 사라지는 콜라텍의 매력에 다 함께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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