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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아이템 수집하듯 운동하고 헌혈하고…'게이미피케이션' 아십니까

중앙일보 2019.07.16 05:00
지루한 학습·운동 재밌게 바꿔주는 게임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온 nhn리틀액션 인증 샷 [사진 nhn]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온 nhn리틀액션 인증 샷 [사진 nhn]

NHN에 다니는 이현중(40) 책임의 책상에는 배지 2개가 꽂힌 수집판이 놓여있다. 회사에서 올해부터 시작한 직원 대상 자발적 사회공헌 프로그램 ‘리틀액션’ 인증 배지다. 지난 4월에는 헌혈을 해 ‘헌혈버스 타기’ 배지를 얻었고, 지난 8일에는 헌옷을 기부해 ‘옷 기부하기’ 배지를 받았다. 배지를 모을 때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올렸다. 배지를 다 모아도 특별한 보상이 없지만 남은 3개의 빈칸에 배지를 모두 채워놓는 게 목표다. 이 책임은 “수집형 모바일 게임에서 공을 들여 아이템을 모으듯 하나하나 배지를 수집하는 재미가 있다”며 “재미가 있다 보니 다음번에도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게이미피케이션(게임이 아닌 일에 게임적 사고와 기법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사용자를 몰입시키는 과정)이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NHN처럼 사회공헌에 게임기법을 활용하는가 하면 학습·의료·공공 분야 등에서 몰입을 끌어내는 핵심적 방법론으로 활용되고 있다. NHN 관계자는 “언뜻 의무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에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게임기법을 차용했다”며 “재미를 주다 보니 헌혈 행사 땐 버스를 한 대 더 불러야 했고, 헌 옷 기부도 기간을 하루 더 늘릴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게이미피케이션이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분야는 교육이다. 기능성 게임 제작사인 블루클라우드는 최근 발달 장애인들이 물건 배송 업무를 익히게 도와주는 가상현실(VR) 게임을 만들어 장애인 고용 업체에 납품했다. 말로 반복적으로 설명해선 배우기 어려운 업무를 게임을 통해 몰입을 유도해 손쉽게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권선주 블루클라우드 대표는 “게임 기법을 도입하면 딱딱한 교육, 수동적 교육이 받고 싶은 교육으로 변한다”며 “재활 훈련 등 힘들고 아픈 행위를 반복해야 하는 분야에서도 게이미피케이션이 활성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26주 적금 앱 화면 [사진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26주 적금 앱 화면 [사진 카카오뱅크]

수집하는 재미, 레벨 올리는 재미 적용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은 적금에 게임적 요소를 도입해 인기를 끌고 있다. 매주 입금할 금액이 같은 액수로 늘어나는데 1000~1만원 사이에서 본인이 증액 금액을 선택해 납입하는 방식이다. 특이한 건 적금을 부을 때마다 라이언 등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모양 도장(스탬프)이 앱상에서 찍힌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273만4680개 계좌가 개설될 정도로 인기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돈 넣는 행위에 재미를 추가하면서 매주 스탬프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은행이 정해준 데로 납입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얼마를 추가할지를 설계할 수 있고 통장 이름을 정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피트니스 복싱 닌텐도 스위치 타이틀 게임화면 [사진 닌텐도 코리아]

피트니스 복싱 닌텐도 스위치 타이틀 게임화면 [사진 닌텐도 코리아]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으로 2018년 말 출시된 피트니스 복싱은 지루한 다이어트 과정을 재미로 포장한 경우다. 잽과 스트레이트, 어퍼컷 등 복싱 동작에 리듬 게임 요소를 넣었다. 적절한 타이밍으로 주먹을 내지를 경우에만 점수가 올라간다. 
 
몰입형 대체 현실게임 리얼월드 플랫폼을 운영 중인 유니크굿컴퍼니가 지난 4월 오픈한 ‘작전명 소원’ 프로젝트는 역사교육 체험에 게임을 결합한 경우다. 실제 독립운동과 관련된 장소를 다니면서 암호를 푸는 방식의 게임을 통해 역사 지식을 체험할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다. 송인혁 유니크굿 대표는 “두 달간 운영에 5만 3000명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며 “공부를 게임 같이 재미있게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호응이 높다 보니 카카오게임즈는 이를 전담하는 회사까지 설립했다. 지난 3월 설립된 자회사 라이프엠엠오는 실제 일상을 게임처럼 즐겁게 만들기 위한 신사업을 준비 중이다. 위치기반 기술, 경쟁의 재미, 보상, 성취감과 같은 게임적 요소들을 활용한 여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임충재 계명대 게임모바일공학과 교수는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고 몰입하게 하는 것은 게임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며 “레벨을 올리고 적당한 지위를 주는 등 게임적 요소는 산업 각 분야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 주도 사업 참여를 늘리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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